그리스도의 온전하신 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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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성 칼럼] 왜 능동적 순종을 믿어야 하는가? (5)

▲김재성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김재성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3. 그리스도의 온전하신 순종

칭의 교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이 그리스도의 의로움을 우리의 것으로 전가를 받는다는 것인데, 이것은 그리스도의 순종에 근거한다. 그리스도의 의로움이란 그의 온전하신 순종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온전한 순종을 언급하는 이유는 바로 그가 성취하신 의로움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의로움과 온전하신 순종을 뗄레야 뗄 수 없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스도의 의로움의 전가 교리를 받아들이는 개혁신학자들이 당연히 그리스도의 순종에 대해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성도는 그리스도의 순종으로 인해서 성취된 의로움의 혜택을 누리게 되는데, 하나님께서 그의 의로우심을 전가시켜 주시기 때문이다.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하나님을 향한 그리스도의 온전하신 순종을 강조하면서, 그 내용에 있어서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으로 구별하였다. 의로움의 전가 교리는 그리스도의 온전하신 순종에 기인하고 있으면서도, 특히 능동적 순종이 가장 역동적인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하나님의 인류 구속 역사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큰 전망과 보다 넓은 구도에서 생각하여보자. 만일 그리스도가 모든 율법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능동적인 순종을 하지 않았다면, 죄 없으신 어린 양이라고 할 수 없게 된다. 성도들에게 그리스도의 의로움을 전가시켜줄 아무런 근거도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이 없다면, 결코 믿음으로 인하여 주어지는 칭의가 성사될 수도 없으며,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은 칭의와 의로움의 전가 교리에서 본질적인 구성요소이다.

그리스도의 온전하신 순종을 편의상 두 가지 용어로 구별하는 것은, 하나의 완전한 순종을 상세히 설명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요, 결코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을 완전히 분리시켜야만 하는 것(the distinct-yet-inseparable character)은 아니다.

온전하신 그리스도의 순종은 공적인 사역을 감당하면서 그리스도가 일생 동안에 순종을 했고, 또한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한 것을 모두 다 포함한다. 이 두 가지가 그리스도의 온전한 순종의 내용으로써 칭의의 기초가 된다. 다시 한번, 더 정확한 개념 정리를 위해서 리챠드 멀러 교수가 신학사전에서 간략하게 정리한 것을 인용한다:

“능동적 순종”(obedientia activa)은 그리스도의 탄생에서 죽으심까지, 특별히
그의 공적인 사역 기간 동안에, 죄를 범하지 않았으며, 하나님의 뜻에 완벽하게
순종하셨음을 설명하는 것이다.
“수동적 순종” (obedientia passiva)은 그리스도의 죽으심에 대한 것인데,
그가 그 어떤 저항을 하지 않으면서, 죄값을 치루기 위해서 고난과 십자가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것을 말한다.

개혁신학자들이 성경을 깊이 연구하게 되면서,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뜻을 따라서 전생애 동안에 모든 율법을 지켜낸 순종의 내용들을 두 가지 차원으로 구별했다. 예수님의 "능동적 순종"이라는 용어는 “긍정적 순종” (positive obedience)라고 설명하는 신학자도 있다. 다른 하나는 “수동적 순종” (passive obedience)은 “교훈적 순종” (preceptive obedience)이라고 풀이할 수도 있다.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의 칭의론에 근거하여, 워필드 박사는 이런 “능동적 순종” 통해서 성취된 그리스도의 의로움이 믿는 성도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완벽한 생애를 “능동적 순종”이라고 불렀다. 마지막에 고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마지막에 죽임을 당하는 것은 “수동적 순종”이라고 구별했다. 헬라어와 라틴어에서 고난을 당하다는 단어를 영어로는 수동적이라고 표현하게 된 것이다. 영어단어 “수동적”이라는 형용사는 라틴어에서 “파티오르 (patior)에서 파생되었다. 원래 이 단어는 ‘고난을 당하다’라는 동사형에서 나왔다.

아직 이런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 다시 한번 두 가지 순종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이해를 돕고자 한다. 개혁신학자들이 사용한 “능동적 순종”은 인간의 몸을 입고 살아가신 전 생애 기간 동안에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하나님의 율법을 온전히 지켜냈음을 의미한다. “수동적 순종”이란 그리스도의 생애가 마지막에 이르게 되면서 “하나님의 진노”를 감당하면서 고난을 당하고 십자가에서 죽으시는 최종적인 복종이다. 이처럼 “할 수만 있거든 이 잔을 옮겨주시옵소서”라고 겟세마네에서 땀방울이 피가 되도록 진통을 겪으셨기에, “수동적 순종” “소극적 순종”(passive obedience)이라고 규정했다. 그리스도의 “수동적 순종”이라 함은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끌려가듯이 해서 결국에는 마지못해서 복종한다는 뜻이 아니라, “고난과 수난을 당하면서도” 처참한 처지에 던져지기까지 자원하는 마음으로 복종하다는 뜻이다. 필자는 “희생적” 순종이라고 한다면, 두 개념 사이의 차별화가 훨씬 쉬울 것으로 본다.

그리스도의 의로움을 우리의 것으로 간주하신다는 전가 교리의 핵심이 되는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은 용서, 희생,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녹아져 있는 기독교의 근본 교리이다. 종교개혁의 칭의론과 전가교리를 계승한 유럽 칼빈주의 개혁교회와 미국 대부분의 장로교회 신학대학원에서 사용하는 조직신학 기독론 교과서에서도 이 두 가지 개념을 계승하고 있다. 한국 조직신학의 기초를 제공한 박형룡 박사도 역시 두 가지 순종의 개념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분리시킬 수 없다는 점까지도 세밀하게 소개하였다.

필자는 이런 신학적인 용어들은 칭의론을 확고히 정립한 루터가 처음으로 사용했음에 대해서 제시하고자 한다. 루터는 두가지 의로움, 즉 “능동적 의로움”와 “수동적 의로움”로 구분해서 사용했는데, 그 이후로 보다 더 확대된 의미로 개혁주의 신학자들이 이런 신학 용어들을 채택했음에 유의하고자 한다. 루터의 경우에 “능동적 칭의”는 그리스도의 의로움의 객관적인 전가 받는 것이고, 외부적이다. “수동적 칭의”는 개인이 주관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의미했다.

2017년 종교개혁 오백 주년을 맞이하여 세계적인 신학자들의 기념 강좌들이 많이 출판되었다. 필자는 그러한 새로운 연구들을 집약하여 『종교개혁의 신학사상』를 펴내면서, 루터의 “능동적 의로움”과 “수동적 의로움”에 대해서 소개했다.

칭의와 전가 교리의 기초가 되는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의 교리는 거의 모든 개혁주의 정통신학자들이 강조하였음에 주목하기 바란다. 특히 칼빈의 신학사상을 계승한 스위스의 개혁주의 정통신학자 테오도르 베자를 필두로 하여, 폴라누스를 거쳐서 볼레비우스, 제네바의 하이덱거와 프랑스와 뛰르땡 (F. Turrettini, 1623-1687)등 두가지 순종개념을 적극 옹호했다. 이들은 능동적 순종의 측면을 거부하던 아미랄디언니즘과 피스카토르와 알미니안주의에 맞서서 단호하게 순종의 두 가지 내용을 변호했다.

스위스 바젤의 개혁주의 정통신학자 볼레비우스 (Johaness Wollebius, 1589-1629)가 정교한 논지로 두 가지 순종을 강조하였다. 그리스도가 한편으로는 선택받은 자를 위하여 성부의 뜻에 따라서 만족을 드리기 위해서 율법을 완성하고, 또한 세상의 죄를 위해서 속전을 갚아주는 만족함을 드림으로서 중보자의 사역을 완성하였음을 강조했다. 볼레비우스는 그리스도의 수동적 순종인 “고난 당하심이 속죄를 위해서 필요한 것처럼, 그의 능동적 순종과 의로움도 영생을 얻는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그대로 수용한 독일 개혁신학자 하인리히 헤페도 동일한 안목으로 정리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율법을 범한데 대한 형벌에 자신을 전적으로 복속시켜서 제사장으로서 만족함을 드렸다. 그리스도의 완전한 율법의 성취를 능동적 순종이라고 하고, 율법을 범한데 대한 온전한 형벌로서 십자가를 지심을 수동적 순종이라고 하는데, 세상을 위해서 자신을 바친 자발적 순종에 근거한다.”

청교도 신학자 존 오웬, 토마스 굳윈, 스테판 챠르녹, 아이작 암브로스, 존 번연, 빌헬무스 브라켈, 그리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작성한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이 동일한 내용을 강조했다.

칼빈주의 정통신학자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뉴잉글랜드 청교도들과 18세기 초반에 미국에 세워진 하버드 대학과 예일 대학교에서는 요나단 에드워즈, 프린스턴 신학교의 아치발드 알렉산더 등이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두 가지 순종을 가르쳐졌다. 찰스 핫지, 벤자민 워필드, 게할더스 보스 등이 능동적 순종과 수동적 순종의 교리를 확고하게 가르쳤다. 네델란드 개혁주의 신학자 헤르만 바빙크와 그의 신학을 영어로 집약시킨 루이스 벌코프 (Louis Berkhof, 1873-1957)가 상세하게 설명했으며, 벌카워 (G. C. Berkouwer, 1903-96)도 역시 두 가지 순종의 내용들을 가르쳤다.

능동적 순종에 대해서 열성적으로 강조한 메이첸 박사는 “그리스도가 단지 우리를 위해서 죄의 형벌을 대신해서 지불하였을 뿐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특히 아담이 행위언약 아래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고 지켜야만 할 것을 하지 않았듯이 그러한 상태에서 우리가 해야만 할 사항들을 전혀 성취하지 않으셨다면, 하나님의 율법에 대해서 완벽한 순종에 근거하여 얻는 영생을 우리가 얻을 수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도는 ”죄값을 지불함에서 있어서나, 율법을 지키는 면에서 있어서나 우리의 대표자이며, 자신을 통해서 구원을 얻은 자들을 위해서 하나님의 율법에 대해서 완벽한 순종을 함으로써 보상을 받게 해 주셨다.” 메이첸은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도, “그리스도의 능동적 순종이 없다면, 내가 구원을 받는다는 그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고 고백했다서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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