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에 101만명이 출생했는데, 2020년엔 27만 2,000명만 태어났다. 2020년 처음으로 국민 총수가 3만 3,000명이나 줄었다. 신생아 출생보다 노인 사망자 수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인구 축소도 문제지만 인구 구조의 급속한 변화도 문제다.
‘15-64세 인구’ 대비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로 측정되는 노인 부양 비율을 30년 간격으로 보면, 1960년엔 5.3%. 1990년엔 7.4%. 2020년엔 21.7%로 계속 높아졌다. 이대로가면 2050년엔 노인부양비는 무려 77.6%, 2060년대 중반기엔 10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것만 봐도 어린이들은 모두 우리나라의 보석들이요, 신생아를 낳는 엄마, 아빠들이 1급 애국자들이다. 꽃중에 미운 꽃이 없듯, 어린이 중에 미운 사람은 없다. 100일 때, 첫 돌 때, 아니 그 언제든지 어린 아기는 예쁘고 귀엽다.
우리나라에서는 5월을 청소년의 달, 교육의 달, 가정의 달로 이름짓고 각종 행사를 마련한다. 가정, 어린이, 교육 문제는 본래 정한 기간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일년 내내 관심사요, 기도제목이요, 아끼고 사랑해야 할 대상이다.
이렇게 중요한 절기에 시인들은 어린이를 위해, 어떤 시들을 남겼을까? 몇 개를 추려보자.
①“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마음 뛰노라/ 나 어려서 그러하였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거늘/ 나 늙어서도 그러할지다/ 아니면 이제라도 나의 목숨, 하루가/ 소박한 경건의 마음으로 이어가기를”(윌리엄 워즈워즈, 무지개).
②“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우리가 자라면 나라에 일꾼/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윤석중, 어린이날 노래).
③“씨앗은 아무리 작아도 “쪼그만게!” 얕보지 않아/ 그런데 친구들은 나만보면 “쪼그만게!” 깔보지 뭐야/ 알고보면 나도 씨앗인데, 이담에 큰 나무가 될 씨앗인데”(윤수천, 나도 씨앗).
④“해 아래 눈부신 5월의 나무들처럼/ 오늘도 키가 크고 마음이 크는 푸른 아이들아/ 이름을 부르는 순간부터/ 우리 마음밭에 희망의 씨를 뿌리며/ 환히 웃어주는 내일이 푸른 시인들아/ 너희가 기쁠 때엔 우리도 기쁘고/ 너희가 슬플 때엔 우리도 슬프단다/ 너희가 꿈을 꾸면 우리도 꿈을 꾸고/ 너희가 방황할 땐 우리도 길을 잃는단다/
가끔은 세상이 원망스럽고, 어른들이 미울 때라도/ 너희는 결코 어둠속으로 자신을 내던지지 말고/ 밝고, 지혜롭고, 꿋꿋하게 일어서 다오/ 어리지만 튼튼한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다오/
한 번뿐인 삶, 한 번뿐인 젊음을 열심히 뛰자/ 아직 조금 시간이 있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하늘빛 광을 달자/ 너희를 사랑하는 우리의 마음에도/ 더 깊게, 더 푸르게, 5월의 풀물이 드는거/ 너희는 알고 있니?/ 정말 사랑해!”(이해인, 5월의 편지).
⑤“우리 부부에게는 어린이가 없다/ 그렇게 소중한/ 어린이가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난/ 동네 어린이들은/ 환갑 나이의 날 보고/ 요놈! 요놈하면서/ 내가 부르면/ 어린이들은/ 환갑 나이의 날 보고/ 요놈! 요놈한다// 어린이들은/ 보면 볼수록 좋다/ 잘 커서 큰 일 해다오!”(천상병, 난 어린이가 좋다).
한 집안이, 아니 한 동네(지역사회)가 잘되려면 그 지역사회에 세 가지 소리가 들려야 한다.
①신생아의 울음소리가 있어야 하고 ②청소년들의 글 읽는 소리(옛날엔 동네마다 서당이 있었고 어린아이들이 모여 훈장님의 지도를 받으며 천자문, 동몽선습, 소학, 명심보감 등의 교과서를 소리내어 암송했었다)가 있어야 하며 ③어른들의 일하는 망치소리(대장간에는 농기구를 벼르는 망치 소리, 집 짓는 데는 목수들의 망치 소리, 대패 소리, 농장에서는 밭 갈며 소 모는 소리 등)가 있어야 한다.
곧 인구가 늘어나고 청소년들이 교육과 훈련 중에 성장하고 어른들이 함께 수고해 산업이 발전되는 소리가 있어야 한다. 이 세 종류의 소리는 지금 우리들에게도 절실히 필요한 소리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