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함’이 하체 봤는데… 노아는 왜 손자 ‘가나안’만 저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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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영 박사의 창조신학] NEW 노아 후손들은 어디로 갔을까 (24)

중국 민족의 기원, 가나안 후손인가?
함의 행동, 가나안과 무슨 상관인가
저주 개념, 함부로 운명에 적용 말길

▲가나안의 영역이었던 우가릿(Ugarit, Ras Shamra) 풍경. ⓒancientneareast.tripod.com

▲가나안의 영역이었던 우가릿(Ugarit, Ras Shamra) 풍경. ⓒancientneareast.tripod.com

중국 민족이 가나안 후손 신(Sin)족?

가나안의 후손 가운데 신족(Sinites)이 있다. 신족은 다른 가나안의 후손들처럼 주로 팔레스틴 북쪽에 자리 잡았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한다. 제롬(Jerome)은 아르카(Arka)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신’이란 이름을 가진 장소가 있음을 알아냈다.

레바논의 산 위에 남아 있는 신나(Sinna)라는 성채를 신족속과 연관시키기도 한다. 1929-1939년 사이 발굴된 우가릿(Ugarit) 문서들에는 최고의 신 ‘엘(El)’뿐 아니라 신족에 대한 많은 자료도 포함되어 있었다.

앗수르의 가장 중요한 신 중 하나가 ‘신’이었음에 주목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렇게 ‘신’이라는 명칭은 가나안 뿐 아니라 고대 페니키아 지역과 수메르-앗수르 지역 곳곳에 그 이름을 남기고 있다. 우르 지방에서 발견된 비문들에는 신격화된 ‘신’이 사람들 가운데 ‘법과 정의’를 확립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신이 과연 중국 민족의 시원일까?

▲우가릿의 점토판. ⓒ루브르 박물관

▲우가릿의 점토판. ⓒ루브르 박물관

중국은 민족의 용광로 같은 나라

중국은 광활한 영역을 가진 구(舊)소련이나 미(美)합중국처럼 온갖 민족들의 용광로 같은 다민족들의 집합체다.

세속의 중국사(史)는 무계급 원시 사회를 거쳐 교과서에 등장하는 북경인, 산서(山西)의 정촌인(丁村人), 내몽골의 하투인(河套人), 그리고 황하 중류일대를 중심으로 한 주전 5천년에서 3천년 사이 나타난 앙소(仰韶) 문화와 이보다 조금 늦은 시기에 북부에서 시작된 용산(龍山) 문화가 확인된다.

이후 주전 2천여 년 전 하(夏)·상(商)·주(周) 왕조 시대가 중국 고문헌에 등장한다. 하지만 구체적 문서가 제한된 시대라 이들 문화와 성경 인물들과의 연결고리는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성경에 나타난 노아 후손들 가운데 실명 인물들을 중국 원류와 연결시켜 근원을 추적하기란 아주 난해한 작업인 것이다.

그런데 이 ‘신’이라는 명칭을 성경의 ‘시님(사 49:12)’과 관련지으려는 시도와, 중국이 고대로부터 ‘시나’로 일컬어진 점을 착안하여 신 족속을 중국 민족으로 비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창조과학(Creation science)의 원조 헨리 모리스(H. M. Morris)나 서구 신학자들이 우리 민족을 포함한 동양 민족을 함족으로 보는 견해에는 바로 이런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견해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는 아직 없다. 중국에서 ‘진’이나 ‘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나라들은 하(夏)·상(商)·주(周) 이후 성경의 ‘신’과는 전혀 무관한 훨씬 후대의 나라들로 보는 것이 옳다.

▲신(Sin), 달의 신, 주전 2100년경. ⓒ대영박물관

▲신(Sin), 달의 신, 주전 2100년경. ⓒ대영박물관

노아의 가나안 저주 문제와 그 후손들의 미래

가나안과 관련하여 늘 거론되는 이슈 가운데 하나가 가나안 저주 문제다. 가나안 저주 사건은 성경의 여러 난제 가운데서도 가장 두드러진 난해한 구절이라 할 수 있다.

노아의 가나안 저주 사건에 대해 성경은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노아가 농업을 시작하여 포도나무를 심었다. 하루는 그가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자기 천막 안에서 벌거벗은 채 누워 있었다.

가나안의 아버지인 함이 자기 아버지 노아 나체를 보고 밖으로 나가 그 사실을 두 형제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셈과 야벳이 옷을 가져다가 어깨에 메고 뒷걸음질로 들어가 아버지 노아의 나체를 덮어 주고 계속 얼굴을 돌린 채 아버지의 나체를 보지 않았다.

노아는 술이 깬 후에 함이 자기에게 한 일을 알고 “(함의 아들) 가나안은 저주를 받아 자기 형제에게 가장 천한 종이 되리라(창 9:20-27)” 했다. 이것이 내용의 전말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가나안을 저주한 것이 아니란 점이다. 인간 노아가 함의 아들 가운데 오직 가나안을 저주했다.

하나님이 아닌 노아가 자기 손자를 저주했다는 것이 과연 어떤 유효성이 있을까? 조부가 손자를 저주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은 한 것일까? 함이 행한 그 일이 도대체 함의 아들이요 노아의 손자인 가나안 저주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함의 행동 자체가 그렇게 자기 아들 넷 가운데 가나안이 할아버지 노아에게 저주받을 만한 행동이었는가? 그렇다면 아들 함부터 저주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노아와 함께 그 가족을 하나님이 축복하셔서(창세기 9장 1절) 하나님의 축복을 어떤 사람도 저주로 바꿀 수 없었으므로 노아는 함부로 자기 아들 함은 저주하지 못했단 말인가?(Walter C. Kaiser, Jr., 《More Hard Sayings of the Old Testment》, IVP, 1992, 51-52).

▲14세기 만들어진 가나안의 저주에 관한 삽화.

▲14세기 만들어진 가나안의 저주에 관한 삽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행동이나, 예수 믿는 모든 이들을 무자비하고 잔인하게 처형한 조선 후기나, 신앙인을 동물보다도 잔혹하게 대하는 북한 유물주의 무신론 철권정권의 행동보다도 가나안이 더 잔인한 어떤 저주받을 만한 행동을 했단 말인가?

설령 그렇더라도 그것이 노아가 자신의 손자를 저주할 만한 일이었을까? 부자가 목욕탕 가는 일이 흔한 우리 사회가 볼 때, 과연 이 사건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 사건에는 필경 우리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성경은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즉 우리가 모르는 하나님만이 아시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인류 죄악의 보편성

우리는 저주 개념을 함부로 운명에 다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은 결코 함을 저주한 적이 없다. 노아가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기 손자 가나안을 저주했을 뿐이다.

그것이 과연 무슨 효력이 있었을까? 그것이 노예 제도나 함의 후손인 흑인의 노예 운명을 합리화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만일 그렇다면 반만년 민족사에 19세기 말이 되어서야 겨우 복음이 들어온 우리 민족만큼 영적 저주를 받은 민족이 어디 있겠는가?

천한 종이나 저주라는 말은 함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모세 율법은 종이 6년을 봉사하면 자유케 하였다. 평생 종이 되는 경우는 주인을 사랑해서 자원할 때뿐이었다(출 21:2-7).

▲인류 죄악의 보편성을 보여주는 가나안 우가릿에서 출토된 바알 우상 청동입상. ⓒ루브르 박물관

▲인류 죄악의 보편성을 보여주는 가나안 우가릿에서 출토된 바알 우상 청동입상. ⓒ루브르 박물관

사도 바울도 종의 제도에 대해 적극 반대하지는 않았으나 할 수 있으면 자유하라고 권면하였다(고전 7:21). 주인을 탈출한 오네시모를 감싸면서 전 주인인 빌레몬에게 정중하게 오네시모를 종이 아니라 종 이상의 믿음 안에서 사랑하는 형제로 대해 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하는 아름다운 절창(絶唱) 빌레몬서를 보라!

어떤 종이든 노예이든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 저주는 하나님의 사랑의 은총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노아의 술 취함은 분명 그리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한 아들 함의 행위도 칭찬 받을 행위는 아니었다. 이것은 의인 노아조차 당연히 허물이 있음을 알려주고 우리 인간의 보편적 타락상을 보여준다.

이제 그리스도인들은 전혀 성경적 근거가 없는 특정 민족의 운명적 저주가 마치 진실인 양 언급하는 일은 금해야 한다.

하나님 앞에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우리 인간은 모두 동일한 것이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자녀요 왕 같은 제사장이 된다.

가나안의 후손 시돈이 같은 함족인 붓 족속과 함께 카르타고를 건설하여 탁월한 초기 기독교 인물들을 배출한 것이나, 갈릴리 이스라엘 사람들보다 시돈 사람들이 훨씬 복음에 더 반응한다는 예수님의 충고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주시는 울림이 큰 말씀이 아닐 수 없다.

가나안의 후손들은 역사상 탁월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예수께서 칭찬하셨듯, 주님께 헌신한 수많은 인물들을 배출했다.

물론 그들도 당연히 타락한 본성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은 그들을 전혀 차별 없이 동일하게 부르고 계신다.<계속>

▲조덕영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조덕영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조덕영 박사
창조신학연구소, 조직신학
전 김천대-안양대-평택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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