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활동성이 떨어지고, 왕성하게 활동했던 사회생활도 위축되면서 친지들과의 왕래가 줄어들고 집안에만 머무는 경향이 있습니다. 움직임을 최소화 하며 집안에서 휴식을 취하는건 당장은 편할지 모르겠으나, 길어진 우리 생애를 생각하자면 결과적으로 우리 몸과 마음을 작아지게 만드는 습관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신중년’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최근들어 자주 쓰이는 이 단어는 젊은시절부터 주로 해왔던 일자리에서 퇴직하고 재취업 일자리 등에 종사하며 노후를 준비하는 과도기 세대라고 생각하면 좋으실 것 같습니다. ‘고령자’나 ‘노인’이라는 단어를 대신해 활력 넘치는 시니어라는 긍정적 의미를 담은 용어로도 활용되기도 하죠.
은퇴 전후로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65세 이상의 ‘신중년’들에게 국내에서 유일하게 4년 8학기의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졸업후에는 대학원 과정에도 진학 할 수 있는 체계적인 학사 시스템을 갖춘 학교가 있어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포항에 있는 ‘신중년사관학교’ 입니다.
자칫 일반 노인 대학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사관학교는 2014년에 1기생을 시작으로 우수한 교육과 커리큘럼, 비전등이 알려지며 매년 높은 경쟁률로 신입생 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이래로 우리나라 신중년 문화를 바꿔가고 있는 신중년사관학교는 현재 86세 최고령자와 팔순을 넘기신 어르신 6명을 비롯해 200여명의 생도들이 국문, 정보통신, 체육, 음악, 국악, 전통예술, 서예, 스트레칭 등 11개 과목과 입학식과 졸업식, 소풍, 수학여행 과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관학교가 각종 미디어로부터 관심을 받고,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수많은 시니어들이 입학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바로 시니어들의 문화를 바꿔가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신중년사관학교’에서 생도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문화가 바로 먼저 다가가고 먼저 배려하고 먼저 베푸는 생활 습관을 기르는 것입니다. 유교 문화권이었던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연장자를 먼저 배려하고, 극진히 대접하는 미풍양속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시니어에서는 그런 문화에 너무 익숙해져서 인지 대접을 당연히 여기고 오히려 대접을 강요하는 모습으로 변질되기도 했습니다. 신중년사관학교에서는 이런 구습에서 탈피하고 올바른 시니어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전 생도들이 자원봉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합니다. 작게는 주변 복지관과 연계되어 소외계층에 대한 봉사활동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시내거리 청소나 불우이웃 성금 모금, 노숙자 식사 봉사, 동화 구연 등 먼저 나서고 이웃을 배려하는 활동을 하게 됩니다.
또한 사관학교 라는 명칭에서 보듯이 생도(참가자)들에게 엄격한 교칙을 적용받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특별한 것이 교복 착용과 베레모 쓰기. 나이먹은 노인이 그런 거 입어서 뭐하냐 라는 불만이 초기에 있었으나, 반듯한 옷깃에서 반듯한 자세와 반듯한 생각 그리고 행동이 이어진다는 믿음으로 전 생도가 교복 착용, 베레모 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또 교수님이나 총장 등 직분상 윗사람에게 인사할때도 ‘감사’라는 구호를 붙이며 인사하는 등 사관학교라는 이름에 걸맞게 군대가 연상될 정도로 엄격한 교칙이 있습니다. 이러한 엄격한 교칙은 생도들은 매사에 스스로를 살피게 하고, 느슨했던 삶에 긴장감을 갖게 해 스스로를 변화하게 만든다고 관계자들은 이야기 합니다.
이 ‘신중년사관학교’에 몸 담으며 교수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국방장관과 국가안전기획부장 등을 역임했던 권영해 전 장관입니다. 군 장성 출신으로 수많은 정무직을 역임했던 그는 ‘신중년사관학교’에서 생도들로부터 인기 교수로 늘 손꼽히고 있습니다. 오랜 군생활 동안 몸에 익은 절도 있고 바른 자세는 생도들로부터 ‘신중년’의 표본으로 불리우고 있다고 합니다.
“신중년사관학교에 갈때마다 늘 생기가 넘치는 생도들을 보며 저 역시 새로운 원동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 분들은 학교에서 배움뿐만 아니라 시내거리 정화 운동, 소외계층 봉사활동, 오케스트라, 지진피해 성금전달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시는 모습들을 보며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는 분들에게 활동의 장 을 마련해주는 것 자체가 큰 일 이었구나를 느낍니다. 포항에서 피어난 이 불씨가 전국으로 퍼져 우리나라 시니어들 모두가 활기 넘치는 ‘신중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라며 권영해 전 장관은 신중년사관학교에 대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신중년은 꼭 이 사관학교를 가야만 되는건 아닐겁니다. 뜨거운 마음과 열정을 갖고 있는 시니어라면 누구나 ‘신중년’입니다. ‘지금 나이에 내가 무얼 할 수 있겠어’ 라는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라는 적극적인 마음으로 사회를 바라보면, 이 ‘신중년사관학교’ 생도들 보다 더 선한 영향력으로 우리 사회를 밝혀 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신중년’, 당신도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