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줄만 알지 이해 못하는 시대, 복음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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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문해력 저하 시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교회교육

그림과 영상 대체? 성경과 복음 핵심 집중 어려워져
설교에서 PPT 활용, 귀한 일이나 복음의 순수성 위협
요즘 아이들, 스마트폰과 유튜브 등 문해력 저하 환경
길면 안 읽는 세대, 방대한 분량의 성경 1독 가능한가

신학생 국어 실력 심각, 기본 소양과 기초학문 점검
성경 번역도 고민해야… 옛 번역어는 현대어로 교체
문맹 시대에도 복음 전해졌지만, 일부의 왜곡도 사실
문해력 저하 시대, 신앙의 깊이 얕아질 가능성 고민

▲한자 공부를 하는 한 수업 모습. ⓒ픽사베이
▲한자 공부를 하는 한 수업 모습. ⓒ픽사베이

심각한 문해력 저하

최근 어느 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교사가 한 학생에게 “너 참 이지적(理智的)이다”라고 칭찬했다. 그러자 해당 학생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 학생은 이지를 ‘easy’로 알아듣고 ‘내가 쉬워 보이나?’라며 불만을 나타낸 것이었다.

이 교사의 또 다른 일화다. 융통성 없어 보인다는 뜻으로 학생에게 “좀 고지식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해당 학생은 이를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고지식하다는 말을 ‘고(高, High)+지식(knowledge)’으로 이해했던 거다.

고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교수가 리포트를 “금일(今日)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이 말을 ‘금요일(金曜日)까지 제출’로 알아듣고 리포트 제출을 하지 못한 학생이, 교수에 따졌다. 왜 헷갈리는 표현을 썼냐고.

오늘날 10대, 20대의 어휘력, 문해력 저하가 심각하다. 문해력(文解力). 글을 읽고 의미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오늘날 문맹(文盲)은 거의 없다. 한글 문자가 가진 장점 때문에, 문자를 습득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문맹국이다.

그러나 문자를 읽을 줄 아는 것과 글을 읽을 줄 아는 것은 다르다. 글자는 읽을 수 있지만,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자어로 된 어휘나 개념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의 이어짐을 따라가지 못해서 글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문해력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

검색 하나로 필요한 정보만을 습득하는 일이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가 된 디지털 사회에서 이 현상은 나이를 초월해 가속화되고 있다.

2021년 3월 EBS는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주제의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총 6부작으로 만들어진 이 방송은 오늘날의 문해력 저하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다뤘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중학교 영어 시간에 ‘보모, 자선단체, 피의자, 출납원, 작가, 상업광고, 사업가’ 등의 한자어를 몰라 선생님들이 영어보다 그 한자어의 뜻을 설명해 주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부분이다.

또 고등학교 2학년 사회 시간에는 영화 ‘기생충’의 가제(假題)가 ‘데칼코마니’였다고 말하면서, 학생들에게 “가제가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라고 물으니 거의 대부분이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다가 한 학생이 “랍스터요”라고 답한다. 그런데도 아무도 웃지 않는다.

교육과 학문, 그리고 일상생활에 가장 기본인 문해력. 그 수준이 떨어지자 교육계의 중요 화두(話頭)로 떠오르고 있다. 그나마 세상 교육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와 위기를 초래했다.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문해력의 기틀을 마련하는 결정적 시기인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다 보니, 앞으로 이들이 성장한 시대에는 엄청난 사회적 이슈가 될지 모른다. 시기를 놓치면 그들의 전 생애 가운데 문해력은 다시금 회복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교육부(장관 유은혜)는 최대한 그들만이라도 등교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교회 안 문해력 저하와 그 상황에 대한 인식 수준

안타깝게도 교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문해력 저하가 얼마나 심각한 교회 문제를 일으킬지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에 적응하고자 아무런 고민 없이 영상을 너무 쉽게 보편화했다.

기독교는 말과 글의 종교다. 기독교는 책과 문자를 바탕으로 한다. 하나님께서 글로 쓰인 책 성경에 계시(啓示)를 담아주셨기 때문이다. 그 계시는 오고 오는 세대에게 말과 긴 글로 전달된다. 그렇기에 문해력은 기독교에 매우 중요하다.

설교자는 성경이라는 장문의 글을 읽고, 수많은 신학 서적과 주석을 읽어, 긴 글의 설교문을 작성하여, 교인들에게 말로 전한다. 교인들 역시 성경이라는 긴 글로 구성된 책을 읽는다. 예배 중에 읽고, 각 가정에서 읽는다. 그렇게 해서 신앙의 깊이와 넓이가 자란다.

게다가 성경은 고도의 문해력이 요구되는 책이다. 분량이 방대하기에, 긴 글을 읽어낼 수 있는 문해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성경은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계시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언어로 되어 있다. 한국교회가 사용하는 개역개정은 여전히 수많은 한자어를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한자어를 이해하는 힘을 포함하는 문해력은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문해력 저하의 가장 큰 타격은 기독교가 받을 것이다. 문해력 저하로 인해 기독교 신앙의 깊이는 점점 약화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유튜브 등 영상 매체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크투 DB
▲코로나19 이후 유튜브 등 영상 매체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크투 DB

문해력 저하를 부추기는 교회 환경

안타깝게도 교회는 문해력 저하를 부추기는 환경을 세상보다 일찍 도입했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주일학교는 말로 하는 설교보다 파워포인트로 보여주는 설교가 그 비중을 더 차지해 왔다.

강대상 뒤편마다 설치된 프로젝트는 교인들에게 성경을 직접 찾아서 읽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제 대부분의 성도들은 교회당에 성경을 가져오지 않는다.

교회당에서도 읽지 않는 성경을 집이나 직장, 학교에서 읽을 리 만무하다. 한두 구절을 읽는데 익숙한 교인들은 이제 여러 장, 여러 책의 성경을 읽어내기 어렵다. 실제로 세례를 받기 위한 최소 요건인 신구약 성경 1독은 이제 중직자들에게조차 요구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세상의 좋은 변화에는 둔감하고 나쁜 변화에만 민감한 교회는 코로나19 시대에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해 교회마다 앞다투어 영상 교육 자료를 제작 및 제공하고 있다. 이제는 이렇게 가야 한다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물론 우리가 처한 현실은 그런 대처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과연 이렇게 가는 게 맞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 일시적으로 해야 하는지, 코로나19가 끝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 없이 무분별하게 도입하고, 최고의 대안처럼 여기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바뀌고 있다고,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세상조차 이러한 변화에 대해 위기를 느끼고 고민하고 있다.

▲함께 교재를 읽고 있는 거창중앙교회 주일학교 모임 모습. (본 사진은 해당 기고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크투 DB
▲함께 교재를 읽고 있는 거창중앙교회 주일학교 모임 모습. (본 사진은 해당 기고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크투 DB

문해력 저하가 교회에 가져다주는 문제들

문해력 저하로 인한 교회의 피폐함은 어느새 드러나고 있다. 주일학교 학생들은 성경을 잘 읽지 않는다. 성경의 기본 내용을 모른다. 성경을 읽고자 하는 관심이 사라졌다. 두꺼운 성경책을 도무지 읽어내지 못한다.

요즘 청년 중에는 성경을 1독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약 5년 전 어느 청년 사역자는 이렇게 고백했다.

“복음서를 공부하면서 아브라함과 다윗에게 주신 언약의 성취로서 복음을 이야기하는데, 학생들이 아브라함을 모른다. 그중 아브라함이라는 이름은 알아도,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주신 언약의 내용을 알고 있는 친구들은 한 명도 없었다.

출애굽기를 공부할 때는 이스라엘 자손들이 요셉을 통해 이집트로 건너가게 된 것부터 이야기하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요셉을 모른다. 출애굽기 서두에서 ‘요셉을 알지 못하는 왕’이 일어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괴롭힌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요셉을 모르는 세대’가 내 눈 앞에 앉아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누가복음을 공부하면서 탕자 이야기가 나올 때는 그래도 탕자는 알고 있으려니 했는데, 정작 내가 ‘탕자를 모르는 탕자’들과 성경공부를 하고 있음을 깨닫고는 다시 놀랐다.

나름 한국에서 세속적으로는 최고의 교육을 받아왔다는 청년들이 성경에 대해서는 이토록 무지한 현상을 보면 한국교회 청년들의 영적인 현주소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특정 지역 특정 교회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앞으로 설교자는 강단에서 성경을 해석하고 적용하는데 시간을 투자하기 전에, 성경에 나오는 인명, 지명, 단어까지 일일이 설명해야 할 지경에 이를지 모른다.

이런 청년들이 모여서 자라서 교회를 이룬다. 이런 청년들 중에서 신학교에 진학한다. 신학교에선 요즘 그 여파가 드러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와 거리가 먼 신학생들이 더 이상 신학책을 읽지 않는다.

▲기독교계 ‘벽돌책’들. ‘전시용’ 아닌 ‘탐독용’으로 구입하는 목회자와 신학생이 얼마나 될까. ⓒ크투 DB
▲기독교계 ‘벽돌책’들. ‘전시용’ 아닌 ‘탐독용’으로 구입하는 목회자와 신학생이 얼마나 될까. ⓒ크투 DB

한참 두꺼운 신학 서적과 씨름해야 할 시기인데, 그래야 졸업 후 목사가 되어서도 읽을 수 있는데, 신학생 시절조차 아예 읽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자료들을 취합할 뿐이다.

신학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신학을 가르칠 게 아니라 국어를 가르쳐야 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문해력 저하 세대가 신학교에 입학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해력 저하는 당연히 글쓰기 실력 저하로도 이어진다. 긴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긴 글을 쓸 수 없다. 긴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30-40분 분량의 설교문을 작성하고 설교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주일학교 설교에서 PPT 작업에 시간을 소요하면서 젊음을 보낸 전도사들이 나중에 담임목사가 되어 깊이 있는 연구와 묵상에 근거한 탄탄하고 논리적이며 명징한 설교를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한 설교를 듣고 자란 회중들이 다시 교회를 구성한다. 결국 미래 교회의 신앙은 그 깊이와 넓이가 한없이 약해질 것이다.

문해력은 이렇게 성경공부 문제, 주일학교 교육의 문제, 신학교육의 문제, 설교의 문제, 다시 회중의 신앙 수준 문제로 쳇바퀴 돌 듯 돈다. 결국 기독교회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될지 모른다.

매체가 변하는 시대, 여전히 중요한 말과 글

매체가 바뀌었으니, 이제 거기에 적응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할지 모른다. 이제 성경을 읽고, 설교를 듣는 방식보다는 영상을 보는 방식으로 바꾸면 안 되느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성경은 문자로 쓰인 책으로 주어졌다. 그렇기에 성경을 버리지 않는 한, 말과 글이라는 형태로 전하는 복음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말과 글은 꼭 필요한 내용만 가려 전할 수 있다. 엄청난 장점이다. 그런데 복음을 전하는 매체가 그림이나 영상으로 바뀌면 문제가 생긴다.

예일대학교에서 종교철학을 전공한 권수경 교수(고려신학대학원 초빙교수)는 이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 좀 길지만 인용해 보겠다.

“복음의 내용이 변질되는 문제가 있다. 글이 그림으로 바뀌면 성경이 말하지 않는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 ‘예수께서 길 가실 때에…’에서 길은 흙길인가 자갈길인가? 폭은? 주변은 풀인가 나무인가? 지나가는 인물은 몇인가? 제자들은 예수님 앞에서 가는가 뒤에서 가는가?

사람들은 중요한 것보다 사소한 것에 더 관심을 쏟게 된다. 복음서를 영상으로 만들면, 사람들은 예수님 키가 얼마인지, 얼굴은 잘 생겼는지 그것부터 볼 것이다. 등장인물 역시 외모 평가에 관심을 쏟을 것이고 복음의 핵심에는 집중하기가 어렵다.

글이 그림으로 바뀌면 독생자를 주신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핵심 메시지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

요즘 설교 때 PPT를 사용하는 교회가 적지 않다. 첨단 기술을 주의 영광을 위해 사용하는 일은 분명 귀한 일이다. 그렇지만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방식 자체가 복음을 왜곡할 소지가 있기에 위험하다.

물론 시각 자료를 글에 국한시키는 경우라면 문제가 없지만, 그림이나 동영상을 보여줄 경우 어느 것이 핵심 내용인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충분히 있다. …

교회는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첨단 기술의 사용을 제한해야 할지 모른다. 복음이 복된 말씀인 것처럼 설교 역시 말과 글이어야지 그림이나 동영상이 될 수가 없다. …

요즘 교회 광고를 동영상으로 하는 교회가 많다. 멋진 시도다. 복음을 왜곡하지도 않는다. 다만, 그런 강력한 매체에 맛을 들인 성도들이 덤덤하게 말로만 하는 설교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렇게 매체의 변화를 무조건 따라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 여전히 글과 말은 중요하다.

▲한 교회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찬양하고 있는 모습. (본 사진은 해당 기고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크투 DB
▲한 교회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찬양하고 있는 모습. (본 사진은 해당 기고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크투 DB

교회교육과 문해력

요즘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은 갈수록 문해력을 저하시키는 환경이다. 아이들보다 스마트폰과 유튜브가 나이가 더 많다. 그에 따라 세속 정부의 교육부도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 중이다.

교회는 이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 왜냐하면 복음은 책에 기록되어 있고, 말과 글로 전파되며, 언어로 계속해서 보존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자의 의미가 약화되고 영상의 중요성이 강화되는 시대이지만, 과연 교회교육도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게 옳은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든 아이들이 성경이라는 책과 멀어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코로나19라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영상 제작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혹시나 이전의 방식을 완전하게 대체할 때 나타날 부작용을 염려해야 한다. 코로나19라는 특정한 시기에 한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이 어려워한다 해서 무작정 쉽게만 가르칠 것인지, 아니면 이해하지도 못하는데 어렵게만 가르칠지, 그 중간 지점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길면 읽지 않는 세대(TLDR: Too Long, Didn’t Read)에게 긴 글을 끝까지 참고 읽는 힘을 길러주지 않으면 방대한 분량의 글로 된 책인 성경을 1독이라도 할 수 있는 자녀와 신자가 몇 명이나 남게 될지 걱정이다. 그렇다고 성경 분량을 우리 마음대로 줄이거나 성경책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 않은가?

장년교육과 문해력

그나마 나은 장년조차 문해력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유튜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연령층이 60-70대다. 돋보기를 써야 책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체력보다 영상을 보는 체력이 덜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도 문자를 통한 교회교육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들에게 가장 좋은 것은 성경 통독이다. 한국교회는 성경 읽기에 열심 있는 신자들이 많다.

성경 통독 전통은 한국교회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전통이다. 또한 기독서적 읽기 운동도 병행되어야 한다. 책을 읽을 줄 알아야 성경책도 읽을 수 있다.

▲한 신학대 졸업식 모습. (본 사진은 해당 기고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크투 DB
▲한 신학대 졸업식 모습. (본 사진은 해당 기고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크투 DB

신학교육

『신학 말고 국어공부부터 하게나, 김전도사』라는 책이 있다. 마태복음을 해설한 책이지만, 이 책 제목은 국어가 안 되면 신학도 설교도 안된다는 것을 풍자적으로 잘 보여준다.

그런데 앞서 지적한 것처럼 요즘 신학생들의 국어 실력은 심각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다졌어야 할 문해력을 20대 후반이 넘는 신학생들에게 키워 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신학교육은 이제 이러한 환경을 이해하면서 전환해야 한다. 교회는 목사후보생을 신학교에 보낼 때 기본적인 문해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신앙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소양과 기초학문을 갖추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신학대학(학부)은 신학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기초 학문과 교양 학문을 가르쳐야 한다. 언어, 문학, 철학,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신학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

요즘 신학대학마다 신입생 정원을 채우기 어렵다. 이러한 때에도 신학대학이 자꾸만 신학대학원 역할을 하려고 해선 안 된다. 원래 존재 목적대로 기초학력을 높이는 과정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성경 번역과 문해력

한국교회는 문해력 저하 시대에 성경을 어떻게 번역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성경은 1910년 이뤄진 구역(舊譯)을 기초로 하고 있다. 1998년 번역된 개역개정조차 구역에서 사용된 어려운 한자어가 많이 남아 있다.

문해력 저하 시대에 한자어를 그대로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쉬운 말로 바꿀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어려운 한자어는 문해력 저하 세대에게 통독과 정독의 장애물이다. 그렇다고 쉬운 말로 바꾸는 게 무조건 답도 아니다. 한자어로만 표현 가능한 개념어가 많기 때문이다.

▲이 정도 열정으로 성경을 읽는 성도들이 얼마나 될까. ⓒ크투 DB
▲이 정도 열정으로 성경을 읽는 성도들이 얼마나 될까. ⓒ크투 DB

예배(禮拜), 기도(祈禱), 찬송(讚頌), 헌금(獻金), 교회(敎會), 목사(牧師), 장로(長老) 등 기독교 용어의 대부분은 한자어다. 성경에 기록된 전능(全能), 성전(聖殿), 십자가(十字架), 우편(右便), 천국(天國), 창세기(創世記), 역대기(歷代記), 사도행전(使徒行傳) 등도 모두 다 한자어다.

삼위일체(三位一體), 기독(基督), 예정론(豫定論), 칭의(稱義), 성화(聖化) 등도 모두 한자어다. 그리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개념어는 없다. 그렇기에 한글 전용도 무의미하다.

그렇다고 어려운 한자어를 그대로 두기도 어렵다. 너무 어려운 글자가 많을 때, 문해력 저하 세대로부터 성경이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해력 저하 현상을 무시할 수도 없고, 타협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애굽, 바사(波斯), 서바나(西班牙; 롬 15:23), 앗수르, 바로 등 지금은 기독교 외에는 쓰지 않는 옛날 번역어는 이집트, 페르시아, 스페인, 아시리아, 파라오 등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 모든 문제는 문해력 저하 시대에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결론

글이 길어졌다. 아니 의도적으로 조금은 길게 써 보았다. 이 정도 분량의 글을 쉽게 읽지 못하는 시대가 우리 시대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문제 제기만 잔뜩 했지, 크게 답을 주진 못했다. 이제 고민을 시작할 때다.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문맹 시대에도 복음은 전해졌다. 그러나 문맹 시대에 복음은 왜곡되기도 했다. 글을 아는 이들이 복음을 독점했고, 왜곡했으며, 이미지로 나타내려 했고, 그 결과 우상숭배로 이어지기도 했다. 중세 시대의 일이다.

이제 문맹 시대는 가고, 어느새 문해력 저하 시대가 도래했다. 이 시대에도 복음은 전해질 것이다. 하지만, 복음이 왜곡될 수 있고, 변질 가능성이 많다. 무엇보다 신앙의 깊이가 얕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교회가 속히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손재익 목사.
▲손재익 목사.

손재익 목사(한길교회 담임)
『특강 예배모범』(흑곰북스), 『설교, 어떻게 들을 것인가?』, 『나에게 거듭났냐고 묻는다면?』, 『성화, 이미와 아직의 은혜』(좋은씨앗) 외 다수 기독서적 저자
유튜브 채널 “기독교의 모든 것”(https://www.youtube.com/christ00)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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