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교회에서 오래 이어진 교회의 저항권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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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환경에서의 국가와 교회 (4) 정부의 집회 제한 및 대면예배 금지 조치

본지는 지난 5월 24일 한국기독교학술원 제57회 세미나에서 이상규 박사(백석대 석좌교수)가 발표한 ‘코로나 환경에서의 국가와 교회’를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루터 “사람에게 복종하기보다 하나님께 복종”
칼빈 “국가 권력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위탁”
베자 “부당한 국가 권력에 저항은 정당하다”

▲이상규 박사. ⓒ크투 DB
▲이상규 박사. ⓒ크투 DB

3. 국가와 교회: 국가기관의 종교 집회 제한은 정당한가?

3) 저항권 사상

국가권력이 공권력을 동원하여 성경의 가르침에 명백하게 위반되는 요구나 강요에 대해서는 저항할 수 있다는 이른바 ‘저항권(Right of resistance) 사상’은 중세 유럽 사회의 법체계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사실상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을 통해 제시되어 근대적인 개념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와 관련하여 3가지 성경 본문이 주로 인용되어 왔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마 22:21)”는 정치와 종교의 경계를,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순종하라(롬 13:1)”는 하나님이 세우신 위정자들에게 복종하라는 가르침으로, “사람보다 하나님을 순종하는 것이 마땅하니라(행 5:29)”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백하게 하나님 말씀에 위배될 경우에는 저항할 수밖에 없다는 가르침으로 이해해 왔다.

루터는 하나님의 왼손 왕국인 세속권에 대한 복종의 의무를 강조했지만, 무조건적인 복종을 가르친 것은 아니었다. 세속권은 영생의 법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신앙에 반하는 요구를 할 경우 저항할 수 있다는 점을 말했다.

루터파의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서 16조 말미에도 “사람에게 복종하기보다 하나님께 복종해야 하기” 때문에, 관헌에 대한 복종은 무조건적인 것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인간의 죄성을 ‘자기 안으로 구부러진 마음’으로 규정했던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 ⓒvision.org 캡처
▲인간의 죄성을 ‘자기 안으로 구부러진 마음’으로 규정했던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 ⓒvision.org 캡처

저항권 이론은 칼빈에게 와서 보다 선명하게 제시되었는데, 그의 저항권 이론은 『기독교 강요』 Ⅳ권 20장 31-32항에 기술되어 있다.

여기서 칼빈은 국가 권력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위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권력자가 하나님께 반역할 경우에 한하여 저항하는 것은 정당한 일일 뿐 아니라 의무라고 지적한다. 위정자에 대한 복종보다 하나님에 대한 순종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에 대한 저항, 그 자체가 권력화(權力化)되기 때문에, 저항 역시 하나님으로부터의 위탁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칼빈이 죽은 후 프랑스 개혁파 교회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저항권 사상이 전개되었다.

이러한 논리를 주장하는 이들을 ‘모나르코마키(monarchomachi)’, 곧 ‘군주와 싸우는 자’라고 불렀는데, 모두가 프로테스탄트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표적인 인물은 칼빈파 인물들이었다. 프랑스 개혁파의 정치적 견해가 당시 이러한 형태로 표출된 것이다.

▲종교개혁자 칼빈(1509-1564).
▲종교개혁자 칼빈(1509-1564).

이것은 칼빈의 저항권 사상이 변화된 정치적 상황 가운데서 새롭게 전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칼빈의 저항권 이론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한 이가 칼빈의 후계자였던 베자(Theodor de Beze, 1519-1605)였다.

베자는 익명으로 출판된 『위정자의 신민에 대한 권리와, 시민의 위정자에 대한 의무에 관하여(De jure magistratutm in subditos et officio subditorum erga magistratus)』에서 부당한 국가 권력에 대한 저항을 정당한 것으로 주장했다.

이 책은 바돌로메 축일 대학살(1572)을 경험한 이후 저술된 책인데, 이 책이 가져올 충격을 고려하여 익명으로 출판한 것이다. 베자는 이 책에서 어디까지 복종하고 어디서 저항할 것인가는 각자 그리스도인의 ‘양심’이란 저울에 달아 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후 프랑스에서 저항권 사상은 현저한 진전을 보이는데, 스코틀랜드인 조지 부케넌(J. Bucanan), 칼빈의 문하생인 존 낙스(John Knox), 모나르코마키(Monarchomachi)들과 교섭이 있었던 스코틀랜드인으로 프랑스에서 교사로도 활동했던 존 메이저(John Major 1470-1550)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이렇게 볼 때 칼빈은 저항권 사상의 원류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저항권 사상은 스코틀랜드를 거쳐 장로교 전통에서 수용되는데, 그것은 17세기 스코틀랜드의 언약도들(Covenanters)의 경험이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제네바 바스티옹 공원에 세워진 종교개혁자 석상. 왼쪽부터 파렐, 칼빈, 베자, 녹스 순서로 배치되어 있다.
▲제네바 바스티옹 공원에 세워진 종교개혁자 석상. 왼쪽부터 파렐, 칼빈, 베자, 녹스 순서로 배치되어 있다.

장로교 신앙을 지키려는 이들이 국가 권력으로부터 심한 탄압을 받고 신교(信敎)의 자유를 유린당했을 때, 국가권력에 대한 저항의 정당성을 숙고한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상 서구 교회에서 오랜 기간 동안 전개되어 온 저항권 이론을 소개했는데, 이는 근대 사회에서 널리 수용되었다. 국가권력이 부당하게 종교의 자유, 신교(信敎)의 자유, 혹은 예배의 자유를 침해할 경우 저항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한 한국교회의 인식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규 박사
백석대 신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고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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