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역사, 교리, 찬양, 예언들로 되어 있지만, 많은 부분은 이야기(story)로 되어 있다. 특히 설교에는 성경을 본문으로 한 지금, 여기에서의 story를 소개하는 것이 듣고 이해하는데 용이하다.
그래서 예화들은 성경공부나 설교에 유용한 자료다. 몇 개의 사례를 찾아보자.
①한 귀족의 아들이 시골에 갔다가 수영을 하려고 호수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발에 쥐가 나서 수영은커녕 물에 빠져 죽을 것만 같았다.
귀족의 아들은 살려달라고 소리쳤고, 그 소리를 들은 한 농부의 아들이 그를 구해주었다. 귀족의 아들은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그 시골 소년과 친구가 되었다.
둘은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키웠다(다윗과 요나단처럼). 그런데 그 시골 소년의 집은 너무 가난하여 공부를 계속할 형편이 못 되었다. 그러자 귀족의 아들은 아버지를 졸라 생명의 은인인 시골 소년을 런던으로 데리고 왔다.
결국 그 소년은 런던의 의과대학에 다니게 되었고, 그 후 포도당 구균이라는 세균을 이용하여 페니실린이라는 기적의 약을 만들어냈다. 이 사람이 바로 1945년 노벨의학상을 받은 알렉산더 플레밍이다(Alexander Fleming).
한편 귀족 소년은 정치가로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26세에 국회의원이 되었고, 그 후 폐렴에 걸려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다.
그 때 알렉산더 플레밍이 만들어낸 페니실린이 급히 배송되어 그의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이 귀족 소년은 다름 아닌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이었다.
어릴 때 우연한 기회로 맺은 우정이 평생, 계속되면서 이들의 삶에 빛과 생명을 주었던 것이다.
②성산 장기려 박사(장로)의 이야기를 보자.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리는 ‘성산 장기려 박사’는 1995년 12월 25일 성탄절 아침 6시에 천국으로 떠나셨다.
전쟁으로 부산 피난 시절 ‘복음병원’의 기초를 놓았고 평생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던 그분을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성탄절에 불러 가심으로, 그의 삶을 온 세상이 주목하게 하셨다.
성탄절이 나 하나만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휴일로 전락된 이 세상, 성산 장기려 박사처럼 이웃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내 것을 나누는 삶을 이어갈 때 이 땅에 오셔서 생명을 주신 예수님의 모습이 우리를 통해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신앙이란 예배당에 갇히지 않는다. 신앙이란 성경에 밑줄을 긋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다 밑줄을 긋는 것이다. 세상을 치료하기 위해 오신 예수님의 모습을 예배당 밖에서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교회와 이웃이 많아진 요즘, ‘성산 장기려 박사’ 같은 따뜻한 가슴과 손길이 더욱 필요하다.
그를 존경하고 박수를 보내기는 쉽겠지만, 그 분처럼 살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씩 나누다 보면 언제쯤 그분 곁에 가까이 다가서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장 박사는 북한에 두고 온 부인 김봉숙 여사와 5남매를 평생 그리워하며 살았다. 정부가 상봉을 주선했지만, 나만 특혜를 누릴 수 없다고 거절하기도 했다. 그분의 비문에는 “주님을 섬기다 간 사람”이란 문구가 써있다.
춘원 이광수는 그분을 가리켜 “바보 아니면 성자”라고 규정했다.
③“어지러운 세상일수록 제정신을 똑바로 차릴 줄 알아야 한다. 제 정신을 차리려면 자기 마음을 찾고 닦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자기 집 문단속은 잘하면서,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자기 마음은 단속할 줄 모르는 것 같다.”
저술가로도 유명한 법정 스님의 글이다. 스님은 ‘침묵(묵언 수행)’에 대해서도 의견을 말했다. “침묵은 하나의 존재다. 그것은 우주의 언어다”라며 가톨릭 수도자인 토마스 머튼, 고려 시대 야운 스님, 인도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의 침묵 수행을 설명했다.
좌선할 때도 “눈을 감지 마라”, “허리와 척추, 머리와 목을 똑바로 세워 그 모양이 부처님 사자 탑과 같게 하라”고 했다.
그는 10년 전 입적(사망)하면서 “그동안 풀어놓은 말 빚을 다음 생에까지 갖고 가지 않겠다”며 자신의 저서에 대한 절판(絶版)을 요청했다. 그에 따라 ‘무소유’ 등 그의 저서는 더 이상 출판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세상이 모두 병들었는데도 아파하는 사람이 없다. 왜냐면 진실이 신발을 신는 동안, 거짓은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다짐하자.
“생각은 정확하게, 소통은 담백하게, 결과는 완벽하게 하자. 작은 변화가 일어날 때 진짜 삶을 살게 된다. 오늘도 우리 다 같이 다짐하자.”(Scribo ergo. sum/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