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마치 삶이 우리를 속이는 것처럼 바람 불 때가 있습니다.
오늘 새벽기도 후 늘상 가는 앞산을 향했습니다.
출발 때 빗방울이 뿌렸습니다.
오늘 비오는데 가시렵니까 묻는 동행 목사님에게,
“우비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더니,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후반기 6개월 100회 정해진 횟수 채우는데,
지난 주 신 임직자 당회 면접과 이러저러한 내용으로,
숫자에 부족이 생겨서 생각할 필요가 없어 편했습니다.
입구 도착해서 우비 갖추고,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참 난감한 것이, 산을 오르자 잠시 후 그 산은 전혀 비가 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땅도 젖지 않고, 다만 지난 주 젖은 땅의 물기 흔적 뿐이었습니다.
오늘은 아침 교회 모임도 있고 해서 조금은 서둘러 움직였습니다.
늘 가는 곳까지 가서 돌아오는데,
그야말로 비 한 방울 없어서, 오늘 안 왔으면 참 억울했겠다 생각했습니다.
우비 벗어서 접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내려오려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참 황당했습니다.
마치, 놀림 당하는 것처럼.
그냥 비 좀 맞아보자 하고, 넣은 우비 귀찮아 너털히 내려오는데,
또 비는 그쳐 망망한 나무들과 그 잎의 흔들림만 보였습니다.
우비 입었다면 또 얼마나 황당했을까?
어디 이런 삶이 오늘 아침 간단한 산행일 뿐이겠습니까?
사랑하는 성도님들, 그냥 마음 편히 삽시다.
비오면 좀 맞고, 옷 젖으면 빨아서 말리고,
미끄러지면 산이 나를 품으려는가보다 생각해,
그 품에 안겨 얼마간 누워있다 천천히 일어나 오고.
그러다보면 삶이 또 흘러가지 않겠습니까?
예상이 빗나갔다 후회해야, 그 후회가 또 우스워질 때도 있고,
삶이란 것이 어디 우리 수준에서 통제되는 것이겠습니까?
주님 믿고, 마음 편히 가는 데까지 가봅시다. 그것이 믿음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