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MBTI? 체액론? 인간의 유형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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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 인간이 비슷한 것 같지만, 사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다.

나는 70억 인류 중 단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있으면 둘 중 하나가 없어져도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모든 사람이 중요한 것이다. 내가 아니면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게 될 어떤 일이 있는 것이다.

인류의 종류는 오래전부터 분류돼 왔다. 혈액형으로 A형, B형, O형, AB형 및 기타 RH 혈액형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사상의학에선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으로 나누어 건강관리와 한약처방에 참고해 오고 있다. 체액론자(Hippocrates)들은 다혈질(낙관희망), 점액질(냉담), 담즙질(과민성), 우울질(비애)로 나누었다.

C.G. 융(Jung)은 성격의 원동력을 libido로 보아 그 지향에 따라 내향성과 외향성으로 나누었다. W. H. 셸던(Sheldon)은 신체의 형태에 따라 외배엽형(ectoderm/피부와 신경조직), 내배엽형(endoderm/소화기관), 중배엽형(mesoderm/골격, 근육, 혈관)으로 나누었다.

E. 크레치머(Kretschmer)는 체격을 기준으로 세장형(細長型/leptosome), 투사형(鬪士型/athletic) 및 비만형(肥滿型/pyknic)으로 나누었다. E. 슈프랑거(Spranger)는 성격을 기준으로 ①이론형 ②경제형 ③심미형 ④사회형 ⑤정치형 ⑥종교형으로 나누기도 했다. W. 딜타이(Dilthey)는 ①감성적 유형 ②영웅적 유형 ③사색적 유형으로 나누기도 했다.

그 후 최근의 상담학자들이 많이 활용하는 것 중 성격유형검사(MBTI)가 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의 성격유형이 ‘INFP’(내향성 감정형)라고 해서 화제가 됐다.

이 유형은 말없이 봉사하고 헌신적이다. 신념만 일치하면 아주 정열적이며, 명분과 의미를 추구한다. ‘속에 불을 뿜고 있는’ 형이다. 조용하면서도 고집불통이다. 원리원칙, 약속시간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며 자유분방하다. 관심 분야가 많고 인간관계가 깊은 마지막 돈키호테라고 한다.

MBTI는 1921-1975년 브릭스(Briggs, Katharine Cook)와 마이어(Myers, Isabel Brggs) 모녀가 개발한 자기보고식 성격유형 검사도구이다. ‘마이어-브릭스 유형지표’(The Myers-Briggs Type Indicater/MBTI)라고도 한다. 여러 문항에 대한 개인의 선택에 따라 유형이 분류된다.

성격 유형은 ①에너지 방향(외향성과 내향성) ②인식 기능(감각형과 직관형) ③판단 기능(사고형과 감정형) ④생활 양식(판단형과 인식형)에 의해 4×4=16개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참고로 필자의 성격유형은 외향성 감각형(ESFP)이다. 작은 일에도 감동을 잘하며 쉽게 행복을 느낀다.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며 명랑 쾌활하다. ‘인생은 풍요의 원천이며 축제’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을 좋아하고 같이 이야기 나누는 것을 즐긴다. 남의 일에 관심이 많으며 잘 도와준다. 앞뒤 재는 것 없이 순수하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며 대강 철저히 하는 것을 선호한다. 분위기에 약해 충동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되어 있다. 잘 맞는 것 같다.

결혼 등 새로운 인연을 만들때, 직장에서 신입 직원을 뽑을 때, 교회 안에서 공동생활을 할 때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알기 위해 한 번씩 검사해보면 좋을 것이다.

독일 클라우스 우어반 교수(하노버대)가 개발한 TCT-DP(Test for Creative Thinking-Drawing Production) 진단도구를 통해 자녀들의 좌뇌-우뇌 능력검사를 할 수도 있다.

좌뇌는 지식이나 정보를 잘 기억하고 활용, 분석, 조합하는 논리적 사고력으로 학습능력에 관계되고 우뇌는 융통성, 상상력, 독창성 등 창의적 능력에 관계된다.

그 검사 결과를 보면 ①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형(상대적좌뇌형) ②천재적 수학자 아르키메데스형(극좌뇌형) ③독보적 건축가 가우디형(상대적우뇌형) ④독창적 예술가 피카소형(극우뇌형) ⑤다재다능 다빈치형(균형발달형)으로 분류된다.

원칙적으로 성격유형이나 두뇌유형은 우열개념이 아니다. 서로 다름(difference)을 나타내는 것이다. ‘뿔 가진 놈은 이빨이 없다’(角者無齒)는 것이니, 공평한 것이다.

날아다니는 짐승은 날개가 있는 대신 두 다리만 있고, 지상을 뛰어다니는 짐승은 네 다리가 있다. 머리가 좋은 사람도 있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도 있다. 소 잡는 칼과 닭 잡는 칼이 다를 뿐, 옳고 그르거나, 좋고 나쁜 것은 아니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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