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 밑 서늘함이 가을을 느끼게 합니다.
삶은 후덥도 하나, 때로는 선선하기도 서늘하기도 해서, 힘을 주기도 합니다.
가을의 서늘함은 언제나 새롭습니다.
목울대 위, 그 턱 밑 수염 깎은 자리를 스치는 가을의 서늘함은,
먼 산을 바라보게 하고, 하늘을 바라보게 하며, 그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게도 합니다.
언제나 가을의 추억은 동화가 되어 가슴에 피어나는 이른 아침 호수의 물안개입니다.
피어오르는 물안개, 쌓였던 아름다움과 그리움의 그림들은,
삶이 아무리 멀리 흘러도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
새벽기도 오는 길이 이미 어두움입니다.
여명의 희미한 밝음 속에 점점 드러나는 만상을 마주하며 또 남겨두며 와서,
묵상 속에 느끼는 아침 밝음의 광채는 늘 빛이 난무하는 화려의 광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여름 새벽의 수려함이 가고,
좀 더 늦게 다가오는 아침의 깊은 기운이, 또한 황홀한 계절 속으로 뒤따라가 묻히게 합니다.
가을이면 늘 호흡하기도 아깝다 생각됩니다.
지극히 아끼는 것들에 대한 외경심과 아까움, 그리고 그 설레임과 떨림을 동반하는 감동.
삶이란 때로 그악한 것 같아도, 그 쉽지 않은 삶이 주는 선물도 가끔은 감격입니다.
때 되면 무엇인가 선물을 받기도 합니다.
그 선물에 담긴 마음.
우리는 살아가면서 마음을 주기도 했고, 마음을 받기도 했으며,
마음대로 되지 않은 생의 애환들을 아퍼하기도 하고,
또 그 아퍼함 속에서도 길 찾아가는 자신과 삶들을 기특하게 여미며 살아왔습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삶과 죽음은 하나이며,
사랑과 미움도 하나이고,
가짐과 잃음도 한 의미의 순간에 도착함을 터득합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고, 가을에는 사랑하고, 가을에는 용서하고, 가을에는 기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