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한글: 우리 말, 우리 맛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국민 모두가 군인이 되어야 하고,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선 국민 모두가 시인이 되어야 한다.
각 나라, 각 민족마다 그들의 정서를 나타내는 특별한 단어나 어휘가 있다. 가령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쓰는 한(恨)이나 정(情)이란 말은 외국어로 쉽게 번역되지 않는다. 그 어떤 단어를 대도 우리 민족이 느끼는 같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글(우리말)을 잘 가꾸고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 ‘시를 쓰는 이는 시인이요, 시를 읽는 이는 철학자’라고 한 양광모 시인의 시를 읽어보자.
① “아침이면, 절대로 ‘시’ 거르지 말거라/ 점심이면, 오늘 ‘시’는 뭐로 할까요?/ 저녁이면, 딱 ‘시’ 한 잔만 하고 가시죠/ 밤이면, 시장한데 ‘시’나 시킬까?/ 새벽마다 시인의 꿈속에서 시 권하는 사회의 여명이 밝아 오나니/ 여보시오, 우리 언제 만나 ‘시’나 한 귀같이 합시다.”(양광모/ 시 권하는 사회)
② “따뜻한 햇볕 무료/ 시원한 바람 무료// 아침 일출 무료/ 저녁노을 무료// 붉은 장미 무료/ 흰 눈 무료// 어머니 사랑 무료/ 아이들 웃음 무료// 무얼 더 바래/ 욕심 없는 삶 무료”(양광모/ 무료)
③ “세월이 흐른 뒤에야 가슴에 촛불을 밝히는 것들이 있다/ 세월이 흐른 뒤에야 가슴에 촛불을 밝히는 것들이 있다/ 세월이 흐른 뒤에야, 꽃으로 피어나는 것들이 있다/ 때로는 안개로 밀려오고, 때로는 낙엽으로 떨어지고, 때로는 눈으로 쌓이면서/세월 흐른 뒤에야, 가슴에, 강물처럼 흐르는 것들이 있다”(양광모/ 가슴에 강물처럼 흐르는 것들이 있다)
④ “저 둥글고 환한 보름달, 다시 보기까지는/ 거반 한 달은 기다릴 수밖에, 별다른 수가 없다/ 길다고 생각하면, 퍽 지루한 시간이겠지만/ 이따금만 손꼽으면 즐겁고 행복할 수도 있다/ 기다림이 다하면/ 꼭 보름달이 다시 떠오듯/ 묵묵한 기다림의 삶에는, 좋은 날이 찾아오고야 말리”(정연복/ 기다림)
⑤ “번쩍이는 보석 반지 바라지 않고요/ 장미꽃 백 송이도 원치 않아요/ 풀꽃 반지도 충분하고요, 들꽃 한 송이도 그지없이 기뻐요/ 당신의 존재 자체가, 최고의 선물인데/ 그 밖의 무슨 선물이, 더 필요하겠어요/ 나를 오래오래, 아끼고 사랑해 줄 거라는/ 당신의 마음 하나만, 끝끝내 변치 않는다면”(정연복/ 선물)
⑥ “사과는 나뭇가지에서, 땅으로 떨어진다/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만유인력의 법칙 때문이다/ 내 가슴 속 사랑은, 늘 너에게로 향한다/ 남들은 눈치 못 채는 사랑의 법칙 때문이다/ 사과가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 수 없듯이/ 나의 사랑은 온 세상에서, 오직 너를 향할 수밖에 없다”(정연복/ 법칙)
현재 성경이 700개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으니, 이 세상에는 정말로 많은 언어들이 있는 것이다. 중국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한국어, 일본어 등이 있다.
분류해 보면 ①상형문자(漢字)는 사물의 개념 수만큼 글자가 필요하다. 소리는 같으나 뜻이 다른게 많다. 한 글자에 여러 의미가 있기도 하다.
②음절문자(일본의 가나)는 한자의 모양을 단순화시킨 것이다. 언어의 음절 수만큼 글자가 필요하다.
③음소문자(로마자/영어)는 한 글자가 한소리 단위인 음소로 표기한다. 글자 수가 적어 편리하지만, 음성언어를 그대로 적는데 제약이 있다.
④음성언어(한글)는 발음기관(닿소리/ 자음)과 우주형상(天地人/ 홀소리/ 모음)을 본떠서 만든 과학적 언어다.
음소를 글자 단어로 삼아 첫소리(초성), 가운뎃소리(중성), 끝소리(종성)를 포함해 모든 음성언어를 그대로 표기할 수 있다. 특별히 컴퓨터를 이용해 글자를 쓰는데 탁월한 편리함을 나타낸다.
한글은 창제자(세종대왕/ 1397-1450/ 재위 31년 6개월)가 분명하고, 창제 연도가 정확한 언어이다. 또 자주, 애민, 이용(利用)이라는 창제 정신이 분명히 제시되어 있다.
2021년 10월 9일은 575돌 한글날이었다. 유네스코(UNESCO)에서는 해마다 세계에서 문맹 퇴치에 공이 큰 자에게 ‘세종대왕 문맹퇴치상’을 주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는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고, 한글의 멋을 더욱 다듬도록 하자.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