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짧은 글, 긴 여운
고담준론(高談峻論)이나 긴 학술논문을 통해서도 배움이 가능하지만, 단 한 마디의 촌철활인(寸鐵活人)으로 감동과 깨달음을 얻을 때도 있다.
사람에 따라 긴 소설보다는 짧은 수필, 수필보다는 더 짧은 시나 시조 한 구절에서 깊은 진리를 얻기도 한다. 특히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다니며 짧은 카톡방의 한마디로 울고 웃기도 한다. 그런 신세대의 지적 양식을 위해 다음과 같은 글귀들이 소용될 수 있겠다.
영어에서는 정관사(the)가 붙으면 특별한 것이고, 부정관사(a/an)가 붙으면 일반적인 것으로 여긴다. 특별한 것과 평범한 것의 차이는 한 뼘도 안 된다.
조금만 이렇게 보면 ‘나만의 일’이고, 조금만 저렇게 보면 ‘우리 모두의 일’이다. 생각을 조금만 더 유연하게 하고 보면 모든 것이 재미있고 언제 어디서든 배울 수 있다.
①뜨거웠던 아이는 어른이 되며 점점 식어서 자신의 온도를 찾아간다. 내가 나에게 바라는 한 가지 소원은 계속 나로 남아있는 것이다.
②누구나 자기만의 그릇을 갖고 있다. 욕심을 부리면 넘치고, 소심하게 굴면 놓친다. 하지만 넘쳐보지도, 놓쳐보지도 않으면 그릇의 크기조차 알 방법이 없다. 비로소 알게 된 그릇이 생각보다 작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③결정이란, 어떤 방향으로 가기 위한 화살표에 불과하다. 너무 두려워하지 마라.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건 자신이 세운 기준 같은 게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해도 스스로를 믿어주는 마음이다.
④상상과 고집으로 키운 두려움에서 도망쳐라. 결국, 마주치면 생각보다 별 것 아니다. 불가능할 것만 같던 일들이 시작만으로 충분하다.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변하고, 쉽게 새로워진다. 나는 아직 나의 힘(잠재력)을 잘 모른다.
⑤나는 아직 대리만족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직접 느끼지 않으면 만족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슬픔도, 아픔도, 기쁨도, 사랑도.
⑥더 강하고, 더 영리하기를 원하는 세상에서 그저 연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나를 발견한다. 강하다는 건, 세상에 맞춰 영악해지는 게 아니라, 약한 나를 인정하고 내 모습 이대로 단단해지는 것이다. 그러면 아무도 부술 수 없는 내가 될 수 있다.
⑦남을 흠모하면서 다르고 싶다니, 될 리가 없다. 부러우면 대놓고 부러워하고, 걱정되면 끝까지 걱정하고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기로 한다. 눈치 보는 감정은 잠재워지기보다 몰래 커지기만 할 테니까.
⑧시작과 끝이라는 화려한 순간 사이에는 ‘유지’라는 무겁고 더디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아무나 버텨낼 수 없는 시간이 숨어있다. 산다는 것에는 시작과 끝이 아닌 단 하나의 ‘이어짐’이 있다. 우리는 아직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⑨계획은 오늘, 내년, 10년 뒤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게 아니라, 지금 나의 태도와 마음을 정하는 일이다. 하나님은 나를 만들 때 눈치를 너무 많이 넣었다. ‘예민’이라든지 ‘민감’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귀도 잘 안 들리고 눈도 나쁜데, 왜 굳이 촉(촉감)만 좋게 했는지 덕분에 엄청 피곤하다. 그러나 잘 활용만 하면 달란트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나의 가장 미숙하고 취약한 부분까지도 좋아하기로 결정한다.
⑩나는 누군가 내게 ‘허당’이라고 말하면 좋아진다. 잘하려고만 발버둥치는 나의 ‘틈’을 발견해준 것 같아서다. 그래도 충분히 예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다.
⑪주변에 끊임없이 축하할 일이 생긴다는 건 분명히 감사한 일이지만, 가끔은 나도 축하를 받고 싶어지는 건 어린(유치한) 욕심일까? 내 안에는 아직도 다섯 살짜리 꼬마가 살고 있다.
⑫인간의 손은 두 개뿐이다. 이미 무언가를 쥔 손으로 다른 것을 쥐려면 이미 쥐고 있던 것을 놓거나 놓쳐야 한다. 아주 가끔 서너 가지를 쥘 수 있게 되었다 해도 곧 놓거나 놓치게 될 것이다. 칠월을 맞이할 때 일 년이 절반으로 꺾이는 날, 기회와 선택이 서로 스치고 지나가기 좋은 때이다.
⑬나이 든 사람들이 부럽다. 빈 그릇처럼 주어진 시간을 백발이 되도록 그득 채울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작은 글씨는 잘 안 보이지만 세상만사를 멀리서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는 것은 멋있다. 나이 듦은 재빠르면서도 까마득하다. 지나간 생은 너무나 유한하고 남은 생은 너무나 무한하다.
나는 젊었을 때 한 원로 장로님이 “당신 늙어봤어? 난 젊어 봤어!”라고 농담하시던 말을 잊을 수 없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