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아닌 ‘첫 사랑’ 회복? 꿈도 꾸지 말라… 유효기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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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103] ‘첫 사랑’ 대신, ‘처음 행위’ 회복을 권면하신 이유

1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찾았을 때 열광하고 깊이 빠져든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한동안은 그 일이나 사람이나 대상에 빠져 대단한 흥미를 느끼며 탐구하곤 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하루 종일 상대방을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기쁘게 해줄까 하는 즐거운 고민을 한다. 어떤 취미나 연예인에게 빠졌을 때도 이른바 ‘덕질’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사실 이 주제는 신앙과 사랑의 두 측면에서 모두 적용되는 현상이다. 예수님을 알고, 성경을 알고, 말씀의 맛을 알면 세상 어떤 일보다 가치 있게 느껴져 24시간 그 안에 빠져 말씀을 보고, 연구하고, 기도하며 모이기에 힘쓰고, 교회생활을 사모하기도 한다.

이런 것을 첫 사랑, 첫 마음이라고 하는데, 과거 이런 시간이 없었다면 구원받은 것이 맞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배우자나 연인에게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조금 특이한 사람이거나, 애정이 깊지는 않은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연애에 있어 ‘첫사랑’은 주로 처음 연애를 해보는 대상을 말하는데, 오늘 이야기하는 것은 그런 대상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든 처음 알게 되고 빠져드는 그런 상태,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시간을 가리키는 것이다. ‘첫사랑’이 아닌 ‘첫 사랑’을 말한다.

아무튼 첫 마음은 특별하다. 풋풋한 설렘과 낯섦이 공존하면서 늘 기분 좋은 긴장감을 유지하게 되고, 상대방을 더 존중하고 신경을 쓰면서, 나를 좀 더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애쓰게 된다. 두 사람이 두고두고 잊지 못할 강렬하면서도 값진 시간이다.

그런데 이 첫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결코 마냥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서약을 하고 다짐을 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약발(?)이 다하게 된다.

그것이 이상할 것 없는 이유는 바로 그런 과정이 자연의 거대한 법칙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쇠퇴하고 부패하며 식어지는 것이 만물의 법칙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첫 마음과 첫 사랑이 귀하고 소중한 이유가 바로 이렇게 한시적인 기한 때문이다. 첫 사랑은 한정판, 딱 한 번만 주어지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라 더 값진 것이다.

2

어떤 목사님이 과거 신앙의 해답을 찾기 위해 방황할 때, 한 군소 교파에 가본 적이 있단다. 예수님과의 사귐과 직접적 만남에 중점을 둔 곳이었는데, 교회에 오면 기도하며 부르짖고, 저마다 가슴을 치며 외친다.

“오… 예수님!”

그들은 이렇게 늘 기도로 주님을 찾는, 나름 진정성 있는 사람들이었단다. 그런데 그 목사님이 몇 번 참여하면서 관찰해 보니, 어떤 사람들은 5분 만에 눈물을 흘리는데 어떤 사람들은 30분 넘게 가슴을 때리며 땅에 머리를 찧어야 겨우 눈물이 흘렀다.

“오오… 예수님! 오, 나의 주님!!”

이렇게 여러 번 부르짖어도 감감무소식인 사람들은 수십 년 신앙생활을 한 사람들이고, 바로 감정이 올라오는 부류는 갓 믿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면 수십 년 믿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이들의 신앙은 화석처럼 굳어 보이지만, 더 진하게 익었을지도 모른다. 신앙에는 감정도 필요하겠지만 그게 다가 아닌데, 매번 감정을 퍼서 끌어올리라니 될 리가 있나.

요한계시록 2장에서 에베소 교회를 칭찬하신 예수님은, 네가 너의 처음 사랑(first love)을 버렸다고 책망하신다(4절). 그런데 희한하게도 처음 사랑을 회복하라고 하시지 않고, 네가 어디로부터 떨어졌는지 기억하고, 회개하며 처음 행위(first works)를 하라고 말씀하신다(5절).

왜 예수님은 ‘처음 사랑’을 잃어버린 교회에 다시 처음 사랑을 회복하라고 하시지 않고, ‘처음 행위’를 하라고 권면하셨을까?

예수님의 깊은 뜻을 다 알 순 없겠지만, 아마 주님은 우리의 심리 상태를 매우 잘 아시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만 요구하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

말하자면 너희가 처음 사랑을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니, 그때 했던 일들이라도 다시 하라는 것이며,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3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세월이 지나면 사랑도 깊어지고 신뢰도 더 쌓일 수 있지만, 연애할 때 감정이 되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잡은 고기는 먹이를 줄 필요가 없다는 거냐고 다그치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런 질문 자체도 우문이라는 얘기다. 과거의 풋풋했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10년, 20년을 살고도 연애할 때나 신혼 때처럼 굴면, 좀 이상한 사람이다. 특별한 용건 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하고, 자주 애정이 담긴 편지와 선물을 보내고, 떨어져 있기 싫어 졸졸 따라다닌다면 좋기만 할까?

그런 사람은 조금 비정상적인 사람이다. 모르긴 하나, 아마 최수종도 이렇게는 안 할 것이다.

부부 간에 처음 사랑을 잃어버린 상대방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해도 그때처럼 대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서로 너무나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치 예수님의 권면처럼, 처음에 그랬듯이 상대방을 걱정해 주고 신경써 주던 그 마음이라도 어느 정도 회복하면 잘하는 것이라고 본다.

물론 그조차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에베소 교회가 그런 권면까지 거절하고 아무것도 안 하면, 주님이 속히 가서 등잔대(촛대)를 옮기겠다고 경고하셨다.

등잔대는 각 교회의 사자(使者)들이다. 부부 사이에도 이도 저도 싫으면 그 자리를 지킬 자격이 없어지는 법이다.

흔히 초심을 잃지 마라, 첫 사랑을 회복하라…,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사업을 할 때도, 직장생활을 할 때도, 신앙에도, 사랑에도 첫 마음을 회복하라고 쉽게 조언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아니, 불가능한 일을 하라는, 다소 무책임하고 공허한 조언이다. 그게 쉽게 된다면, 누가 걱정하겠는가.

두 사람 사이에서도 첫 사랑의 회복은 꿈도 꾸지 말라. 시도해도 며칠 못 간다. 솔직히 처음에 했던 행위를 하는 것도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이것은 마음의 문제이며, 일관성의 문제다.

받을 때보다 줄 때 더 행복했던 시절을 돌아보고 그때만큼의 관심, 그때만큼의 배려와 책임감으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주는 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 정도는 꿈꿀 수 있는 삶이었으면 한다.

김재욱 작가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등 40여 종
https://blog.naver.com/woogy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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