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그리운 크리스마스 이브의 새벽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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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인천 행복한성결교회에서 킥보드를 타고 다니면서 캐럴을 들려주던 산타들. ⓒ행복한교회

▲작년 인천 행복한성결교회에서 킥보드를 타고 다니면서 캐럴을 들려주던 산타들. ⓒ행복한교회

“집에 들어가 아기와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엎드려 아기께 경배하고 보배합을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리니라 (마태복음 2:11)”.

만왕의 왕이신 그리스도의 탄생하심! 당시 이방인들 사이에서도 구원자에 대한 기대가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특히 동방박사들은 하나님의 특별한 인도하심을 받아 예루살렘을 거쳐 베들레헴까지 별을 따라, 온 인류의 메시아로 오신 아기 예수님께 경배를 드리며, 보배합을 열어 예물로 드립니다.

“목자들은 자기들에게 이르던 바와 같이 듣고 본 그 모든 것으로 인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찬송하며 돌아가니라(누가복음 2:20)”.

당시 목자들의 천한 신분은 메시아 사역의 중요한 측면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들은 메시아에게 경배할 후대 모든 평범한 사람들을 대표하는 자들이었고, 특히 목자들에게 선포된 천사의 메시지는 구원자이자 주님이신 메시아의 두 가지 본질을 의미합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누가복음 2:14)”.

기뻐하신 사람들이란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하나님께서 절대 주권으로 은혜를 베풀어 구원할 자를 선택한다는 뜻을 내포하는 말씀입니다.

이 구절은 하나님의 아들이 오심으로 사람들에게는 평화 곧 메시아의 도래와 연결된 모든 축복이 임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당시 사람들 보기에 가난하고 천하며 희망 없어 보이는 목자들이었지만, 그들은 장차 구원자로 오실 아기 예수를 만나는 생애 최고의 기쁨을 누리는 복의 사람들이 되었던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은 별을 보고 크게 기뻐하고 기뻐하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천사들의 음성을 들었던 목자들은 아기 예수를 만나게 되는 최고의 밤을 맞은 사람들입니다. 이 복음을 전하는 최초의 전도자요 증인들이 되어, 지금까지 성경에 기록되어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입니다.

필자는 어린 시절 밤하늘을 유독 좋아했습니다. 계절마다 다르게 눈에 그려지는 정경은 정말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크고 작은 별들이 수놓은 밤바다 속에서 빤짝이며 속삭이는 찬송이야말로 필자의 가슴을 펄럭입니다. 눈 속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은하수의 모습은 지금도 그리움으로 적셔오는 추억의 밤입니다.

어린 시절 밤하늘과 오늘날 밤하늘은 사뭇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 시절 밤하늘은 맑고 청명하며 구슬같이 투명하게 보였지만, 오늘날 밤하늘은 공기조차 내음이 다르고 반짝이는 별들도 오염이 되었는지, 거슬러진 모습으로 눈에 들어옵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는 6일 동안 세상을 창조하실 때,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다섯 번이나(창세기 1:12, 18, 21, 25, 31) 증거하십니다.

그만큼 인간들이 세상을 살아가기에 편리하고 아름답게 창조하셨지만, 갈수록 탐욕이 부른 인간의 죄악으로 지구는 점점 쇠퇴하며, 언제 어디서 화산이나 지진, 그리고 홍수와 쓰나미, 돌풍 같은 회오리의 재앙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지경으로 인간은 늘 불안한 가운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칠 줄 모르는 인간의 욕망의 결과는 주님의 재림의 날이 다가오고 있음도 잊은 채, 소돔과 고모라, 노아의 대홍수조차 잊고 살아가는 오늘날 저들을 보노라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픔을 느낍니다.

어린 시절 동장군을 짊어지고 가는 모습을 본 분들은 기억하실 것입니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인분을 수거해 밭에 거름으로 뿌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동전 몇 푼에 인분을 사서 우리 곁을 지나가면, 인분 냄새로 코를 막던 시절이 추억으로 피어오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일찍 저녁을 먹고 교회로 갑니다. 교회 꼭대기 십자가에는 큼직한 별을 만들어 꼭대기에 세워두고 전깃불을 밝힙니다, 그 밝은 불빛으로 동네가 훤히 밝혀지며, 구주께서 나심을 전해줍니다.

곧 주일학교 아이들의 공연히 시작됩니다. 저마다 춤과 노래로, 연극이나 토막극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절정으로 달아오릅니다. 나이 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는 토막극이나 연극을 보시면서 자지러지게 웃기도 하시고, 때로는 눈물이 글썽 하시며 수건으로 눈가를 문지르는 모습도 아련히 피어오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절정은 새벽 송이지만, 그 전에 제일 신나고 즐거웠던 시간은 바로 선물 교환이었습니다. 난로 주위에 둥글게 앉아, 중고등부 학생들은 선물 교환을 위해 저마다 포장을 합니다. 포장된 선물 안에는 벌칙을 적어놓은 메모지도 있습니다. 그리고 선물 밖에는 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모자에 넣어놓은 번호를 모두 고르면, 가슴을 졸이며 자신에게 올 선물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릅니다. 사회자의 호명을 따라 나가는 학생들은 저마다 들뜬 마음으로 얼굴이 상기돼 있습니다.

어떤 선물은 바위 크기만큼 큰데, 포장을 하나 벗기면 또 나오고, 포장을 뜯으면 또 나오고…. 포장 벗기는 데만 시간이 엄청 소요됩니다. 드디어 선물의 실체가 드러나면, 모두들 웃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 실체는 연탄재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벌칙은 엉덩이로 자기 이름을 쓰는 것입니다. 돌멩이를 넣어놓은 상자, 바가지 과자를 넣은 선물상자도 나옵니다.

선물이 마음에 와 닿지 않지만, 무거운 벌칙까지 감내하느라 쓴웃음을 지으며 함께 웃고 울었던 시절이 지금도 그리워집니다. 어떤 학생은 당시 최고의 선물인 만년필을 선물을 받게 되어 모두들 탄성을 자아내며, 함께 부러워했던 기억도 아련히 떠오릅니다.

당시 만년필은 상당한 고가 품목이었기에, 만년필을 선물받은 사람은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아마 여학생이 준비한 것 같은데, 자신이 좋아하는 학생이 받으면 다행이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학생이 받으면 실망하기도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필자 역시 집이 가난하여 만년필을 갖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선물 교환이 끝나면, 집사님들이 끓여주신 떡국을 먹는 시간입니다. 얼마나 맛있었던지, 야식으로 나오는 떡국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지금처럼 라면이나 간식거리가 풍부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떡국은 서민들이 즐겨 먹는 최고의 먹거리였습니다.

떡국을 먹은 후 목사님의 진행으로 예배를 드리고, 새벽 2시가 되면 세 군데 지역으로 나눠 저마다 등을 들고 나갑니다. 그 중에 등을 들지 않은 학생은 산타 할아버지 선물 주머니를 어깨에 메고 나갑니다.

손이 시려워 목도리를 손에 감은 채 등불을 들고 집집마다 찾아가, 대문 앞에서 ‘기쁘다 구주 오셨네’ 찬송을 합창합니다.

찬송을 하고 나면 대문이 사르르 열립니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선물을 내어 놓습니다. 산타를 맡은 학생은 재빠르게 선물을 받아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보따리 속으로 집어 넣습니다.

그때는 공공기관인 경찰서, 파출소, 소방서 또는 교인이 하는 사업체, 병원 등을 방문해 새벽송을 부르며 주님의 나심을 알렸습니다. 특히 경찰서나 파출소에서도 선물을 준비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교인들 집으로 새벽송을 돌다 보면, 식혜를 끓여 주시는 분, 국수를 말아 주시는 분도 계셨고, 당시에는 귀했던 빵을 주셨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혹한 속에서도 주님의 탄생을 알리는 새벽송은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던 때 목자들이 불렀던 찬송 같은 마음들이었습니다. 그만큼 그 시대는 신앙인들이 순수했고 주님의 성품을 닮아 살려는 분들이었기에, 욕심이나 욕망, 탐심이 자리잡지 못했던 아름다운 세월이었습니다.

새벽송을 부르며 새벽을 깨우던 그 시절 밤하늘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맑고 청명했던 하늘,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하면서 저마다 자기 별이라고 주장합니다. 사랑과 기대에 부풀어 희망을 노래했던 그 시절 그리운 동무들도 보고 싶습니다.

무사히 새벽송을 마친 후 교회로 와서 해산하면, 아쉬움에 집에 가지 않고 남은 사람들은 난로 주위에서 잠을 청합니다. 나머지 분들은 집으로 돌아갔다가, 오전 11시 성탄 축하 예배를 드리기 위해 다시 나옵니다.

성탄 축하 예배를 마친 후 새벽송을 돌며 받았던 선물 보따리를 하나하나 풀어봅니다. 다시 선물을 점검한 후 고아원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것으로 크리스마스 대장정은 끝이 납니다.

새벽송이 사라진 지가 꽤 오래 된 것 같습니다. 새벽송을 다시 부활했으면 좋겠지만, 이웃들의 소음 피해 호소로 안 된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시내에서 떠드는 확성기 소리나 이륜차의 굉음 소리는 아량곳하지 않으면서 입으로 조용히 부르는 찬송은 소음으로 생각하다니요. 더구나 교회가 저들에게 얼마나 실망을 안겨줬으면 그렇게 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전에는 교회당 종소리가 시간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지만, 지금은 교회 종소리마저 소음이라고 해서 교회 종은 고물단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인간의 순수했던 본심마저 허물어지는 세상이 되고 말았으니, 참으로 어이 없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 시절 교회당 종소리와 차임벨 소리, 새벽송이 그리워지는 먹먹한 밤입니다. 바깥에서는 낙엽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소리가 더욱 마음을 더 외롭게 하는 이브의 밤입니다.

그 때 그 시절 새벽송이 더욱 그리워지는 깊은 밤, 함께 새벽송을 부르며 즐거워했던 동무들과 어르신들이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이효준 장로(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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