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문화의 파도를 타야 할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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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첫 번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소강석 목사가 이어령 교수와 대화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가 이어령 교수와 대화하고 있다.

“문화의 파도를 타야 할 때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정관념, 자기 생각의 성에 갇혀 있을 때가 많습니다. 물론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기 성에만 갇혀 있으면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은 다 잘못된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모든 것을 선악의 개념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성과 속을 구별하고 분리시키며 남을 비난하고 공격하게 됩니다.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화를 무조건 속된 것으로 여기며 대적하려고만 하면 안 됩니다. 물론 사탄의 문화, 반기독교적 문화는 대적을 해야죠.

그러나 일반 사람들도 수용하고 좋아하는 대세적인 문화예술은 우리가 부딪치고 싸우려고만 하지 말고, 때로는 문화의 파도타기를 하며 선용할 필요도 있습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일반인들의 자발적 참여나 공유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는 문화의 파도타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어령 교수 역시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예술가들이 경계와 장르를 허물어야 하고 AI, 메타버스 같은 기술과 경쟁하지 말고 올라타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다사카 히로시가 쓴 책 ‘슈퍼 제너럴리스트’에 보면, 등산의 전략사고와 파도타기의 전략사고가 나옵니다. 과거는 등산의 전략사고 시대였습니다. 지도를 펼쳐놓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번 정한 루트를 통해 정상을 향해 무조건 돌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시대이기에 파도타기의 전략사고가 필요합니다. 가는 길이 옳은 길인지, 잘못된 길인지 시대 변화와 흐름에 따라 루트를 새롭게 설정하는 전략적 반사신경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소강석 목사가 지난해 전국목사장로기도회 중 총회 역사를 재조명한 갈라콘서트 ‘불의 연대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소강석 목사가 지난해 전국목사장로기도회 중 총회 역사를 재조명한 갈라콘서트 ‘불의 연대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내가 가는 길이 너무 무리한 루트는 아닌지, 돌아오지 못할 콰이어강을 건너는 것은 아닌지 순간순간 파도를 타면서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죠.

왜 숭고한 신앙의 가치와 정신을 가진 청교도인들이 역사의 유적으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까? 그들이 세상과 구별되어 경건한 삶을 산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극단적 분리주의에 빠져 문화의 파도타기를 못했던 것입니다. 자기들만의 성안에 갇혀서 계속 분리주의의 삶을 살다 보니까 진정한 생명력을 상실해 버린 것입니다.

오히려 세상의 문화를 선용하여 거룩한 문화의 파도를 일으켰으면 좋은데, 벽만 쌓고 차단하다가 잔물결이 되고 거품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자신들만의 형식, 전통, 관습의 카테고리 안에 갇혀버린 것이죠. 그러니까 사회 문화의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것입니다.

지금 한국교회나 목회자, 교계 지도자들에게도 문화적 폐쇄성이 있으면 정말 곤란합니다. 자기만의 성 안에 갇혀서 성과 속만을 분리한 채 독선적 고정관념에 머물러서 정죄만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 사람은 안 돼, 저 사람은 나빠, 저 사람은 정말 타협주의자야.”

그러나 우리는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라도 문화와 맞서 싸울 것이 아니라 문화의 파도타기를 해야 합니다. 때로는 문화를 적극 수용하고 역이용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문화의 파도타기 안에는 반드시 복음의 생명력이 있어야 합니다. 복음의 강력한 파워가 있어야 합니다. 이럴 때 오히려 복음의 능력이 나타나고 많은 사람과 소통할 뿐만 아니라 공감을 일으키고 감동을 주며 거룩한 파문을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형식적으로는 문화의 파도타기가 될지 모르지만, 그 안에 강력한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력이 있고 복음의 파워가 역사할 때, 거룩한 파동과 역전과 반전의 역사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갈라콘서트 장면.

▲갈라콘서트 장면.

존 스토트가 말한 대로 분명히 이 세상에는 두 세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세상이라고 하는 공간에서 같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결코 문화를 배격할 수가 없단 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시대의 문화를 선용할 뿐만 아니라 파도타기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럴 때 복음의 능력과 생명력이 우리만의 울타리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큰 파도가 되어 확장되고 증폭 되게 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문화 파도타기의 목적이 하나님 나라의 확장과 복음 전파에 있어야 합니다. 그 진정성만 가지고 있으면 우리는 얼마든지 문화의 파도타기를 하며 복음의 생명력과 능력을 세상에 확장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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