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천 칼럼] 미끄러운 길, 삶의 긴장이 주는 카타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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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

늘 가는 앞산 길이니 익숙합니다.
그러나 그 익숙함이 늘 편안과 안전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가다보면 어제의 나뭇잎조차를 기억하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미끄러질 때가 있습니다.

길이 아니라 마음에서 미끄러지겠지요.

깊은 생각에 젖거나,
이러저러한 상념 속에 자유를 누리다 보면 발밑의 돌을 못 볼 때도 있습니다.
겸손해야 하는데 편안하니까 믿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때로는 미끄러짐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크게 다치거나 하면 안 되겠지만,
몇 년을 스쳐도 미끄러져 크게 다친 적 없어 느끼는 알량함입니다.
위험한 곳 없지만, 더 조심하려 합니다.

미끄러짐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은,
제가 지나치게 조심성 없는 경우는 아니니, 미끄러져도 제법 아직은 반사력으로 반짝 일어섭니다.

그런데 그때, 정말 정신이 반짝 나며 번쩍하고 머리가 맑아지는 것입니다.
순간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온 자율신경계의 경계적 예민이 전 신경의 능력을 총동원시켜 집중케 해서 일 것입니다.
아주 깨끗하고 상쾌합니다.
그야말로 카타르시스되는 것 같이 온 몸의 상태가 재충전되는 것 같습니다.

발 밑에 주로 조그만 돌이 있어 미끄러지거나 하는 경우인데,
어떤 경우는 미끄러져 나가떨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분명히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전 같으면 이럴 경우 반사적으로 일어났을텐데, 다리 힘이 꺾여 못 일어났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삶은 자연이니 그 모든 것이 흘러가는 물과 같을 것이겠지요.

어떤 때는 미끄러졌을 때, 그냥 좀 누워 있어 하늘 오래 바라보다 천천히 일어날 때도 있습니다.
산이 그냥 나를 품으려 한다 생각하면, 그 또한 푸근하다 생각이 되어서입니다.
비와도 큰 비 아니면 우비 쓰고 싶지 않고, 모자 썼으니 그냥 맞고 싶은 심정과 같습니다.
옷은 빨면 되고, 몸은 씻으면 되고, 마음은 그 모든 자연을 호흡하면 되고.

사랑하는 성도님들, 무엇인가 정신 번쩍나게 하는 흔들림과 위기의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미끄러 넘어질듯한 삶의 경사는, 초긴장으로 우리를 팽팽히 당겨주는 청량제라 믿고 그냥 소화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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