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조금 불편한 삶이지만 행복하다
(조금 불편한 삶이지만 행복하다/ 2021년 한국 과학상 수상/ 서울대 졸업 후 미국 버클리 대 수학/ 소아마비 장애 딛고 40년 수학 난제 첫 해결/ 자신을 믿어야 성공할 수 있다/ 김인강 교수)
충청도 농사꾼의 6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고, 앉은뱅이로 어린 시절을 살았다. 아버지는 술을 마신 날이면 “저런 쓸모없는 놈 제발 갖다 버리라”고 폭력을 휘둘렀고, 어머니는 눈물로 나날을 지새웠다.
혼자 힘으로 설 수도 없었기에 기어 다녔다. 한 손으로 땅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 방석을 잡아끌었다. 어린 시절 그에게 친구라고는 병아리와 강아지와 작은 꽃들뿐이었다.
어머니의 등에 업혀 한 시간 거리의 초등학교에 입학하려 했지만 허락받지 못했다. 아들을 등에 업고 돌아오는 길에 꽁꽁 언 발을 만져주시며 “아가야 춥지?”라고 물어주셨다.
어머니의 그 한 마디에 새 힘을 얻은 그에게는 이 말이 어둠 가운데 생명과 빛으로 오신 예수님의 말씀으로 들렸다.
그 후 이 아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11세에 집을 떠나 재활원에 들어갔다. 굳은 다리를 펴서 보조기를 끼우고 목발을 짚으며 걷는 방법을 배우는 데 2년이 걸렸다. 그는 공부에서는 늘 1등을 했고 선생님의 추천으로 대전중학교를 거쳐 고입 연합고사 만점을 받고 장학금을 받으며 충남고에 배정됐다.
TV가 크게 틀어져 있는 방 한구석에 밥상을 놓고 공부해 서울대 수학과에 입학했고,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KAIST와 서울대 교수를 거쳐 현재는 고등과학원(KIAS)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7년에 40세 이하의 과학자에게 주는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그가 누구일까? 장애를 딛고 세상에서 온갖 냉대와 차별 속에서도 인생을 기쁨 공식으로 풀어낸 세계적인 수학자 김인강 교수다.
그는 자전적 에세이 ‘불완전한 자를 쓰시는 하나님 <기쁨공식>’을 펴내 소외받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그는 남들보다 조금 느리고, 조금 불편한 삶을 살고 있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자부하고 있다.
책에서 김 교수는 장애를 이겨낼 수 있었던 신앙의 힘과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공식을 가르쳐 주고 있다. 그는 고백한다.
“나는 끔찍한 고문과도 같은 재활치료 끝에 초등학교 6학년 때 보조기를 끼고 목발을 짚고 처음으로 일어설 수 있었다. 대학교 3학년 초, 목발을 짚고 무거운 가방을 멘 채 너무 많이 걷다 보니 갈비뼈와 폐가 부딪쳐 폐에 큰 구멍이 뚫렸다. 의사가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나는 기도원 한구석에 엎드려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왜 저한테만 이렇게 가혹하신가요? 항상 아프기만 하고, 아무 쓸모 없는 저를 이제 데려가 주세요.’ 그때 문득 등 뒤에서 찬송 소리가 들려왔다. ‘내 모습 이대로 주 받아 주소서. 날 위해 돌아가신 주 날 받아주소서(찬송가 214장)’.
그 순간 나의 자아가 꺾이면서 회개가 터져 나왔다. 욥처럼 하나님의 모든 주권과 통치권을 인정하게 되었다. 내가 겪은 아픔을 통해 또 다른 고통당하는 자들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것이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라는 해답을 얻었다. 나처럼 연약한 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내게 주신 하나님의 뜻임을 깨달았다.
하나님은 육신을 의지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나는 아파서 누워있는 동안 기도하는 법과 성경 읽는 법을 배웠고, 고통 중에서도 찬양하는 법을 배웠다. 나는 육신의 나약함에 끊임없이 노출되었지만 하나님은 그로 인해 강해지는 법을 배우게 하셨다.
예수님은 나에게 세상의 모순과 절규를 알려주셨고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나의 연약함이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질그릇이 되게 하셨다. 나를 변화시켜 하나님의 이름과 선함을 나타내게 하셨다.
그래서 하나님은 나를 통해 지금도 계속 일하고 계신다. 2011년 5월 26일, <기쁨공식>이란 책을 내게 하셨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