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어색한 자리였지만, 의미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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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셋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소강석 목사가 학위 수여 후 답사를 하고 있다.

▲소강석 목사가 학위 수여 후 답사를 하고 있다.

“어색한 자리였지만, 의미도 있었습니다.”

몇 달 전 개신대학원대학교 조성헌 총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목사님, 개신대학원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드리고 싶으니 부디 좀 받아 주십시오.”

저는 전화상으로 확실하게 거절을 하였습니다. 물론 제가 개신대학원대학교를 졸업한 건 사실이죠. 그러나 이미 개혁 교단을 떠났고 합동 교단에서 총회장까지 지낸 사람이, 개혁 교단 신학교인 개신대학원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는 게 어울리지 않고 부담스럽다고 말씀 드리며 거절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조성헌 총장님은 “좀 생각이라도 해 주십시오. 오히려 명예박사 학위를 받아주시는 것이 모교를 빛내는 것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라면서 요청을 하는 것입니다. 그 뒤로도 두어 번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생각은 해본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생각해 보니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먼저는 그 학위가 영광스럽고 명예스러운 학위이기 전에, 정말 부담되고 어색한 학위일 수 있습니다. 제가 그 교단에 있으면 당연히 받아야지요.

그런데 2005년 개혁 교단과 합동 교단이 하나 될 때 저는 이미 합동 측으로 왔고, 합동 교단 총회장까지 지낸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학교에서 학위를 받는다는 건 참 어색한 면이 많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제가 그 교단에 없더라도 그 학교는 제 모교입니다. 그러니까 저로서는 소중한 학교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국적은 바꾸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는 모교를 잊을 수 없어서, 20년 가까이 단 한 번도 모교를 지원하는 일을 중단한 적이 없습니다. 매월 후원금을 보냈고, 또 모교가 필요하다고 할 때는 수천만 원씩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또 설립자이신 조경대 목사님께서 저희 교회를 방문하실 때마다 단 한 번도 빈손으로 보내드린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제 마음 속에 모교를 향한 추억의 토포필리아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구나 개신대학원대학교는 저의 모교인 동시에 제가 걸어온 인생의 한 부분이요, 소중한 과정입니다.

▲명예박사 가운을 입혀주는 모습.

▲명예박사 가운을 입혀주는 모습.

이걸 계속 거절한다는 건 제가 모교를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고, 제 걸어온 삶의 중요한 부분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 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 안에는 두 생각이 충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연락이 오는 것입니다. 결국은 제가 주변 여러 사람들에게 의논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그냥 받는 것이 훨씬 더 좋겠다고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제가 정말 존경하는 백석교단의 장종현 총회장님과 의논을 했습니다. 그분 역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소 목사님의 모교가 아닙니까? 그러니 모교에서 주는 것을 거절하지 말고 받는 것이 소 목사의 겸손이고 겸양지덕한 모습이지요.”

장종현 총회장님의 말씀을 듣고 조성헌 총장님께 받겠다고 통보를 하였습니다. 조 총장님은 개신대학원대학교 후배일 뿐만 아니라, 제가 신학교에서 도시목회와 설교학 강의를 할 때 수업을 들은 제자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교단을 옮긴 후 강의를 그만뒀지만요.

수여식 날짜가 되어서 제 시간 안에 가야 하는데, 그날도 연합기관 통합문제로 중요한 분과 점심 약속이 있어 식장에도 지각을 하는 실례를 범하였습니다.

마침내 저는 명예박사학위를 수여 받았습니다. 조성헌 총장님이 졸업생들에게 훈사를 할 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저는 개신대학원대학교를 다니며 소 목사님의 도시목회 강의를 들었을 때 얼마나 재미있고 깊이 들었는지, 지금까지도 빼곡빼곡 정리한 강의안을 보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교단에서 소 목사님을 잃은 것은 참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오늘날 한국교회를 대표적으로 섬기는 소 목사님을 우리 개신대학원대학교가 배출했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큰 영광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학교로서도 소 목사님께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어서 감사드리고 이 명예박사학위를 받아주신 소 목사님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마음이 아슬아슬하기만 합니다.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이 너무 가시방석 같았고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돌이켜 보면 정말 의미 있고 영예스러운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제 마음이 36-37년 전의 신학생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개신대학원대학교의 전신인 개혁신학연구원을 고학으로 다니며 깊고 푸른 꿈과 청운의 이상을 가졌고, 저는 계속해서 미국 낙스 신학교와의 공동운영과정을 통하여 목회학 박사학위까지 받았습니다.

이런 일련의 삶의 여정과 걸어온 길이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어색하고 가시방석 같은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저의 걸어온 길이 너무나 소중하였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는 의미 있는 자리였고 영예스러운 자리였습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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