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문에 대한 반성… “그렇게 살지도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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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칼럼] 역설의 진리

▲주님이 가르쳐주신 주기도문의 깊은 의미를 묵상하며 기도해야 한다. ⓒDavid Beale on Unsplash

▲주님이 가르쳐주신 주기도문의 깊은 의미를 묵상하며 기도해야 한다. ⓒDavid Beale on Unsplash

이순신 장군의 명언 중 “必死卽生, 必生卽死(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 것이요,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으리다)”는 대표적인 역설이다. 마치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의 놀이기구인 ‘부메랑’처럼 던지면 되돌아오는 원리는 신기하기도 하다.

한동대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의 표어 중에 “배워서 남 주라”는 말이 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속 깊은 구호이다.

미국 명문교인 필립스 아카데미의 교훈은 “Not for self(자신을 위해 살지 않는다 = 남 위해 살자)”이다. 독일 본회퍼(1906-1945) 목사의 예수님에 대한 정의 역시 “Man for others(타인을 위한 존재)”이다. 이런 말들이 좋아서, 나는 한남대 총장 재직 때 교문 근처에 ‘Joy = Jesus first, Others next, Yourself last’라고 쓴 현수막을 걸어놓고 예수님 먼저, 이웃은 그 다음, 자기 자신은 마지막으로 챙기라는 ‘After you’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

성경에서도 섬김의 도리를 가르쳐주면서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그는 모든 사람의 꼴찌가 되어서 모든 사람을 섬겨야 한다(막 9:35)”, “너에게는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가서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 그리하면 네가 하늘에서 보화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막 10:21)”,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 어린이를 영접하면 나를 영접하는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영접하면 나를 보내신 분(하나님)을 영접하는 것이다. 너희 가운데서 가장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이다(눅 9:48)”, “이 어린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하늘나라에서는 가장 큰 사람이다(마 18:4)”고 했다.

경상남도 거창고등학교에 가면 ‘직업 선택의 십계명’이 게시돼 있다. 이것 또한 역설적인 가이드이다.

①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②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③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④모든 조건이 다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⑤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⑥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⑦사회적 존경 같은 것을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⑧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⑨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 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⑩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살지는 못한다 해도, 중간지대에서 사슴 가죽에다 가로 왈(曰) 자 쓴 것처럼 날일(日) 자와 가로 왈(曰) 자 사이를 왔다 갔다 하거나, ‘이현령 비현령(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살지는 말자.

우루과이의 어느 성당 벽에는 ‘주기도문’에 대한 반성문이 적혀있다고 한다. ① ‘하늘에 계신’이라고 말하지 말라. 늘 세상에만 몰두해 있으면서! ②‘우리’라고 말하지 말라. 늘 혼자만을 생각하면서! ③‘아버지’라고 말하지 말라. 한 번도 아들, 딸로서 산 적이 없으면서! ④‘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라고 말하지 말라. 늘 ’자기 이름‘만 빛내려고 애쓰면서! ⑤‘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라고 말하지 말라. 늘 물질 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⑥‘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라고 말하지 말라. 늘 자기 뜻이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⑦‘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고 말하지 말라. 평생 먹고 살 양식을 비축해 놓았으면서! ⑧‘저희가 용서한 것 같이’라고 말하지 말라. 늘 미움과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⑨‘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라고 말하지 말라. 늘 죄지을 기회를 찾고 있으면서! ⑩‘악에서 구하소서’라고 말하지 말라. 악을 보고도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으면서! ⑪‘아멘’이라고 응답하지 마라. 주기도문을 진정한 자기 기도로 바친 적도 없으면서!

가슴 뜨끔한 지적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회개할 수 밖에!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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