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흔히 ‘지식이 있으면 살면서 도움이 될 거다.’ ‘많이 알수록 좋으니까 공부 열심히 해라.’ 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고 있죠. 하지만 사실 이 말은 더 깊은 뜻을 갖고 있는 말입니다.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당시까지 세계를 지배하고 있던 중세의 관념적인 지식이 아니라 자연과학 중심의 경험적으로 깨달은 지식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이 말을 강조했습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습관적인 지식이나 거대한 편견 혹은 권위등에 압도되지 말고 본인이 경험적으로 깨달은 지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게 되면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사실 옳다고 믿는 지식이나 신념을 그대로 행동으로 실천하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라던가 ‘자기계발을 위해 매달 한권 이상의 책을 읽는 게 좋습니다’ 라는 사실은 지나가는 삼척 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너무도 어렵죠. 건강을 위해 헬스장을 등록했지만 처음에만 반짝 이용하고 오랜 기간 가지 않았다 거나, 정말 필요해서 샀지만 읽지 않은 무수한 책처럼 기복 없이 꾸준하게 실천한다는 건 높은 수준의 자기 절제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이렇듯 우리가 알고 있는 작은 지식을 행동으로 옮기고, 습관으로 몸에 베는 일도 힘든 일인데, 학자로서 소신 있게 지켜온 지식과 신념을 사회에 뿌리내리는 데에 평생을 걸쳐 실천하고 노력해 온 시니어가 있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국내 최초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창립을 주도했으며 이후 경실련 공동대표를 거쳐 부패방지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시작으로, '경제 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직 등을 잇달아 역임한 강철규 전 위원장입니다.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한국 경제의 산 증인'입니다. 국내 최초 시민 단체인 경실련을 창립하게 된 계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경실련은 국내 최초 시민 단체로 1989년 11월 창립되었습니다. 당시 시대적으로 부동산 투기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국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부동산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던 시기였죠. 경제정의 실현을 위해 땅 투기를 막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생각으로 의식 있는 전문가와 학자 그리고 종교인등이 의기 투합해서 시작한 모임이 경실련으로 발전해갔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경실련은 당시 문제가 되고 있던 부동산 투기와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 금융실명제 실시 등 우리나라 경제가 당면하고 있던 많은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설립 초기 경실련은 사회 양쪽으로부터 비판을 받았습니다. 한쪽에서는 경실련이 주장하고 있던 토지공개념과 재벌에 비판적인 태도들이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고, 반대편에서는 시민단체가 저항도 하고 투쟁도 하고 그래야지 무슨 법 테두리 안에서 한다는 거냐는 비판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각종 경제 이슈들에 날카로운 비판과 생산적인 대안 제시를 해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이런 경실련의 활동들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시민운동을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후 무수히 많은 시민단체들의 태동에 큰 기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강철규 전 위원장은 부패방지 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하며, 공정이라고 하는 시장경제의 정의를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야 하는 일은 시장경쟁을 보호하는 겁니다. 어느 특정 기업을 규제하거나 혜택을 주는게 아니라 공정한 심판이 되어 경제 주체들이 경쟁이라는 틀 속에서 공정하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해 소비자 즉 국민들을 보호하는게 목적이죠.” 강 위원장은 이런 원칙을 지키기 위해 그간 만연해 있었지만 선뜻 나서서 개선하기 어려웠던 문제들을 고쳐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이슈도 되고 크고 작은 반발들이 있었지만, 강 전 위원장의 추진해 온 일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는 못했습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고, 실천했기 때문입니다. 강 위원장은 당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공정거래위원회 역사상 처음으로 3년이라는 위원장 임기를 모두 다 채운 첫번째 수장이 됐습니다.
강 전 위원장은 이론과 실천을 함께 이뤄갈 수 있는 원동력을 평생 좌우명인 긍정적 사고(positive thinking)와 창의력을 풍부하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꼽습니다. “저는 창의력은 3T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가 여행(travel)입니다. 여행지에서 받는 영감은 큰 감동으로 찾아옵니다. 그 다음이 재능(talent)이 있어야 하고, 마지막이 바로 관용 (toleration)입니다. 서로 공존해야 합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싸우다 보면 막말만 나오고 대화가 중단됩니다. 사고가 다툼에서 멈추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만나 얘기하는 중에 창의력이 나오고, 이를 통해 제가 갖고 있는 신념이 고집이나 오기로 변질되지 않고 바람직한 실천으로 이어질 수가 있습니다.”
‘영혼 없는 몸이 죽은 것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니라’ (약 2:26). 예수님의 승천 이후예루살렘 교회의 지도자를 맡았던 사도 야고보는 해외 거주중인 유대인(디아스포라)에게 보낸 편지 야고보서를 통해 믿음과 그에 기반한 행함을 강조했습니다. 본인이 경험한 예수님과 그 은혜를 평생에 걸쳐 실천한 그는 사도들중 가장 먼저 순교를 당하게 됩니다. 아는것과 실천하는 것은 떨어질 수 없습니다. 알고 있다면 당연히 행동해야 하며, 이론에 기반한 실천은 그 자체로 강력한 메시지가 되어 앞서 소개해드린 프란시스 베이컨, 사도 야고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게 됩니다. 이런 울림을 역사적으로 위대한 이들만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독자분들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다 알고 있습니다. 건강해지고 싶으신가요? 운동을 하시면 됩니다. 자기 계발을 하고 싶으신가요?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열어보시면 됩니다. ‘아는 것을 하는 것’으로 바꾸시는 여러분들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칼럼 내용 중 일부 인터뷰는 ‘경실련’ 보도자료를 참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