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사랑이 무엇인가?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물으면 의외로 대답하기가 곤란하다. 몰라서가 아니다. 그것을 언어로 개념화하여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이 무엇인가?’ ‘생명이 무엇인가?’ ‘진리가 무엇인가?’ ‘왜 사는가?’ 등의 질문이 그에 해당할 것이다.
사랑이 무엇인가? 물어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다비드 칼리의 글을 소개해 보겠다. 그는 1972년 스위스에서 태어나 현재 이탈리아에 살고 있다. 독특한 상상력과 유머감각이 뛰어난 그는 귀한 책을 써서 여러 상을 받은 바 있다.
‘사랑이 무엇인가?’ 엠마는 너무 궁금했다. 친구 아니타는 어른들만 아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화분에 꽃씨를 심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① “사랑은 천천히 피어나는 거란다. 봄에 피는 꽃처럼 말이야”라고 답해 주었다. 이번엔 TV를 보면서 샌드위치를 들고 계시는 아빠에게 물었다.
② “사랑은 갑자기 ‘펑’ 하고 찾아오는 거란다. 축구선수가 마지막 순간에 예상치 못한 골을 넣는 것처럼 말이야.” “할머니 사랑이 뭐예요?” 케이크를 만들고 계시는 할머니에게 물었다.
③ “사랑은 케이크처럼 부드럽고 향기로운 거란다.” “할아버지 사랑이 뭐예요?” 장식장에 모형 자동차를 진열하고 계시는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④ “사랑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거야. 잘 정비된 엔진처럼 말이야.” 사랑은 천천히 피어나고, 갑자기 ‘펑’하고 찾아오는 거야. 케이크처럼 향기롭고 좋은 엔진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거야. … 그렇다면 사랑은 무슨 색일까? 어떤 모양일까? 달콤할까? 깜깜할까? 클까? 작을까?
“사랑은 둥글단다” 아빠가 축구공을 튀기면서 말씀하셨다. “사랑은 색깔이 여러 가지란다.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보라색. 저마다 색깔이 다르지.” 엄마가 알록달록한 꽃에 물을 주며 말씀하셨다.
“사랑은 달콤하지.” 할머니가 오븐에서 케이크를 꺼내면서 말씀하셨다. “사랑은 아주 거대해. 자동차 공장처럼 말이다.” 할아버지가 자동차 모형의 수를 세며 말씀하셨다.
“믿을 수가 없어요.” 사랑이 색깔도 여러 가지고 둥글고, 달콤하고, 거대한 거라니. … 엠마는 여전히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 사랑에 빠진다는 건 어떤 뜻인가? 사랑에 빠지면 친절해진다. 사랑에 빠진 소년들은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한다. 여자친구에게 꽃을 선물하면 아주 기뻐한다. 사랑에 빠지면 모든 걸 서로 나눈다. 케이크가 한 조각뿐이라도 기꺼이 나눠 먹는다.
사랑에 빠지면 무엇이든 함께 하길 원한다. 소년들은 샌드위치를 먹으며 함께 축구경기를 보려고 여자친구를 경기장에 데리고 간다. 사랑에 빠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가고 싶어 한다. 함께 차를 타고 멋진 곳으로 드라이브를 가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매우 복잡한 것 같다. 꽃을 선물하고 함께 샌드위치를 먹으며 축구경기를 봐야 하고 케이크를 반씩 나눠 먹어야 한다고? 엄마가 웃으며 말씀하셨다. 걱정하지 마라. 이 모든 걸 한 번에 다 할 필요는 없다. 사랑은 저절로 찾아온단다.
사랑이 나에게도 찾아올까? 엠마는 케이크 한 조각을 반으로 잘라서 할머니와 나눠 먹었다. 엄마에게 예쁜 꽃을 선물하고, 아빠와 축구경기를 보았다. 해바라기 꽃이 피어있는 들판을 달리는 멋진 자동차 그림을 그려 할아버지에게 선물했다.
추상명사인 사랑을 손에 닿게 구체화시켜 보자. 사랑은 오래 참고 친절하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으며 자기의 이익을 구하지 않으며 성내지 않으며 원한을 품지 않는다.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으며 진리와 함께 기뻐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딘다. 사랑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예언도 사라지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사라진다.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한다. 그러나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인 것은 사라진다.
내가 어릴 때에는 어린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애 같고 깨닫고 생각하는 것이 유치했다. 그러나 지금 어른이 되어서는 어린애 짓을 버렸다(고전 13:3-11).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