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본회퍼 목사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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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7월 20일 벌어진 히틀러 암살 및 나치정권 전복시도에 가담했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 ⓒDuquesne 대학

▲1944년 7월 20일 벌어진 히틀러 암살 및 나치정권 전복시도에 가담했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 ⓒDuquesne 대학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 1906-1945)는 독일 루터교회 목사이자 신학자이며 반 나치 운동가이다. 고백교회 설립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히틀러 암살 계획에 가담했다가 1943년 4월 체포되어 1945년 4월에 교수형에 처해졌다. 본회퍼 목사의 기도를 함께 나누어 보자.

“모든 존재의 근원이신 당신 앞에 죄인 된 몸으로 우리가 섰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등졌습니다. 큰 거짓이 머리 드는 것을 보면서 진실을 영예롭게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자비의 근원이신 당신 앞에 죄를 고백하며 우리가 섰습니다. 무서운 시절의 소란이 끝나면, 우리에게 확신의 시절을 주소서.

이 오랜 어둠 속 방황이 끝나면 밝은 햇빛 아래로 걷게 하소서. 거짓의 굽은 길이 끝나면, 우리에게 당신 말씀의 길을 열어 주소서. 그리고 당신께서 우리의 범죄를 씻어주실 때까지 우리로 하여금 주여, 견디게 하소서.

오 하나님, 이른 새벽 제가 당신을 바라고 웁니다. 저를 도와주시어 기도하게 하시고, 오직 당신만을 생각하게 하소서. 혼자서는 기도할 수가 없습니다. 제 안에는 어둠이 있지만, 당신과 함께 거기엔 빛이 있습니다.

저는 혼자지만 당신은 저를 떠나지 않으십니다. 제 가슴은 연약하지만 당신은 언제나 강하십니다. 저는 쉬지 못하지만 당신 안에는 인내가 있습니다. 당신의 길을 저는 알 수 없지만 제가 가야 할 길을 당신을 아십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여, 당신은 저처럼 가난하셨고 비천하셨고 저처럼 체포당하여 친구들로부터 격리되셨습니다. 당신은 인간의 모든 비통함을 아십니다. 제 안에, 저의 고독 안에 당신이 계십니다.

당신은 저를 잊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저를 찾아내십니다. 제가 당신을 알고 사랑하기를 당신은 간절히 바라십니다. 주님, 당신의 부르는 소리를 듣고 제가 당신을 따라갑니다.

거룩하신 성령님, 절망에서 저를 지켜 줄 믿음을 저에게 주시옵소서. 당신과 다른 모든 이들을 향한 사랑을 제 속에도 담아주시어 그 어떤 증오와 고통에도 오염되지 않게 하소서. 두려움에서 건져준 믿음을 저에게 주소서.

오, 주 하나님. 크나큰 곤경이 저를 덮쳤습니다. 걱정 근심이 저를 삼켰고 저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오, 하나님! 저를 위로하시고 도와주소서. 당신이 주시는 것들을 견뎌내도록 저에게 힘을 주소서. 두려움이 저를 다스리지 못하게 하소서.

사랑 많으신 아버지로서 저의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돌봐주소서. 오, 자비로우신 하나님. 당신께 그리고 이웃들에게 저지른 저의 모든 죄를 용서하소서. 당신의 은총을 믿어 의지하고, 제 생명을 온전히 당신 손에 맡깁니다.

당신께서 가장 좋으신 대로 저에게 하소서. 그것이 저에게도 가장 좋겠기 때문입니다. 살든지 죽든지 저는 당신과 함께 있고, 당신은 저와 함께 계십니다. 주님 저는 당신의 구원과 당신의 왕국을 기다립니다.” 본회퍼 목사는 로마에서 공부할 때도 가톨릭 교회의 전례와 교의를 비판적으로 경험했다. 논문 <행동과 존재>를 발표해 교수 자격을 얻었고, 베를린 대학교 신학부에서 강의하다 1년 뒤 목사 안수를 받았다.

1933년 집권한 나치의 독재에 대해 독일 교회가 히틀러를 숭배하는 입장을 취하자, 방송을 통해 히틀러는 우상이라고 주장했다. 칼 바르트의 표현을 빌리면, 하나님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야 할 교회가 히틀러를 그리스도로 따르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본회퍼가 1943년 4일 체포된 후 친구와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가 <옥중서신>으로 출판되었다. 그 후 1945년 4월 9일 새벽 플로센뷔르크 수용소에서 교수형을 당했다. 그의 유언은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원한 삶의 시작이다”였으며 그의 묘비명은 ‘디트리히 본회퍼: 그의 형제들 가운데 서 있는 예수 그리스도인의 증인’으로, 값싼 은혜 즉 죄에 대해 고백이 없는 선망찬 회개 없이 용서를 선언하는 설교(면죄의 선언)을 비판했다.

우리도 성육신을, 실천이 없는 은혜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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