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상대로 가장 안 좋은 배우자, 마마보이나 마마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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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108] 그래, 남편 욕은 시어머니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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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과는 별도로 맘에 안 드는 것도 정말 많다. 그런데 그 단점들이란 남들이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라 답답하고 억울할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길 가는 사람들이라도 붙잡고 누가 맞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때론 속이 터진다.”

여성들의 말을 들어보면 남편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정상적인 여성이라면, 남편의 험담을 아무 데나 가서 할 수 없다. 친구들에게 할 수도 있지만, 왠지 찜찜하다. 단점만 있는 건 아닌데 괜히 내 남편을 이상한 사람으로 알 것 같고, 남편에게도 페어플레이가 아닌 것 같다.

남편 욕을 만나는 사람마다 하거나 안 해도 될 이야기까지 가리지 않고 하는 여성은 남편이 진짜 미운 사람이다. 그런 경우가 아니면 남편 이야기도 가려서 하게 된다.

그런데 남편 험담을 친정 엄마에게 하는 여성들도 있다. 이것이 가장 좋지 않은 습관인 것 같다. 물론 마음을 제일 알아주고 받아줄 사람이 엄마니까 정말 속이 상할 때는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 시작하면 남편은 점점 처가의 미움을 받게 되고, 서운함이 쌓일 수 있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자기 문제를 고치기보다는 더 엇나가거나 처가와 거리를 두려고 할 수도 있다. 아내가 친정과 밀착되는 만큼 남편과는 멀어진다.

그럴 때 친정 엄마의 반응도 중요하다. 딸의 힘든 이야기를 들으면 속에서 열불이 날 수 있지만, 맞장구를 치고 함께 욕을 해선 안 된다. 그런 대화는 확증편향을 불러와 남편은 점점 죽일 놈으로 낙인이 찍힐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가까운 장모와 아내는 한 몸과 같아서 남편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는 법인데, 남편의 허물을 공유하게 되면 그 관계는 회복보다는 악화로 갈 것이다.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기보다는 일시적 후련함에 기댄 결과다.

결혼에 있어 가장 안 좋은 배우자가 마마보이나 마마걸이다. 만일 남편이 무슨 일 있을 때마다 본가에 가서 아내 험담을 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은가.

엄마에게서 제대로 독립하지 않은 남녀는 완전한 결합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친정 엄마는 딸이 그런 고충을 말할 때 너무 받아주지 않는 것이 좋다.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말 치명적인 일이 아니라면 그저 들어주고 타이르는 쪽이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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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것은 시어머니께 털어놓는 것이다. 가장 좋다기보다는 너무 답답하다면 친정 엄마나 친구보다는 시어머니가 나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너무 젊을 때는 시어머니 자체가 어려울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

요즘은 시댁에 발걸음을 하지 않는 여성들도 꽤 많고, 경조사 때나 어쩔 수 없이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으니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리고 처음부터 아들만 두둔하는 시어머니는 여기서 예외다.

대개 여성들은 시어머니가 받아줄 리 없다고 생각할 수 있고, 그러다 사태만 악화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쿨하고 시원시원해서 며느리의 아들 험담도 들어줄 수 있는 그런 시어머니가 아니라도, 의외로 많은 시어머니가 마음을 열 수 있다. 표현 방식은 지혜로워야겠지만.

처음부터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겠지만 며느리가 진짜로 아들이 소름 끼치게 미우면 와서 험담을 할 수 없을 거라는 것도 알고, 친정으로 갈 수도 있는 문제를 알려주는 며느리가 반가울 수도 있다.

며느리 입장에선 시어머니에게 남편 사용법을 하나 더 배울 수 있다. 시어머니는 남편의 성품과 습관과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 아닌가.

나는 처가에 가면 편하다. 그렇게 잔소리하던 아내도 처가에선 오히려 대우가 좋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어머니를 만나거나 통화를 하면 내 욕을 늘어지게 해서 곤란할 때가 많다. 어머니는 아내를 타이를 때도 있지만 아들인 내가 진짜 그런 꽉 막히고 답답한 사람인지 오해하실 때도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아내는 어머니한테 일러 바치기를 잘하는데, 어머니가 맞장구를 쳐줘서 그런지 언제부터인가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 이렇게 따진다.

“어머니도 그렇게 생각하실까? 당신 말이 맞는지 내 말이 맞는지 어머니한테 여쭤봐.”

하지만 어머니가 매번 동조해 주는 것은 아니고, 맞는 것은 맞다 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하시는 것 같다.

원래 여자들은 말을 들어주는 게 중요하고, 남자들처럼 해결 강박증이 없어서 그쯤 하면 마음이 풀리고 어머니가 동의해 준 부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모양이다. 아무튼 갈수록 어머니만 있으면 그간 부딪힌 일들을 다 꺼내 고자질하는 통에 난감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어머니에게서 예전 할머니 살아 계실 때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 어머니는 원래부터 이상하게 결혼 후 친정이 어색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시어머니와 그렇게 친밀한 것도 아니었는데, 남편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 시댁으로 가셨단다.

하룻밤을 자면서 쌓인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남에게 싫은 소리 잘 안 하시던 우리 할머니는 별 말씀 없이 들어주면서 맞장구도 타박도 아닌 안타까움의 표현만 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또 한 세월이 지나갔다.

그래서였을까. 우리 할머니는 93세에 돌아가실 때 석 달쯤 누워서 치매를 앓다 조용히 가셨는데, 그때 할머니를 모시고 있던 작은딸인 고모는 ‘아줌마’라며 못 알아보시면서도 며느리인 우리 어머니는 알아보셨다. 겉으로 그리 가까운 관계는 아니었어도 속으로 깊이 통하는 무언가가 두 분 사이에 존재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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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입장에서는 아내가 내 욕을 처가에서 하는 것이 굴욕적이다. 남의 귀한 딸을 호기롭게 데려다 고생만 시키는 사기꾼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한다면 아내가 나를 진짜 미워서 그러는 것은 아니라는 안도감이 들고, 두 사람의 뒷담화 수위가 아무리 높아도 크게 불안하지가 않다. 그리고 아내가 자기 어머니까지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읽혀서 반발심보다는 내가 좀 잘해야겠다는 반성이 되기도 한다.

아내를 가장 안전하고 믿음직한 카운슬러에게 보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왜 내 험담을 다른 데 가서 하느냐고 따질 일도 없다. 어머니 앞에서 좀 부끄러운 것뿐….

결혼한 여자에게는 시댁이 메인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시어머니도 나름이라 누울 자리 봐가면서 해야 한다. 이 방법이 모두에게 좋다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남자가 아내에 대한 불만을 처가에 하소연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 아니다.

하지만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처럼, 자기 문제를 어디에 말해야 하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 칭찬은 친정에, 불만은 A/S 차원에서 시댁에 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친정 부모님께 효도하는 길이다. 아직 장성하지 않은 어린 자녀들에게도 배우자에 대한 불만은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말하자면 둘의 관계를 흔들지 않을 사람에게 남편 이야기를 해야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친정에서는 아무래도 사위에 대한 야속함 때문에 건설적인 이야기를 듣기 어려울 것이다. 남편은 ‘남의 편’이고 친정은 ‘우리 편’이라는 구도가 형성되면, 남편은 처가 식구들에게 공공의 적이 될 수 있다.

시어머니께 남편의 불만을 말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하다 보면 시어머니도 마음과 귀를 열 수 있다. 남편의 성향이나 집안 분위기, 시어머니의 평소 처신에 따라 그 조건은 천차만별이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방향이 더 낫다는 말이다.

답답함을 토로하면 듣는 사람도 덩달아 속이 상하기 마련이다. 친정 엄마를 속상하게 만들기보다는 시어머니를 속상하게 만들어, 소심한 복수(?)를 한다 생각하고 털어놓아 보라. 의외로 시어머니의 마음도 잡고, 남편도 꽉 잡는 화평의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

​​김재욱 작가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등 40여 종
https://blog.naver.com/woogy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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