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길고양이 눈빛이 지금도 아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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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둘째 주, 어버이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임신한 길고양이에게 갈비를 나눠주고 있는 소강석 목사.

▲임신한 길고양이에게 갈비를 나눠주고 있는 소강석 목사.

“길고양이 눈빛이 지금도 아련합니다.”

월요일 저녁 영광에 있는 ‘청아’라는 한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숙소로 왔습니다. 그런데 호텔 주차장에서 내리자, 길고양이 한 마리가 야옹, 야옹하면서 다가오는 것입니다. 저를 보고 무섭지도 않은지 도망가지도 않고 오히려 애처롭게 울면서 다가오는 것입니다.

언뜻 보니까 암고양이인데 새끼를 밴 것입니다. 그런데 그 순간 호텔 정문 불빛에 반사되어, 고양이의 눈빛과 제 눈빛이 마주친 것입니다. 그런 고양이의 눈동자가 애틋하게 구걸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마 고양이가 배가 고픈 것 같았습니다. 아니, 뱃속에 있는 새끼를 위해 모성애가 발동하여 어떻게든 먹이를 구하려고 밤거리를 이리저리 떠돌아 다녔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호텔 숙소로 들어가는 저와 마주친 것입니다.

원래 길고양이는 사람을 만나면 무서워서 도망을 가는데 어떻게 안 도망가고 오히려 야옹, 야옹하며 다가온단 말입니까? 그래서 고양이에게 줄 게 있나 보았더니 마침 한정식집에서 다음날 아침에 먹으라고 준 갈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갈비를 주니까 그냥 “땡큐, 땡큐, 굿, 굿” 하는 듯 하면서 먹는 것입니다.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배 속의 새끼를 위해 더욱더 간절하게 뼈까지 쪽쪽 빨아 먹는 것입니다.

고양이가 너무나 허겁지겁 먹는 것을 보니까 “갈비를 몇 개만 줘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플라스틱 통에 있는 갈비를 더 주었습니다.

수행하는 비서들이 “목사님 드실 것은 남겨 놓으세요”라고 했지만 하나도 남김없이 다 주어 버렸습니다. 제가 갈비를 줄 때마다 고양이가 구애를 하는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지요.

그런 고양이를 이렇게 축복했습니다. “많이 먹고 새끼들 낳아 잘 키우거라.” 그러자 고양이가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주인에게 버림을 받아 본 적이 있지요. 그러나 정말 제가 사람을 잘 봤습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저에게 해를 가하지 않고 따뜻한 정을 줄 거라고 짐작했죠. 제 감이 옳았습니다. 고맙습니다.”

플라스틱 통에 든 갈비를 하나도 남김없이 다 주니까, 고양이가 다 먹은 후에 포만감을 즐기듯이 감사의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저와 처음으로 마주쳤던 눈빛은 애절하고 간절했는데 먹이를 먹고 난 후에는 만족하고 고맙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저는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습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아마 정 권사님이나 집사람의 영향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애완용 개나 고양이의 털이 빠져 날리면 건강에 안 좋다는 인식을 심어 주었거든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애완용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싶은 애정의 대상이 생기는 것이 아닙니까?

물론 자식이 없는 사람들은 더 그렇지만, 자식이 있고 남편이 있다 하더라도 이기적이지 않고 계산적이지 않은 정말 순수한 애정을 주고 싶은 대상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요즘은 애완용 개보다는 고양이로 많이 바뀌어 간다고 합니다. 그날 밤, 저는 제가 키우는 반려묘는 아니었지만 고양이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어 줬습니다. 계획된 사랑도 아니고, 예정된 사랑도 아니었지만 그날 저녁에 마주친 길고양이의 간절한 눈빛을 통해 저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던 것입니다.

뱃속에 밴 새끼를 먹여 살리기 위한 모성애로 가득한 길고양이를 사랑했다는 것도 보람이 있지만, 정말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이해하게 되었고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하찮은 미물이지만 저를 알아보고 잠시나마 의지했던 고양이가 고마웠고, 생명 사랑의 마음을 더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그 길고양이의 눈빛이 아련하게 보이는 듯합니다.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하찮은 미물도 자기 뱃속에 있는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음식을 달라고 구걸을 하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어떻겠습니까?

우리 부모님은 우리를 먹이고 입히고 돌보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희생과 사랑을 쏟으셨는지 모릅니다. 그 어버이의 은혜 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그 어버이의 은혜를 무조건 추앙합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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