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이솝 우화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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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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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의 기원이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으나, 대략 기원전 8-7세기 그리스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 후 이솝의 출현으로 우화는 양과 질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기원전 5세기 후반에 살았던 이솝은 우화 작가의 대명사가 되었다. 당시 모든 우화는 이솝의 창작물이든, 구전되어 온 것이든 모두 이솝의 이름으로 세상에 전해졌다.

이솝의 생애도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사모스 시민의 노예라는 설, 가공의 인물이라는 설 등 의견이 분분하지만, 구체적 기록의 근거는 없다. 다만 기원전 5세기 후반에 헤로도토스가 저술한 「역사」에 이솝에 대한 언급이 유일한 사적 근거다.

이솝 우화는 기원전 3세기경부터 편찬되기 시작했는데, 그중 프랑스의 석학 네밀 샹브리가 묶은 총 358편의 「이솝 우화집」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거의 다 동물을 의인화하여 지은 것이다. 몇 편을 소개해 보겠다.

① 종달새 한 마리가 보리밭에 둥지를 틀고 새끼들을 낳아 기르고 있었다. 아기 종달새들은 어미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맛있게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러나 아직 어려서 둥지 밖으로 날아다닐 수는 없었다.

마침내 보리가 누렇게 익어 벨 날이 가까워졌다. 그래서 어미 종달새는 밖으로 나갈 때마다 아기들에게 주인이 와서 무슨 말을 하고 가는지 잘 들어두라고 일렀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게 들키는 날엔 잡힐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농부가 아들을 데리고 보리밭에 나타났다. “아, 보리가 참 알맞게 익었구나. 내일은 이웃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아 보리를 베어야겠다.” 농부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갔다.

“엄마, 밭 주인이 내일 마을 사람들과 함께 보리를 베러 온대요. 어떻게 하죠?” 어미 종달새가 돌아오자 아기 종달새들이 조잘거리며 말했다. “괜찮아, 걱정할 것 없다. 아직까지는 안전하단다.” 어미 종달새가 말했다.

다음날 또다시 농부가 아들을 데리고 밭으로 왔다. “어허 큰일 났구나. 보리가 자꾸만 익어가는데, 내일은 친구들을 불러다가 보리를 거둬야겠다.” “엄마, 엄마, 이젠 정말 떠나야 되는 것 아니에요?” 모이를 물고 돌아온 어미에게 아기들은 낮에 들은 대로 말했다. “걱정할 것 없다. 적어도 이번까진 괜찮을 거야.” 어미 종달새는 아기들을 안심시켰다.

다음날이 되었다. 농부는 역시 아들과 함께 와서 이렇게 말했다. “남들을 믿고 있다가는 보리를 아주 못 벨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우리끼리라도 거둬들이자.” “엄마, 엄마, 내일은 주인이 직접 보리를 벨 거래요.”

아기들이 어미 종달새에게 말하자 “이젠 정말 떠나야겠구나. 자기가 직접 하겠다니 틀림없이 벨 모양이다. 어서 이사 갈 준비를 하자 아이들아” 하고 어미 종달새가 말했다. 자기 스스로 결심해야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② 어느 아름다운 꽃밭에 장미와 백일홍이 나란히 피어 있었다. 백일홍은 장미를 몹시 부러워하며 “오, 장미님. 당신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게다가 그 아름다운 모습으로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하니 당신을 과연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에요” 하고 말하자 장미는 이렇게 대답했다.

“백일홍님, 저를 부러워하지 마세요. 저의 아름다움은 극히 짧은 동안뿐이지만, 백일홍님은 무려 100일 동안이나 아름다움을 자랑할 수 있잖아요.”

우리 모두는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 장점만 갖고 있는 자도 없고 단점만 갖고 있는 자도 없다. 장점 위주로 보면 모든 사람이 귀하고, 단점 위주로 보면 모든 사람이 천하다. 그래서 우리는 “장점 찾아 삼만리” 여행을 해야 한다.

어디를 가든지, 누구를 보든지, 언제든지 좋은 점에 시선을 고정시키자. 곰보 남편을 가장 좋다고 하는 어느 부인은 깜깜할 때 더듬어 찾기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좋다는 데는 이유가 없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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