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분리불안, 언제쯤 끝날까요?”

|  

5월 마지막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제주도행 크루즈에서 소강석 목사.

▲제주도행 크루즈에서 소강석 목사.

“분리불안, 언제쯤 끝날까요?”

몇 년 전부터 제주도에 크루즈 배를 타고 가보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옛날 신학생 시절에 제주도로 수련회를 가는데 비행기 값이 없어, 완도에서 배를 타고 갔거든요. 그때 3-4시간 정도 걸린 걸로 아는데요, 저는 어디 앉을 데도 없고 그냥 갑판에 있으면서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갑판에서 보니까 방이 있더라고요. 신혼부부라든지, 아주 부티가 나는 양복쟁이들은 방에서 쉬다 나오고 또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언제쯤이나 저런 방을 이용해 보나’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몇 년 전, 북유럽에 가서 2박 3일 동안 크루즈를 탔을 때, 스위트룸을 이용했거든요. 그러니까 더더욱 인천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보고 싶은 것입니다.

월요일 저녁에 배를 타면 화요일 아침에 제주도에 내리고, 또 그날 저녁에 배를 타면 수요일 아침에 인천에 도착을 하니까 수요예배에도 지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몇 주 전부터 예약을 해놨습니다. 물론 조그마한 집회도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광주 5.18 유네스코 등재 기념재단에서 특별상을 준다고 하는 것입니다. 또 서울에서는 세계방송인클럽에서 축사를 좀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무조건 사양했습니다.

저 혼자 가는 게 아니고 몇몇 부목사들과 수행비서들이 같이 가기로 했는데, 모두가 한 목소리로 “목사님, 마음먹은 김에 이쪽으로 선택하시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차마 취소를 못하고 제주도로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가방을 들고 갔는데, 거기에는 책이 몇 권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어디를 가든 그냥 가지 않습니다. 반드시 책을 가지고 가거나, 원고를 가지고 갑니다. 책을 읽든지 안 읽든지, 그것은 뒷일이고 꼭 그걸 갖고 다녀야 든든합니다. 그것을 안 갖고 다니면 스스로 불안해합니다.

▲제주도에서 소강석 목사.

▲제주도에서 소강석 목사.

그런데 막상 제주도에 가려니 왜 그렇게 하나님께 죄송하고 교회와 성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모릅니다. 제가 난생 처음으로 이런 일을 경험하는 것이거든요.

보통 목사님들은 안식년도 하고 또 안식월을 갖습니다. 그런데 저는 안식년은 그만두고 안식월도 한 번 못해 본 사람입니다. 그런데 딱 이틀 교회를 떠난다고 너무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사실 저도 좀 회복을 위한 쉼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저는 무조건 직진으로 달려왔거든요. 그런데도 교회를 나와서 차를 타고 인천 연안부두로 가는데 왜 그렇게 어색하고 불안한지 모릅니다. 일종의 ‘분리불안 증세’가 오는 것입니다. “내가 이런 일로 교회를 비우다니….”

배를 탔는데도 설렘보다는 분리불안이 더 강하게 저를 억압하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없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되는데…. 삼십 수년 동안 목회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이렇게 이틀을 비워 본 적이 없는데…. 왜 나는 이렇게 마음이 편치를 못한단 말인가.”

제주도에 도착하여 오름길을 걷는데도 순간순간 교회 생각, 사역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이 ‘소평 소도’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순간 언뜻 저에게 위로가 되는 사도 바울의 고백이 생각이 났습니다. “이 외의 일은 고사하고 아직도 날마다 내 속에 눌리는 일이 있으니 곧 모든 교회를 위하여 염려하는 것이라”(고후 11:28).

사도 바울도 일종의 강박이 있었고 분리불안 장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회만 생각하면 염려가 되고 불안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어쩌면 바울처럼 저에게만 주시는 하나님의 축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오름길을 걸으니까 또 굉장히 창의적인 설교거리와 사역을 위한 하이 콘셉트를 얻게 되었습니다.

▲제주도행 크루즈를 배경으로 선 소강석 목사.

▲제주도행 크루즈를 배경으로 선 소강석 목사.

화요일에 배를 타고 올라오는데 그날따라 배가 늦게 도착을 하고 차까지 막혀서 교회에 늦게 도착을 했습니다. 그래서 박승혁 목사님이 설교를 끝내고 통성기도를 하고 있을 때, 남방 차림으로 올라가서 예배를 마무리하고 축도를 하였습니다.

제가 올라가니까 교인들이 깜짝 놀란 얼굴로 보는 것입니다. “여러분, 오늘은 열린예배를 드렸다고 생각하세요. 미국 같은 경우에는 열린예배를 드리잖아요.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아니, 여러분을 너무나 보고 싶어서 예배가 끝나기 전, 남방 차림으로 달려왔습니다.”

과연 저의 이 강박과 분리불안 증세는 언제나 사라질까요. 은퇴를 하면 사라질까요. 그것도 장담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오름길을 걸으며 깨달은 것은 ‘이것은 하나님이 저한테만 주시는 축복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코로나 상황에서도 우리는 공동체가 와해되지 않고 더 굳건한 영적 역설적 부족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이루었던 것입니다. 사역을 하다 보면 긴장과 릴렉스가 균형을 이루어야 하지만, 저는 이번의 쉼마저도 긴장이 함께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이 축복이라면, 저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은퇴 이후까지도 계속 달리고 또 달리겠습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돋보기 메모 관찰 성찰 내면 탐정 탐구 찾기 노트

‘성찰’, 숨은 죄 발견하는 내시경

눈 열어 하나님 자세히 바라보자 하나님 알아야 나 자신 알게 돼 성찰, 자신을 반석 위 세우는 것 자기 문제에 매우 민감한 사람 눈 가늘게 뜨고 자기 안 살펴야 숨어있는 죄 발견해, 제…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행동하는프로라이프를 비롯한 59개 단체가 5일(수) 정오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헌재)의 이중적 태도를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헌재, 낙태법 개정 침묵하면서 재판관 임명만 압박?”

행동하는프로라이프를 비롯한 59개 단체가 5일(수) 정오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헌재)의 이중적 태도를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행동하는프로라이프 연대를 중심으로 바른교육교수연합, 자유와 정의를 실천하는…

1인 가구

“교회에서 ‘싱글’ 대할 때, 해선 안 될 말이나 행동은…”

2023년 인구총조사 기준으로 1인 가구는 무려 782만 9,035곳. 전체 가구 2,207만의 35.5%로 열 집 중 네 집이 ‘나 혼자 사는’ 시대가 됐다. 2024년 주민등록인구 통계상으로는 지난 3월 이미 1,000만 가구를 돌파했다고 한다. 2050년에는 전체의 40%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

림택권

“오늘도 역사하시는 ‘섭리의 하나님’까지 믿어야”

“두 개의 평행선으로 이뤄진 기찻길이어야만 기차가 굴러갈 수 있듯, 우리네 인생도 형통함과 곤고함이라는 평행선 위를 달리는 기차와 같지 않을까 한다. 우리 앞날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그저 좋은 날에는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곤고한 날에는 하나님이 우리에…

조혜련

방송인 조혜련 집사가 이야기로 쉽게 전하는 성경

생동감 있고 자세한 그림 1천 장 함께해 성경 스토리 쉽게 설명 재미 함께, 신학교수 감수 거쳐 조혜련의 잘 보이는 성경이야기 조혜련 | 오제이엔터스컴 | 614쪽 | 55,000원 CGN 에서 성경 강의를 할 정도로 성경을 많이 읽고 연구한 방송인 조혜련 집사가 ‘성경…

열방빛선교회 촤광 선교사

“수령 위해 ‘총폭탄’ 되겠다던 탈북민들, 말씀 무장한 주의 군사로”

“수령님을 위해 총폭탄이 되겠다던 북한 형제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죄를 깨닫고 회개하고 거듭나면서, 지금부터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위해 남은 생명을 드리겠다고 고백하더라” 열방빛선교회 대표 최광 선교사는 지난 25년간 북한 선교와 탈북민 사역을 …

북한인권재단 출범 정책 세미나

“인권 말하면서 北 인권 외면하는 민주당, ‘종북’ 비판 못 피해”

재단 설립, 민주당 때문에 8년째 표류 중 정치적 논쟁 대상 아닌 인류 보편의 가치 정부·여당·전문가·활동가들 역량 결집해야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주최한 ‘8년의 침묵, 북한인권재단의 미래는’ 정책 세미나가 3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