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낮은 모습으로 하늘을 우러르겠습니다”

|  

7월 넷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교회 옆 공터에서 들꽃을 바라보는 소강석 목사.

▲교회 옆 공터에서 들꽃을 바라보는 소강석 목사.

“낮은 모습으로 하늘을 우러르겠습니다.”

저는 우리 교회 건물을 준공한 이후부터 교회 안에 있는 서재 안 방에서 거해 왔습니다. 저희 집이 이사한 지도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 집에 가서 하룻밤을 자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 방은 동굴과 같습니다. 창문이 두 개가 있는데, 둘 다 이중창으로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어지간한 천둥이 쳐도 천둥소리가 안 들릴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화장실 쪽에 있는 창문을 열어놓으면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반대쪽을 열면 환풍기가 있어 지하에서 뽑아 올린 좋지 않은 공기가 제 방으로 들어옵니다. 그래서 문을 닫고 환풍기로 강제 통풍을 시킵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본당으로 가는 통로 쪽 작은 공간이 있는데, 거기서 글을 쓰고 설교를 준비할 때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창문을 열면 뒷산의 맑은 공기가 그대로 들어오고 새 소리와 매미 소리도 들립니다.

하루는 그곳에서 여름수련회에서 할 설교를 준비하고 있는데, 요란하게 “웨엥~~”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입니다. 밖을 보니 누군가 교회 벽 위에서 잔디를 깎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무리 불러도 쳐다보지 않는 것입니다.

급히 비서까지 불러서 둘이 함께 소리를 쳤습니다. 그 이유는, 조금만 있으면 들꽃이 만발해 있는 곳까지 다 깎아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목청을 다해 둘이 소리를 질렀더니, 그제야 저를 쳐다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거기서부터는 풀을 깎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저렇게 예쁘게 피어있는 꽃들을 어떻게 잘라내려고 하십니까?” “저야 교회 요청에 따라 시킨 대로 일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제가 담임목사이니까 제 말을 따라주시면 고맙겠어요”. 그렇게 해서 다행히 들꽃들이 피어있는 곳은 깎지를 않았습니다.

저는 교회 담 위에 피어있는 꽃들의 이름도 몰랐습니다. 하얀 꽃이지만 손톱만 하게 피어있는 꽃이었거든요. 그러나 저 꽃들도 아름답게 피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했겠습니까? 그런데 애처롭게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들을 제초기로 깎아버리면 얼마나 무참하게 쓰러져버리겠습니까?

▲교회 옆 공터에서 들꽃을 바라보는 소강석 목사.

▲교회 옆 공터에서 들꽃을 바라보는 소강석 목사.

꽃이란 유명하고 화사한 꽃만 소중한 것이 아닙니다. 이름 모를 들꽃이라 하더라도, 꽃망울을 여는 순간 그리움이 되고 연인이 되는 것입니다. 연모함을 찬사하는 사랑이 되고 순결한 고백과 같은 존재이지요. 그러니까 꽃은 바라보기만 해도 애처롭거나 행복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저에게 사랑의 손짓을 하는 모습과도 같이 느껴졌습니다. 며칠 후 다시 와서 보니까 꽃은 어엿하게 서 있습니다. 아주 작은 꽃이지만 그 난폭한 여름의 폭우를 맞고도 끝까지 고고하고 순결한 자태로 서 있었습니다.

물론 얼마 있으면 저 꽃도 지게 되겠죠. 하지만, 아직은 곱고 순결한 자태로 오롯이 서 있었습니다. 저 손톱만한 하얀 꽃을 보노라니, 가까이 가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담벼락에 올라 깎여지지 않은 들꽃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어리고 여린 개망초 꽃이었습니다. 이름 모를 작은 들꽃도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었습니다. 꽃들이 흔들리며 저에게 이런 소리 없는 외침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 때문에 무참히 꺾이지 않고 이렇게 작지만 지금까지 순결한 모습으로 피어있습니다.”

저 여리고 한없이 부드러운 꽃을 꺾지 못하게 한 것이 무척이나 다행이라고 여겨졌습니다. 문득 밤에 별빛을 사모하는 마음처럼, 아니 그 마음이 꽃잎에 어리는 듯했습니다. 갑자기 낮은 모습으로 하늘을 우러르고파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 지구촌 속에서 저 역시 너무나 작은 존재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살아 있는 동안 이름 모를 저 들꽃처럼 바람이 불면 흔들리다가, 아침이면 이슬 한 모금 축이며 저녁이 올 때까지는 작은 향기라도 풍겨내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돋보기 메모 관찰 성찰 내면 탐정 탐구 찾기 노트

‘성찰’, 숨은 죄 발견하는 내시경

눈 열어 하나님 자세히 바라보자 하나님 알아야 나 자신 알게 돼 성찰, 자신을 반석 위 세우는 것 자기 문제에 매우 민감한 사람 눈 가늘게 뜨고 자기 안 살펴야 숨어있는 죄 발견해, 제…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행동하는프로라이프를 비롯한 59개 단체가 5일(수) 정오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헌재)의 이중적 태도를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헌재, 낙태법 개정 침묵하면서 재판관 임명만 압박?”

행동하는프로라이프를 비롯한 59개 단체가 5일(수) 정오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헌재)의 이중적 태도를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행동하는프로라이프 연대를 중심으로 바른교육교수연합, 자유와 정의를 실천하는…

1인 가구

“교회에서 ‘싱글’ 대할 때, 해선 안 될 말이나 행동은…”

2023년 인구총조사 기준으로 1인 가구는 무려 782만 9,035곳. 전체 가구 2,207만의 35.5%로 열 집 중 네 집이 ‘나 혼자 사는’ 시대가 됐다. 2024년 주민등록인구 통계상으로는 지난 3월 이미 1,000만 가구를 돌파했다고 한다. 2050년에는 전체의 40%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

림택권

“오늘도 역사하시는 ‘섭리의 하나님’까지 믿어야”

“두 개의 평행선으로 이뤄진 기찻길이어야만 기차가 굴러갈 수 있듯, 우리네 인생도 형통함과 곤고함이라는 평행선 위를 달리는 기차와 같지 않을까 한다. 우리 앞날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그저 좋은 날에는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곤고한 날에는 하나님이 우리에…

조혜련

방송인 조혜련 집사가 이야기로 쉽게 전하는 성경

생동감 있고 자세한 그림 1천 장 함께해 성경 스토리 쉽게 설명 재미 함께, 신학교수 감수 거쳐 조혜련의 잘 보이는 성경이야기 조혜련 | 오제이엔터스컴 | 614쪽 | 55,000원 CGN 에서 성경 강의를 할 정도로 성경을 많이 읽고 연구한 방송인 조혜련 집사가 ‘성경…

열방빛선교회 촤광 선교사

“수령 위해 ‘총폭탄’ 되겠다던 탈북민들, 말씀 무장한 주의 군사로”

“수령님을 위해 총폭탄이 되겠다던 북한 형제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죄를 깨닫고 회개하고 거듭나면서, 지금부터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위해 남은 생명을 드리겠다고 고백하더라” 열방빛선교회 대표 최광 선교사는 지난 25년간 북한 선교와 탈북민 사역을 …

북한인권재단 출범 정책 세미나

“인권 말하면서 北 인권 외면하는 민주당, ‘종북’ 비판 못 피해”

재단 설립, 민주당 때문에 8년째 표류 중 정치적 논쟁 대상 아닌 인류 보편의 가치 정부·여당·전문가·활동가들 역량 결집해야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주최한 ‘8년의 침묵, 북한인권재단의 미래는’ 정책 세미나가 3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