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칼럼] 공격형 무기와 수비형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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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렬 정부는 강점을 양보하지 마라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의사평론가, 이비인후과 전문의, 서울시 의사회 윤리의원).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의사평론가, 이비인후과 전문의, 서울시 의사회 윤리의원).

개혁은 이끌고 가는 것이지 끌려가는 것이 아니다. 끌려가는 것은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개혁을 주도하는 특정 집단이 힘을 얻으려면 먼저 내부적 합의와 외부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내부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때마다 내부적 갈등과 합의 도출에 에너지가 소진되어 한 발자국 나가기도 벅차진다. 그러기에 처음부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함께해야 하는 것이 내부적 합의를 통한 동력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

적은 수일지라도 뜻을 같이하는 운명공동체를 이룰 때 강력한 추진력이 발생한다. 뜻이 달라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키는 세력은 초기에 진압하여 다른 길을 가는 것이 현명하다.

내부적 합의가 이루어진 후에는 외부적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 외부적 정당성은 남을 설득해서 공감을 일으키는 과정이다. 개인이나 어떤 집단이 남을 설득하고 공감을 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잘 구현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설득의 3요소를 이야기했다.

첫째는 로고스(Logos)다. 정확한 지식과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국민들은 종북주의와 중국에 대한 굴욕외교, 인권을 가장한 이권팔이에 치를 떨며 문재인 정부를 거부했다. 윤석렬 정부는 국민들의 가슴 속에 맺힌 울분과 분노를 먹고 탄생했다. 새 정권은 이러한 국민들의 마음을 상식과 공정으로 표현했다. 정권출범 두 달이 지난 상황에서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진 정부 기강을 바로잡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기존 기득권 세력들의 저항에 밀리거나 머뭇거려서는 안 될 것이다. 정권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물러서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자유 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입장이 흔들리면 안 된다. 상식과 공정의 원칙이 흔들리면 안 된다. 저항 세력들의 힘이 빠지기까지 상식을 지키고 공정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매우 지난한 시간일 것이다. 소금의 맛을 잘 유지해야 한다.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길가에 버려진다. 소금의 맛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처음 내세운 상식과 공정의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매 순간 돌아보는 이성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성찰의 기초는 겸손이다.

둘째는 파토스(Phatos)다. 아무리 정확한 신념과 논리를 가지고 있더라도 상대를 감동시켜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이성만 있고 감성이 없다면 차갑고 싸늘해진다. 정의로운 지식이 힘을 얻으려면 이성적 지식과 기준이 감성으로 잘 녹여져야 한다.

하지만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감성으로 이성을 뭉개버리는 유체이탈의 지난 정권과는 차별이 있어야 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감성팔이 문재인 정권의 구호는 철저하게 거짓 선동 구호였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올바른 기준이 따뜻하게 전해질 때 효력을 나타낸다. 기준을 잃어버린 감성팔이는 사기꾼들이 하는 행태다. 고상한 표현을 빌리자면 위선자라고 한다. 지난 두 달간 윤석렬 정부는 국민의 감성을 만지고, 우방들의 서운한 감정을 헤아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하지만 2%가 아닌 20% 이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약으로 내세운 여성가족부 해체가 미루어지고 있다. 자신들만의 안위를 위해 귀순 어부들의 소중한 생명을 인신공양(人身供養) 하듯 김정은 일당에게 갖다 바치고, 국가 안보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지난 정권의 흑역사에 대한 정리 작업이 시작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천이 없는 호소는 감동을 줄 수 없다. 감동이 없으니 공감과 동력이 생기질 않는 것이다.

셋째는 에토스(Ethos)다. 자신이 주장한 신념과 기준을 에토스를 이용하여 잘 전달할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어야 한다. 일관된 진정성(integrity)을 보여 줄 때 대대로 존경과 칭찬을 받게 된다. 언행일치의 삶을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힘겨운 일과 인고(忍苦)의 시간을 감당하지 않고서 찬사를 받기를 바란다는 것은 미성숙한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특징이다. 지난 정권의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넘었다. 정권이 바뀌니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아니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것일 뿐이다.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난장판을 벌이며 불장난을 하던 지난 정부가 저질러 놓은 일들이 너무나 많아 윤석렬 정부는 반대급부를 누리고 있다. 바닥을 친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윤석렬 정부에게 바라는 것은 5년 후 임기를 마칠 때까지 일관된 진정성을 잘 유지해 달라는 것이다.

일관된 진정성은 이타적인 마음을 잘 유지할 때 지킬 수 있다. 나라를 바로 세우고 지키려는 진정한 애국심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기에 호시탐탐 얍삽한 정치질을 일삼는 정치꾼들은 멀리해야 한다. 나라는 일시적인 인기몰이로 지켜지지 않는다.

붙잡은 정권은 붙잡으려고 하면 놓쳐버리게 된다. 모든 것을 걸고 승부수를 던지게 될 때 국민의 지지를 얻고 정권을 지킬 수 있다. 방향이 맞으면 좌면우고(左眄右顧) 할 것 없이 달려가야 한다. 죽은 고기는 물살에 떠내려가지만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올라간다. 공격형 무기는 공격할 때 사용되어야 하고, 수비형 무기는 수비를 할 때 사용되어야 제 몫을 발휘할 수 있다. 윤석렬 정부는 강점을 양보해서는 안 된다.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의사평론가,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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