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래 칼럼] 속수무책(束手無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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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래 목사.

▲조성래 목사.

쏟아지는 폭우 앞에 손을 묶은 것처럼 어찌할 도리가 없이 꼼짝할 수 없는 상황에서, 8월 8일(월요일)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꼬박 밤을 새우면서 지하로 유입되는 물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끔찍하고 절망적으로 참담(慘憺)했다. 우리 가족이 피해를 당한 영업장은 하천 옆 도로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관악산에서 집중적으로 도로를 타고 쏟아져 내려오는 물의 양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천재지변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더하여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일들은 도로 앞을 지나다니는 차들이었다. 버스나 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물이 파도처럼 건물로 밀려오는 것을 바라보는 피해자 가족의 마음은 말 그대로 참담하고 속수무책이었다. 관계기관에서 저런 차량을 좀 우회시키는 조치를 왜 하지 않을까. 이런 부분이 바로 인재(人災)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성래 목사가 보내온, 침수 피해 현장 사진.

▲조성래 목사가 보내온, 침수 피해 현장 사진.

▲조성래 목사가 보내온, 침수 피해 현장 사진.

▲조성래 목사가 보내온, 침수 피해 현장 사진.

▲조성래 목사가 보내온, 침수 피해 현장 사진.

▲조성래 목사가 보내온, 침수 피해 현장 사진.

가족들은 그저 밤새도록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오전 9시쯤 빗줄기는 소강 상태가 되었다. 약 50평쯤 되는 지하실에는 어른 가슴 높이만큼 물이 유입되어 참담한 심정이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19에 도움을 청하려고 아무리 전화를 해도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서울시 다산콜센터와 구청민원실에 연락해도, 워낙 피해 범위가 넓어서 손을 써줄 수가 없는 상황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며 쳐다만 보고 있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히도 지역주민센터에서 양수기를 대여해 올 수가 있었다. 무려 8시간 동안 건물에 유입된 물을 퍼내고 보니 건물 바닥은 진흙뻘이 되었고, 홀에 배치됐던 의자와 탁자는 물론 여러 대의 드럼들이 뒤엉켜 있고, 냉장고와 가전제품들, 특히 고가의 음향장비와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색소폰 등이 물에 잠겨있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마음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절실히 경험했다. 차마 눈을 뜨고 보지 못할 정도가 된 건물 내부는 가족들 힘으로는 도저히 피해 복구를 해결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몇 시간 후 회원들과 지인들이 하나하나 찾아와 손을 걷어붙이고 복구를 시작해 주었다. 물에 잠겨 쓸 수 없는 수백만 원의 고가의 가구들과 음향장비, 악기들을 밖으로 버려야 하는 마음은 갈기갈기 찢기는 심정이었다. 한 제품이라도 건져 보려고 전문가들에게 전화로 조언을 받으면서, 도저히 회생할 수 없어 폐기한 비품이 약 5,000만 원 이상의 물건들로 트럭으로 약 한 대 이상 되는 정도였다.

이번 피해로 인해 우리 가족들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지인들이 생겼다. 재난 특보를 듣고 혹시나 방문한 회원들과 지인들이다. 작업용도 아닌 옷을 입고 구두를 신은 채로 흙을 퍼내고 쓰레기를 버려 주는 지인들의 얼굴과 이름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하는 마음에 아프면서도 고마운 흔적이 되었다.

“기쁨을 함께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함께 나누면 반이 된다”라는 말이 바로 이런 현장을 말한다는 것을 70살에 경험을 하였다. 이런 인디언 명언이 있다. “진실한 친구란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오는 사람이다.” 인생을 살면서 그런 명언들이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새기게 되었다.

가까이에 살고 있는 아들에게서 저녁 7시경 전화가 왔다. “아버님, 큰일났습니다. 빨리 음악실(사업장)로 내려오셔야 합니다. 물폭탄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화를 받고 황급히 나와 보니 이미 골목과 도로는 물바다가 된 상황이었다.

아들은 내려오다 맨홀에 빠져 가까스로 빠져나와 온몸에 상처투성이가 된 상태였다. 황급히 내려오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 아들은 큰 소리와 손짓으로 “아버지, 이곳으로 내려오면 안 됩니다. 빨리 다른 길로 돌아서 가세요.”라고 했다. 그런데 나도 시장 골목으로 돌아서 오다가 마찬가지로 맨홀에 빠져 큰 변을 당할 뻔했다. 맨홀이 이렇게 무섭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여기서 “인재와 천재”를 국가는 다시 한 번 검토를 해야 한다. 아들이 빠진 곳은 워낙 많은 물량 때문에 맨홀 뚜껑이 열린 상태였고, 내가 빠진 곳은 집안으로 들어오는 물을 막기 위해 사람이 열어 놓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그런 위험을 알리는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업소 바로 앞에도 맨홀이 두 곳이 있었다. 어렵게 맨홀 뚜껑 두 곳을 열어 놓으니까, 물의 유입을 막고 있던 각종 쓰레기가 소용돌이를 치면서 맨홀에 모든 물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 여파로 건물로 유입되는 물을 막을 수 있었다. 무심코 지나가는 행인들은 흙탕물 때문에 맨홀이 어디에 있는지 구분할 수 없다. 조금 전 그런 경험 때문에, 열어 놓은 맨홀 근처에 서서 사람들이 맨홀 근처로 통행을 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시설 복구에 온 가족이 이틀 동안 매달리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발의 통증으로 한 발자국도 걸을 수 없는 상태로 병원에 실려가 검진한 결과 세균 감염의 발생했다고 해서 응급치료를 받았고, 아들과 며느리 아내까지 오늘까지 병원치료를 받으면서 시설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재난 현장에서 27년간 피해자들을 위해서 봉사를 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다. 그런데 금번에 직접 겪은 피해를 통해서 이재민들의 아픔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가족들과 잠시 쉬면서 “우리 주변의 형제들과 친척, 지인들에게 애경사가 있을 때 우리는 그동안 인사와 조문을 했다. 물론 그런 일도 최선을 다해 돌아보아야 하지만, 그보다도 우리와 같이 재난을 당한 이웃이 있다면 모든 일을 뒤로하고 최우선으로 그들을 돌보는 일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는 대화를 나눴다.

비록 금번에 우리 가족은 천재지변으로 많은 재산을 잃었지만, 반면에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경험과 교훈을 얻었다. 가족들에게도 이번 일로 마음 아프게 생각하지 말고, 인생의 큰 교훈으로 생각하면서 주변에 우리와 같이 피해를 본 분들을 돌아보면서 끝까지 마무리를 잘하자고 당부를 했다.

국제국호개발기구 한국재난구호
이사장(이재민) 조성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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