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같은 듯 다른, 지식과 지혜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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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타사르 그라시안의 명언 몇 마디: 최선을 바라되, 최악에 대비하라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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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하면서 약간 다른 말에 지식(知識/ knowledge)과 지혜(智慧/ wisdom)가 있다. 사물에 대해 지식이 외형적·물량적으로 아는 격물(格物)이라면, 지혜는 내면적·원리적으로 아는 치지(致知)라고 할 수 있겠다. 지(知)와 지(智)의 차이이기도 하다.

성경에서도 “여호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라(잠 1:7)”고 규정한 바 있다. 이에 비해 하나님을 알고 훈계를 분별하며 학식을 다룰 줄 아는 것은 지혜(잠 1:2, 5, 6. 2:6-7)라고 구별하고 있다.

지식이 이 땅에서의 이치를 아는 것이라면, 지혜는 하늘에서의 원리를 깨닫는 것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양적 지식과 질(영)적 지혜로 구분한다면, 지식보다 지혜가 한 차원 높고 깊고 넓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에 따라 발타사르 그라시안(Baltasar Gracian, 1601-1658)이 전해주는 지혜를 몇 토막 소개해 보겠다.

①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라.
인생길에서 첫째는 선지식과 고급 담론으로 세상의 거친 자연 상태에서 진정한 인간(human being)으로 재탄생하고, 둘째는 살아있는 사람들과 섞여 살면서 이 세상의 좋은 것을 최대한 느끼고, 셋째는 자신의 새롭고 남다른 삶을 준비하면서 살아라.

② 삶의 방법은 많을수록 좋다.
삶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두 배로 갖추어라. 그러면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기쁨과 보람도 두 배로 늘어날 것이다. 자연과 인연에 의해 살아야 하는 인간은 조석으로 바뀐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두 팔과 두 다리를 주셨듯이 우리가 의지해 살아야 할 삶의 방편도 두 배로 확대해 준비하라.

③ 항상 좋은 결과를 상상하라.
하늘에는 기쁨이 있고 지옥엔 고통이 있으며, 이 세상에는 이 두 가지가 섞여 있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기쁨도 고통도 계속되지 않는다. 그러니 하늘을 사모하며 살아라. 자꾸 바뀌는 운명을 즐겁게 수용해라. 그리고 항상 좋은 결과를 그리며 살자.

④ 게으름을 경계하라.
우리는 늘 두뇌, 기지(機智)와 용기를 가지고 운명의 습격에 대비해야 한다. 젊음도 마찬가지다. 어느날 문득 거울 앞에서 자신이 더 이상 젊지 않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교활한 내 운명은 어느날 갑자기 준비 안된 채 머뭇거리는 내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그날이 중요한 시험(심판)의 날이 될 것이다.

⑤ 자비(慈悲)심은 큰 미덕이라.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들(20대 대통령(2022.3.9), 8회 지방선거로 당선된 이들(2022.6.1)은 항상 자비심을 베풀어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보통 사람보다 좋은 일을 더 많이 하라고 하늘이 주신 선물이다.

⑥ 매사에 적절하게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흥분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남에게 휘말리지 않는다. 신중하지만 겉으로 소심한 듯 보일 때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일부러 의심을 드러냄으로 타인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도 있고, 그것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도 있다. 때로는 스승에게 반박하고 반론을 제기함으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다.

⑦ 순진함이 때로는 악덕일 수 있다.
마음속에 뱀 같은 교활함과 비둘기 같은 순진함을 함께 갖추어라(마 10:16). 정직한 사람은 남에게 속기 쉽다. 세상에서 거짓말을 안 하는 사람은 남을 쉽게 믿고 속이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쉽게 신뢰한다. 그러나 어떤 이는 호의를 갖고 일부러 알면서 속아주는 사람도 있다. 경험 있는 사람은 스스로 속임수를 빠져나오고 교활한 사람은 일부러 그 속임수에 빠져들어가 준다.

⑧ 걸고넘어지는 사람을 경계하라.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이용하고 딛고 일어서려는 사람을 조심해라.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린다(아담 하와 때부터).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항상 함정에 빠지게 된다. 최선을 바라되, 최악에 대비하라.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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