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그때의 눈물, 지금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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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둘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광주신학교 시절 소강석 목사.

▲광주신학교 시절 소강석 목사.

“그때의 눈물, 지금도 주소서.”

-추석을 맞아 가난하고 외로운 신학생 전도사 시절, 백암교회를 개척하며 겪었던 애틋한 일화가 담긴 칼럼을 재게재합니다.

추석만 돌아오면 가슴이 시리고 저리도록 잊을 수 없는 하나의 추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화순 백암교회 개척 중 처음으로 그곳에서 추석을 맞이했습니다. 그때 마을 청년들이 남루한 개척교회에 찾아와 콩쿠르 대회를 하는데 기부금을 달라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먹을 양식도 떨어져 라면으로 연명을 하고 있는 처지였기 때문에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기가 막혔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기죽기는 싫어서 은행 통장에 돈이 있는데 오늘 시내 나가서 돈을 찾아와 내일 줄 터이니 내일 오라고 말해버렸습니다.

당장의 체면 유지는 했지만 그들을 보내놓고 나서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내일 무슨 돈으로 체면치레를 해야 할까….” 쌀이 없어서 밥 못 먹는 것도 서러운 일인데 교회 전도사가 허풍을 쳤다고 소문날 것을 생각하니 정신이 아찔하기까지 했습니다.
얼마나 저 자신이 초라하고 비참하게 느껴지는지요.

그래서 창고 교회 속에 들어가 그냥 맹목적으로 엎드렸습니다. 이 어린 나이에 시골 벽촌에 와서 복음을 전하다가 무슨 꼴을 당하고 있느냐고 하는 기막힌 생각이 들어, 막 울어대기만 했습니다. 무슨 눈물이 그렇게도 펑펑 쏟아지는지, 아마 서러운 인생의 눈물보가 제대로 터져버린 모양이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무작정 광주 시내로 나갔습니다. 누가 오란 곳도 없고 약속한 곳도 없었지만, 그냥 무작정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다녔습니다. 남들은 선물 꾸러미를 사들고 무엇이 그리도 기뻐서 저렇게 들뜬 분위기에 있는….. 정말 그들의 모습이 부럽기만 했습니다.

점심 때가 이르니 배가 고프기 시작했습니다. 다리도 아프고 피곤해 잠시 금남로에 있는 모 은행에 들어가 지친 몸을 잠시 맡겼습니다. 무슨 돈이 그렇게 많은지, 저마다 통장에서 돈을 찾아가는 모습들이 정말 부럽기만 했습니다.

“주여! 천국 은행의 내 통장엔 얼마나 들어 있습니까?” 이런 마음의 기도가 다시 한 번 저 자신을 초라해 보이게 하였고, 제 눈에 눈물을 핑돌게 하였습니다. 은행에 너무 오래 앉아 있으니 눈치가 보여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때 제 마음과 발걸음은 성령의 분명한 이끌림으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곳이 제가 잘 아는 류중룡 장로님의 세무사 사무실이었습니다. 그곳에 이르자마자 애써 태연한척 체면을 유지하려고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그 장로님이 저를 보시자마자 상당히 두툼한 봉투를 하나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이상하게 어제 저녁부터 괜히 소 전도사가 생각이 나 자꾸 염려되는 마음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봉투를 하나 준비해 놓고 오전 내내 오기를 기다리셨는데, 마침 제가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만일 오후에도 제가 안 오면 저에게 연락할 참이었다니….

그 말을 듣고 그 두툼한 돈봉투를 보는 순간, 감당할 수 없는 눈물보가 터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자존심이 강하여 다른 사람 앞에 약한 모습보이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저였지만,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사무실을 나와 교회까지 오면서, 버스 안에서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창고 교회의 강대상 앞에 엎드려 바닥에 눈물을 쏟아 흘렸습니다.

그런 후에야 당장 마을 청년들을 오라고 해서 당당하게 기부금을 건네주었지요. 이튿날에는 능주시장에 가서 그 눈물 어린 돈으로 선물을 잔뜩 사 가지고 와서 교인들에게 모조리 나누어 주었습니다. 수십 년에 지났지만, 추석만 돌아오면 그 때의 눈물이 생각납니다.

이번 추석에도 대통령 선물이 왔는데, 매년 그렇게 해왔듯이 다른 선물과 함께 그 선물을 류중룡 장로님께 보내 드렸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그 때의 눈물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 처절했던 눈물의 힘이 앞으로도 저를 강하게 하고 더 하나님만을 의지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여! 제 평생에 그 때의 눈물을 잊지 않게 하소서. 아무런 부족함이 없고 넉넉할 때도 그때의 눈물이 마르지 않게 하소서. 이 눈물이 메마를 때 저의 영성과 제 목회의 불빛이 꺼지고야 말기 때문입니다.

주여! 우리 교회가 더 부흥할 뿐 아니라 한국교회를 섬길 때에도 그때의 뜨거운 눈물로 사역하게 하소서.”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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