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위트(wit) 있는 정치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상생활의 모습이 매우 심각하고 신중하다. 가끔 허튼소리도 하고 유머를 통해 통쾌하게 웃고, 좀 나사 빠진 듯한 이완(弛緩)도 있었으면 좋겠다. 너무 각박하고 심각하고, 무섭고, 두렵기도 하다.
특히 국회의원들의 정치 활동에서 주고받는 언어들이 너무 살벌하고, 폭언과 비아냥, 반박, 고성, 윽박지름 등이 난무한다. 자녀들과 함께 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좀 웃으면서 화기애애하게 조곤조곤하면서 진지함과 평안함을 나눌 수는 없는 일인가?
소위 국가 경영을 다룬다는 사람들의 모습이 전사(戰士)들의 난투극이나 검투사의 대결, 아니면 청도 소싸움이나 스페인 투우(鬪牛) 장면을 보는 것 같다. 너무 야만적이다.
장·차관과 국회의원들이 저 정도 수준이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낮은 목소리로 대화하며 경청하는 사람은 살아갈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폭력과 폭언을 삼가고 고품격 위트와 해학(諧謔) 혹은 심오한 풍자(諷刺) 등을 보여주기 바란다. 미국의 16대 대통령을 지낸 에이브러햄 링컨의 위트(wit)를 몇 개 보자.
① 스프링필드의 이웃 사람이 하루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링컨이 그의 두 아들 윌리와 테드와 함께 걷고 있었다. 아이들은 서로에게 고함을 지르며 허공에 주먹질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이웃 사람이 물었다. “그냥 어디서나 있는 그런 일입니다. 호두가 세 개 있는데 두 녀석 모두 자기가 두 개를 갖겠다는 거예요”라고 링컨이 대답했다.
② 링컨은 굼뜬 조지 맥클레런 장군과 자주 다투었다. 전장 상황에 대해 정확히 보고하라고 채근했다. 이를 이용해 링컨을 놀려먹으려고 백악관에 이런 전문을 보냈다. “암소 6마리를 막 포획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이에 대해 링컨의 답장은 이러했다. “우유를 짜십시오.”
③ 선거 유세 때 라이벌이 링컨은 두 얼굴을 가진 자(이중인격자)라고 비난하자, 곧이어 자기의 연설 시간에 “저 사람의 말처럼 내가 두 얼굴을 갖고 있다면, 여러분을 만나러 오는 이런 자리에 지금 같은 이런 얼굴을 하고 나오겠습니까?”라고 말해 청중의 폭소를 이끌어냈다. 물론 선거 결과는 링컨의 승리였다.
밥 돌(Bob Dole) 상원의원이 위트와 유머를 기준으로 평가한 미국 대통령들의 순위가 있다.
① 가장 위대하고 가장 재밌었던 우리의 대통령(에이브리햄 링컨) ② 배우로서 결코 타이밍이 어긋나는 법이 없는(로널드 레이건) ③ 그의 위트가 자신과 미국이 공황과 세계대전을 견뎌내는데 도움을 준 사람(프랭클린 D, 루스벨트)
④ 삶을 최대한 누렸고 가장 많이 웃었던 자(시어도어 루스벨트) ⑤ 과묵했던 사나이. 그러나 한 번 말했다 하면 청중을 웃겼던 사람(캘빈 쿨리지) ⑥ 기자회견을 하면 그 자체가 가장 위트가 넘치는 TV 쇼였다(존 케네디)
⑦ 있는 그대로를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하는 진솔한 사람(해리 트루먼) ⑧ 텍사스 허풍의 대가. 그의 농담이야말로 언제나 웃음거리(린든 존슨) ⑨ 퀘이커 교도였으나 속으로는 희극배우의 심장이 박동 쳤다(허버트 후버)
⑩ 지성인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모범 사례(우드로 윌슨) ⑪ 동시대 최고의 연설가. 그렇다고 유머리스트로도 역시 나쁘지 않았다(제임스 가필드) ⑫ 결코 자기 자신을 심각하게 여길 수 없었던 대통령. 왜냐면 미국에서 가장 위트가 넘쳤던 영부인이 곁에 있는 축복을 누렸기에(조지 부시)
⑬ 외양과 즐거운 성격에서 산타클로스를 꼭 닮은 사람(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⑭ 때때로 까다롭고 매우 무례했던 18세기형 돈 리클스(존 애덤스) ⑮ 평화에서 1등, 전쟁에서도 1등. 그렇지만 유머에서는 중간수준이었던 이(조지 워싱턴).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