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사랑의 많은 문제를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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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111] 기다리고 서두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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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금맥을 찾기 위해 곡괭이로 땅굴을 파서 한참 나아가다 나오지 않자 포기하고 돌아서는데, 몇 번만 더 파면 금덩어리가 나오는 자리였다. 끈기와 뒷심에 대해 교훈을 주는 그림이다.

일상에서도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진다. 이미 준비하고 있는데 다그쳐서 산통을 깨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잔소리가 심한 사람은 가만히 있으면 배우자가 어련히 알아서 해줄 것을 꼭 한마디 해서 역풍을 맞곤 한다.

인내심을 갖고 조금 더 기다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기다림’은 의외로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묘약이다.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고(벧전 4:8), 기다림은 때때로 사랑의 난제들을 해결해 준다.

어찌 보면 그 어려운 문제에 달리 방법이 없어서 기다리는 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인내한 사람에게 하나님이 선물을 주시듯, 도무지 해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한 일도 개선되는 사례가 많다.

대책이 없어 보이는 사춘기 아들딸을 자꾸만 들쑤시면 사태는 더 악화되고, 잡으려 하면 할수록 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그 마음을 알아주고 기다려주면 알아서 돌아온다.

심지어 뒤늦게, 이삼십 대에 돌아올지도 모르는데, 이미 관계가 깨진 뒤에는 부모에게 가는 다리가 끊어진 상태가 되기 쉽다. 조급하게 긁어 부스럼을 일으킨 정도만큼 늦게 돌아온다고 보면 맞지 않을까 싶다.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도 당장은 한없이 커 보이고 죽어도 안 풀릴 것처럼 느껴지는 일들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 그 상태를 견디기는 매우 어렵다. 빨리 조치를 취하고 교통정리를 해서 마음 편히 살고 싶다. 그게 안될 바에는 차라리 양단간에 결정을 내리고 마무리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대로 살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많은 부부들이 이혼을 생각하고, 연인들은 이별을 생각하는 것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그런 극단적 마무리도 필요하다. 뒷감당을 어떤 식으로 하든지, 헤어졌다 다시 만나든지, 어쨌든 일단락 지어야 할 일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많은 부부들이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듯이, 기다리고 인내하면 해결되는 일 또는 내 쪽에서 사고방식이 바뀌는 일, 세월이 지나면서 용서나 수긍이 가는 일들이 적지 않다.

인생을 조금 더 살다 보면 그때 그 금덩어리 앞에서 돌아서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는데도 묵묵히 곡괭이질을 하길 잘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다른 선택을 해서 또 다른 것을 가질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은 일종의 도박이므로 더 나쁜 상태가 될 수도 있었음을 고려한다면 불필요한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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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도 인내의 과정이다. 무언가 확실히 보이고, 느껴지고, 뜨거워야 제대로 된 신앙인 줄 아는 과격한 은사주의나 이단 집단들도 있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믿음은 보이는 것을 믿는 게 아니다.

‘이 눈에 아무 증거 아니 뵈어도 믿음만을 가지고서 늘 걸으며’라는 찬송 가사처럼, 믿어준다는 것은 보여서 믿는 게 아니다. 배우자나 연인을 기다려준다는 것도 ‘제대로 하면’ 용납하는 게 아니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사실 오랜 세월 함께한 사람들은 오래 기다린 사람들이다. 나아지겠지, 한 번은 내 말을 들어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기다린 것이다. 또한 여전히 기다리는 과정이기도 한데, 살아서 이루어지지 않을 기다림도 많다. 한 사람이 먼 길을 떠나거나 헤어진 뒤에야 알게 되는 것들도 많을 것이다. ​

“그때 그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그런 요구는 하지 말걸, 괜한 염려로 세월을 보냈구나.”

그리고​

“그때 그 사람은 나를 많이 기다려 주었었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될 것이다.

세상이 급해질수록 우리는 기다리는 것을 잘 못하는 사람들로 변해간다. 인터넷 페이지도 로딩이 늦어지면 닫아버리고, 동영상이 2-3분만 넘어가도 시청하기를 꺼린다. 쇼핑한 물건도 당일배송을 선호하며, 메신저도 상대방이 빨리 읽지 않거나 답이 늦으면 답답해한다.

그런데 이런 조급증을 일상으로 확대해 세상을 바라보고 인생을 바라보면 어려움이 많아진다. 특히 인간관계를 이런 조급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더욱 그렇다.

물건이 이미 배송되고 있는데 그새를 못 참고 조회를 해보거나 전화를 해보는 이들도 있다. 어차피 도착할 물건인데, 아무리 늦어도 하루인데 조급해한다.

조바심으로 물건을 빠르게 이동시킬 수 없고, 어차피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한데도 마음이 급하고, 어디쯤 오고 있는지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알아야 직성이 풀리듯이, 시간이 필요한 상대방과의 일도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약속을 지킬 건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꾸 단속하다 보면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

대개 ‘사랑’이라고 하면 무언가 선물을 해주고, 애정표현을 하는 등 상대방을 구름 위로 붕 띄워주는 것을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진짜 사랑은 상대방을 위해 ‘기다림과 인내’라는 고통을 감당하는 것이다.

고린도전서 13장의 사랑에 관한 부분이 ‘사랑은 오래 참고’로 시작하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물론 여기서 말씀하는 사랑은 러브(love)보다 좀 더 숭고한 채러티(charity)이지만, 남녀 간의 사랑도 에로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헌신적인 희생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3​

그런데 우리는 모순된 사랑,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서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연인과 데이트를 하러 맛집에 가서 줄 서는 일은 잘하면서도, 약속에 늦는 연인은 기다려주지 못하고 화를 낸다든지 하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도 연인이나 배우자에게는 틈을 주지 않고 인색한 경우도 많다. 이런 사람은 연인도 배우자도 그다지 사랑하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그저 자기 것, 자기가 선호하는 것을 좋아하고 애지중지하는 것뿐이며, 철저히 이득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다.

시간에 갇힌 인간에게 ‘기다림’이란 공존을 위해 꼭 필요한 부담이자 의무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려주는 것은 소중한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다.

야곱이 라헬을 사랑하여 7년, 또 7년을 며칠같이 여기는 그런 거창한 것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작은 일에서부터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지면 많은 경직된 문제들이 풀릴 수 있다. 무언가를 요구했을 때 즉시 되지 않더라도 일단 좀 더 기회를 주고 기다리면서, 재촉하지 말고 사람마다 시간에 대해 체감하는 것이 다름을 인정하면서 서로의 속도에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다림은 ‘너그러움’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외출할 때 여자들은 화장하랴, 가스 밸브 잠그랴, 전깃불, 창문까지 단속하는 등 할 일이 많은데 미리 나가서 자동차 시동을 켜고 왜 안 나오느냐며 다그치지 말고, 마무리를 돕든지 차라리 그 시간에 차에서 다른 무언가를 하면서 나올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다. 여자들은 나와야 나오는 거다.

남편이나 연인이 담배를 끊고 게임 시간을 줄이는 식의 변화를 약속하거나 교회 출석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더라도, 조금 더 기다려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은 내가 견디기 어려워서 기다림의 요령을 강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나는 힘들지만 견디는 그런 마인드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일에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매듭과 결단이 필요한 일이 있고, 기다릴 일이 있다. 하나님 말씀에 그 정답이 있다.​

“하나님의 날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서두르라(벧후 3:12)​”.

기다리고 서두르라…. 상충하는 내용이 아니다. 긴 호흡으로 기다리되, 해야 할 것들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그날이 당장 이르러도 당황하지 않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인생에서도 지금 바라는 것들이 바로 이루어진다면, 제대로 그것을 누리며 다시 놓치지 않을 수 있는가?

떠난 연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고 치자. 하지만 기다리기만 하고 상대방이 떠난 이유를 모른 채 전에 하던 대로만 한다면, 설령 돌아온다고 해도 다시 이별하지 않는 좋은 결과를 바랄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기다리기’만 하고 ‘서두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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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마음가짐에 따라 기다림의 의미가 달라진다. 결혼 전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공약도 하고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이었지만, 나중에는 배우자를 위해 한시도 기다려 줄 수 없는 그런 사람이 되기 쉽다. 야곱도 14년을 14일처럼 기다려 얻은 아내 라헬이 밥을 얼른 안 준다고 짜증 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다림 중에는 간단한 것도 있지만 긴 호흡의 기다림도 있다. 게다가 결과가 막연할 수도 있다. 예컨대 내집 마련이나 사업 성공,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약속 같은 것을 기다리는 일은 그 경계도 모호하다. 집도 어떤 집이냐가 문제이고, 성공과 행복의 기준도 애매하다. 이런 일들은 기다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안돼도 노력한 과정이나 내용을 보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래서 기다림에서 중요한 부분은, 아직 바라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이미 다 그르치고 망한 것처럼 생각하거나 표현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서로 간에 기운이 빠지지 않는다.

모두가 목표를 세우지만, 다 이룰 수는 없는 법이다. 약속해서 기다렸는데 결과가 이게 뭐냐고 다그치기에는 예기치 못한 인생의 변수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다.

김재욱 작가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등 40여 종
https://blog.naver.com/woogy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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