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치가(治家)와 치국(治國)
사람이 밥 먹고 잠자며 화장실만 다닌다고 해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릴 때 “人人人人”을 해석해 보라고 하니까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 노릇 해야 사람이지”라고 했단다.
사람이 사람 노릇 하기 위해 ‘명심보감’, ‘채근담’, ‘탈무드’, ‘논어’, ‘맹자’, ‘한비자’, ‘사기열전’, ‘삼국지’, ‘마음의 샘터’ 같은 고전을 읽고 생각하며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검색(檢索)만 할게 아니라 사색(思索)해야 하고, 사색만 할 게 아니라 행동(行童)으로 실천해야 한다.
일찍이 앙리 베르그송(1859-1941)은 “사색하는 행동인, 행동하는 사색인”이란 명제를 내놓았다. 오늘은 <명심보감>에서 치가(治家)에 관한 명언들을 찾아보겠다. 손님의 대접은 풍성해야 하고, 집안의 살림은 검소해야 한다.
① 무릇 모든 손아래 사람들은 일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해선 안 되고 반드시 집안 어른들께 여쭈어보고 해야 한다(司馬溫公).
② 손님의 대접은 불가불 풍성해야 하고, 집안의 살림은 불가불 검소해야 한다(待客不得不豊, 治家不得不儉).
③ 어리석은 사람은 아내를 두려워하고, 현명한 여인은 남편을 공경한다(姜太公).
④ 무릇 종(從)을 부림에 있어서는 먼저 배고픔과 추위를 생각해야 한다(춥고 배고픈 고통은 해결해준 후에 일을 시켜야 한다. 종업원을 고용함에 있어서도 최저 생계비는 보장해주어야 한다).
⑤ 자녀들이 효성스러우면 부모들이 즐겁고,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子孝雙親樂, 家和萬事成). 이 말은 오랫동안 널리 알려진 우리나라의 공통 가훈(家訓)이 되었다.
⑥ 때때로 불이 나는 것을 막고(화재 조심), 밤마다 도둑이 드는 것을 방비해야 한다. 집안의 화재와 밤시간의 도둑은 예고 없이 일어나는 재난이기에 항상 대비함(有備無患)이 최선이다. 수시로 보도되는 각종 화재와 산불 그리고 물실범죄(物失犯罪)는 문단속과 불 단속의 중요성을 깨우쳐주고 있다.
⑦ 조석(朝夕)이 이르고 늦음을 보면, 그 집안이 흥할지 쇠할지 예측할 수 있다(景行錄). 아침과 저녁 식사가 늦는 것은 가정주부의 게으른 탓이므로, 근면성실을 알아보는 단서가 된다는 뜻이다.
⑧ 혼인하는데 재물을 논하는 것은 오랑캐나 하는 법도이다(文仲子). 지금도 예단이나 혼수 때문에 양가 사돈간 다툼이 생기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혼인은 인격의 결합이요 두 가정의 연결이다. 양가의 빈부를 따지는 것은 아무래도 바람직하지 않다. 재산보다 사람을 보고 결정할 일이요 빈부를 논해서는 안 될 일이다.
⑨ 위에 지휘하는 사람이 있고 가운데 다스리는 공직자가 있으며 아래로 따르는 백성이 있을 때 아래의 백성을 학대하기는 쉬우나 위에 있는 푸른 하늘을 속이기는 어렵다(唐太宗).
⑩ 관리(공직자)가 된 사람은 세가지를 꼭 지켜야 하니, 곧 청렴함(淸)과 신중함(愼)과 근면함(勤)이다. 이 세가지를 알면 어떻게 처신할지를 알 수 있다(童蒙訓).
⑪ 공직자는 사납게 화내는 일을 경계하고 일에 옳지 않음이 있으면 마땅히 자상하게 처리해야 한다. 먼저 화를 내면 자신을 해칠 뿐, 일은 고쳐지지 않게 마련이다.
⑫ 유안제(劉安제)가 백성을 다스리는 길을 묻자, 명도(明道) 선생이 대답하길 “백성들로 하여금 각각 그들의 뜻을 펼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 관리(공직자)들을 거느리는 길을 묻자 “내 몸을 바르게 하여 남을 바르게 해야 한다”(正己而格物)고 말했다.
정치나 행정은 백성들을 잘 살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하니 모든 백성들이 마음 놓고 자기의 어려운 실정을 관청에 알릴 수 있어야 하고 관청에서는 가능한 한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그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민본(民本) 행정, 선공후사(先公後私) 행정이라 할 것이다. 이때 공직자는 도끼를 맞거나 가마솥에 들어가더라도 올바르게 말해야 충신(忠臣)이라 할 것이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