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나를 돌아보면서 탐욕과 교만 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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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순수한 크리스마스

▲마굿간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 ⓒ픽사베이

▲마굿간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 ⓒ픽사베이

“그들이 별을 보고 매우 크게 기뻐하고 기뻐하더라 집에 들어가 아기와 그의 어머니 마리아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엎드려 아기께 경배하고 보배 함을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 약을 예물로 드리니라(마 2:10-11)”.

해마다 성탄절을 맞으면,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당시 눈 내리던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길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거리마다 골목마다 울려 퍼졌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흥에 겨워 캐롤을 함께 부르며, 어깨를 들썩이며 추위를 잊은 채 거리를 활보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릅니다.

성탄절 하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습니다. 성탄절 전날 밤에는 비신앙인들도 함께 즐거워하며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깨닫고 함께 즐거워했습니다. 특히 선물 교환과 새벽 송을 함께 다니며 주님의 탄생을 기뻐 노래했던 아름다운 추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선물교환 시간이 되면, 누구나 마음 졸이며 받을 선물에 대한 기대로 마음 한구석이 부풀어 오릅니다. 내가 준비했던 선물이 주고 싶었던 사람에게 가기를 기대하며 마음 졸이던 그 시절이 지금도 눈가를 맴돌 정도로, 가슴 속 깊이 새겨진 추억입니다.

선물 교환이 끝나면 교회에서 준비한 맛있는 떡국을 먹고, 두 팀으로 나눠 새벽송을 출발합니다. 눈이 펑펑 내릴 때는 행여 미끄러질까 발을 살포시 밟으며, 새벽에 퍼져 나가는 아름다운 찬송을 부르노라면 어느새 입가의 하얀 서리는 고드름으로 변하고 입술은 얼어붙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부르르 떨면서 찬송하던 그 시절 새벽송이 그리워지는 밤입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들이라 장갑 대신 헝겊으로 된 천을 손에 돌돌 말아 호호 불어 ‘등’을 비추며 새벽의 길을 밝힙니다. 성도들 집에 도착해 문 앞에서 찬송을 부르면, 조그마한 선물을 들고 나옵니다. 노래가 끝나면 준비한 선물은 산타 할아버지의 몫입니다.

그리고 따끈한 식혜를 대접합니다. 차를 준비하시는 가정도 있고, 국수를 말아 주시는 가정도 있고, 동지가 얼마 지나지 않아 팥죽을 쑤어 주시는 가정도 있었습니다. 추운 새벽날 먹으면 정말 기가 막힌 별미입니다. 지금도 그때 음식을 다시 먹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경찰서와 동사무소, 성도들이 경영하는 회사를 돌며 새벽송은 무르익어갑니다. 때로는 살얼음 핀 냇가 징검다리를 건널 때도 있습니다. 나무로 만든 외나무다리를 만나면 행여 넘어질까 옆사람 손을 잡고 아슬아슬하게 건너던 때가 더욱 그립습니다.

새벽송이 끝나면 교회로 돌아와 새벽기도회를 드린 후 집으로 돌아가 잠시 눈을 좀 붙였다가, 다시 교회로 와서 성탄 축하 예배를 드립니다. 새벽에 받았던 선물 보따리는 잘 모았다가 고아원 등에 찾아가 나눠주면서 함께 즐거워했던 그 시절 크리스마스는 참으로 순수하고 정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골목이나 도로가에서 캐롤을 들을 수 없습니다. 주차난으로 음악이 들어갈 수조차 없는 지경입니다. 거기다 주차로 인한 싸움과 자동차의 굉음으로 거리는 온통 혼탁합니다. 하얀 눈으로 온통 거리를 가득 메우던 그 시절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더욱 보고 싶어집니다.

어린 시절 교회당 종소리와 차임벨 소리는 주민들에게 심금을 울렸던 아름다운 찬송이었는데, 이제는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는 세상이 되어 참으로 아쉬움이 남는 오늘의 크리스마스입니다.

당시는 1년 내내 통금(통행금지)이 있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와 송구영신에는 통금이 해제돼 남녀 친구들이 가정집에 모여 즐거운 게임으로 밤을 지새웠던 추억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이미 저 세상으로 간 친구도 있고, 예수를 잘 믿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그 친구들을 만나면 전도를 하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성탄의 참 의미는 잊은 채, 이 날을 단순한 기념일이나 축제로만 여기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에서 괜한 피곤함이 몰려옵니다.

어둠을 깨운 새벽송과 우람했던 차임벨 소리, 심지어 교회당 종소리조차 소음으로 듣는 이 시대는 소돔과 고모라의 성으로 변해버린 것 같습니다. 세상은 더욱 이기심과 탐심, 그리고 자신의 영욕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어린 시절 순수했던 크리스마스가 더욱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은 2천 년 전 이스라엘 한 지방, 베들레헴에서 일어난 과거의 역사적 사건으로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때 그 성탄이 지금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말합니다.

오늘날 교회 지도자들 역시 성탄이 오면 설교 준비 같은 여러 일들에 마음을 쏟다 보니, 성탄의 참다운 신비를 체험하지 못합니다. 성도들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크리스마스가 찾아와도, 어린 시절 같은 설레임과 기대는 없습니다. 그렇게 대림절 4주가 지나고, 드디어 성탄 축하예배를 드립니다. 마음 다해 성탄절 예배에 참석을 했지만, 여전히 공허한 마음이 가시지 않습니다.

성탄절이 한평생 계속된다 해도, 성도들 마음 속에 예수님께서 계시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구주로 내 안에 잉태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마리아가 그랬듯, 우리도 자신을 낮추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구유에서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은 항상 낮은 곳으로 오십니다. 그래서 본능과 이기적 삶으로 가득찬 사람에게는 그분이 탄생하실 자리가 없습니다. 자신을 비우고 불우한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사람 안에서, 아기 예수님은 탄생하실 것입니다.

이와 함께 다양하게 들려오는 하나님 말씀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복잡하고 시끄러우며 온갖 세상 일로 가득 찬 마음으로는 하나님 음성을 들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 음성을 듣지 않으면 예수님께서 내 안에서 탄생하실 수 없습니다. “주님! 말씀하십시오, 종이 듣겠나이다”, 이렇듯 낮은 자리에서 기도해 보세요! 분명 그분의 음성이 들릴 것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기억된 감정, 그리고 살면서 보고 듣고 경험하며 쌓아온 마음들을 하나하나 벗겨내야 합니다. 온갖 쓰레기 같았던 것들을 벗겨내다 보면, 심령 한가운데가 서서히 가벼워짐을 체험할 것입니다.

자기중심적으로 살면서 쌓아온 것들을 하나하나 버리면, 참된 본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을 느낍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거나 변치 않는 맑고 고요한 마음이 본래 순수한 크리스마스의 마음임을 깨달을 것입니다.

나를 돌아보고 욕심과 탐욕과 교만을 비운다면, 낮은 자들의 크리스마스에 초대될 수 있는 순수한 사람일 것입니다. 나 자신을 잘 안다면서 실제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할 때가 너무 많습니다.

자신의 깊은 내면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어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됩니다. 그런 마음을 왜 버려야 하는지 깨달을 때, 아기 예수님을 내 안에서 잉태할 수 있습니다.

이미 낮은 곳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은 구유에 누운 채,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기 예수님의 손을 더 이상 망설이거나 못본 체 하지 말고, 지금 당장이라도 자선냄비에 손을 넣는 작은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매일 같이 순수한 크리스마스가 내 안에 잉태되는 놀라운 삶으로 전환되기를 축복합니다.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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