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칼럼] 생각의 침습(侵襲)
삶에서 흔히 경험하는 생각의 침습(侵襲)으로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하게 지내던 아이 유치원에서 만난 엄마들이 자신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 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된 재우 어머니는 우울감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자신은 나쁜 일을 한 적이 없는데 다른 아이들 엄마가 자신을 욕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오전 내내 자신을 욕한 엄마들에게 대해 분노하는 마음이 끓었고,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어떻게 나를 이렇게 함부로 대할 수 있지라는 생각에 아무 일도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수정이 엄마는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다 귀에 물이 들어갔습니다. 물을 빼려는데 잘 빠지지 않았고 하루가 지나도 감각을 괴롭히자, 어느 순간 ‘이러다 물이 계속 귀에서 빠지지 않아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나중에는 ‘귀가 들리지 않게 되거나 계속 귀에서 큰 소리가 나서 몸이 많이 나빠지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무기력해지고 큰 두려움에 빠졌습니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자신을 토닥거렸지만 계속 불안감에 안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살면서 크고 작은 외상이나 스트레스 경험을 하게 되면, 우리는 흔히 생각의 침습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나 그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고 생각과 관련된 연이은 감정들이 자신을 계속 괴롭히는데, 거기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약간의 스트레스나 가벼운 외상을 경험한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의 침습과 감정들은 회복력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스트레스나 큰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외부 도움 없이는 이런 고통스럽고 부정적인 생각의 침습과 감정의 홍수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지속적인 외상과 스트레스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증상을 유발시키고, 현실감을 잊게 하는 해리성 장애도 가져옵니다. 멍한 상태로 있으면서 마치 현재에 속해 있지 않은 것처럼 느끼고, 주위 사람들이 멀리 있는 것처럼 그들의 말이나 행동이 감각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경험, 백일몽이나 현실과 분리된 한 가지에 몰입하는 것도 해리적 증상입니다.
한 분은 중년이 되면서 이명을 경험했는데, 처음에는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고쳐 보려 했으나 시간이 지나도 그것이 호전되지 않고 수면장애 같은 다른 복합증상까지 나타나자, 상담사와 의사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도달했습니다. 그는 수시로 생각의 침습으로 무기력과 공황 증세를 경험했습니다.
이런 과도한 생각의 침습에서 빠져 나오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간단한 기법을 한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생각의 침습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정신 작업의 하나로 현실 감각(grounding) 기법이 있습니다. 감각 입력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현재로 주위를 돌리는 것을 말합니다.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과 감정의 침습에 빠져드는 느낌이 들면, 더 깊이 빠져들기 전에 현실 감각 기법을 통해 현재에 머물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실 감각 기법에는 첫째로 ‘주위 둘러보기’가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면서 사물의 이름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내 몸 감각을 느껴보기’입니다. 의자와 닿은 느낌과 내 숨소리 등 신체적 감각을 느끼고 인식해 보는 것입니다.
셋째로 ‘일어나 걸으며 산책하기‘입니다. 바깥에 나가 산책을 하고 호흡을 하고 주위를 돌아봄으로써 과도한 생각의 늪에 빠지지 않는 것입니다.
넷째로 ‘얼굴에 물 뿌리기’입니다. 차가운 물이 좋습니다. 신체 감각이 뇌를 자극해 안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다섯째로 ‘누군가와 이야기하기’입니다. 혼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침습 가운데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생각과 감정을 나누면서 상황을 좀 더 객관적이고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현대인들의 삶은 너무 많은 정보와 바쁨으로 인해 많은 생각의 침습에 노출돼 있고, 그 중 많은 생각들은 유익보다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익이 되지 않는 생각들이 찾아올 때, 그 생각들을 다 환영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입국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세관에서 검열하듯, 유익하지 않은 생각들의 침범으로부터 생각을 검열하는 작업은 우리를 건강하게 지키는데 도움을 줍니다.
성경에도 ‘마땅히 생각할 이상의 것을 생각하지 말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생각의 침습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현실 감각 기법을 통해,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현실 속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훈 목사(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한국인 생명의 전화 이사장 (Chair of Board in Australia Korean Life Line)
ACA Registered Supervisor (ACA등록 수퍼바이저),
ACA Member Level 3 (ACA정회원)
기독교 상담학 박사 (Doctor of Christian Counselling)
목회상담학 박사 (Doctor of Pastoral Counselling)
고려대학교 국제경영 석사 (MBA of International Business at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MdiV at Chongshin Theological Seminary)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BA of Mass Communication at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과 졸업(BA of Theology at Chongshin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