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그냥 지나치지 않고, 제대로 권면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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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칼럼] 연대적인 책임감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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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살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인주의임에도 불구하고, 신고 정신이 투철한 것을 보게 된다. 일부 사람들은 그것이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공동체를 보호하고 살리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호주에 사는 한 사람의 집을 털기 위해 도둑이 밖에서 지속적인 염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2층집에 살던 옆집 사람이 그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한다. 경찰은 그 사람의 말에 따라 추적을 하게 되었고 도둑이 사용하는 아지트를 발견하고 그 곳에서 발견된 훔친 물건들로 도둑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도둑은 그 집뿐 아니라 그 일대 주위에 있는 많은 집들을 털고 다녔던 사람이었음이 밝혀졌다. 만약 이웃집 사람이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한 개인의 집뿐 아니라 더 많은 가구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

다른 예로, 한 번은 어떤 분이 잠깐 바로 가까운 가게에 급한 식료품을 사러 가는데, 아이가 늘 잠을 자는 시간이어서 아이를 집에 그냥 두고 간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이 아이가 잠에서 깨 문을 두드리며 우는 소리를 듣고 이웃 사람이 왔고, 산책을 하던 지나가던 사람도 그 집으로 왔으며, 그 모습을 보던 또 다른 이웃 사람이 왔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보니 세 사람의 어른이 아이를 돌보고 있었는데, 엄마를 보면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면 경찰을 부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가정에서 일어난 일일 수 있지만, 이웃 사람이 그 일에 대한 연대 책임을 갖고 그 책임을 행사한 것이다. 아이가 위험에 처하는 것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이웃이 관심을 가짐으로써 아이가 보호를 받았고, 아이의 부모님은 자신의 잘못을 고치게 될 수 있게 되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면, 어느 남편이 아내를 구타하고 가정폭력을 행사했다. 아내는 가정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과 폭력이라는 힘 앞에서의 무기력함으로, 희생을 당하면서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그 문제를 타인과 나누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 사람이 아내가 구타당하는 소리를 듣고 경찰에 신고해서 그 가정의 문제가 공식적으로 다뤄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남편은 법적으로 조치가 가해져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고, 자신의 문제에 대해 치료를 받게 됐으며, 아내와 자녀들은 더 이상의 폭력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

이처럼 건강한 공동체는 서로가 서로를 돌볼 줄 알고 잘못된 일이 있을 때 권면할 줄 알며, 지혜로우면서도 단호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호주에 살고 있는 한국인 공동체는 그렇게 크지 않다. 그런데 그 안에서도 비윤리적인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한국인 공동체가 건강하게 서가려면 서로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잘못을 고치기 위해 때로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생각 외로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 노인들, 그리고 장애인들이 많이 있다. 또 장기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이 있다.

호주의 정신건강 전문가 단체들(상담, 사회복지, 정신의학 등)이 직무수행지침으로 삼고 있는 윤리규정들이 있다. 상담협회에서 만든 규정 중 ‘같은 동료 상담가가 비윤리적 행동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에 대한 항목이 있다.

동료 상담가가 비윤리적 행위를 할 때, 제일 먼저 권면하는 것은 동료 상담자의 사생활과 비밀 보장을 고려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만나 잘못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시정하도록 요청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한다. 만약 그것으로 인해 비윤리적 행동이 수정되지 않을 경우, 상담협회를 통해 공식 제재를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타인이나 공동체에 심각한 피해를 가져다 주는 성적 착취나, 자격증 없이 상담을 하는 경우 바로 공식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규정한다.

동료 전문인이 어떤 잘못을 행할 때 사람들은 앞에서 잘못된 것을 말해 주기보다, 뒤에서 험담하며 그 사람을 욕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직장뿐 아니라 교회나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방법은 공동체를 세워나가거나 건강하게 돌보는데 해악이 된다. 가정에서는 이런 험담과 편먹기가 삼각관계 형태로 이어져 가정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깨어지게 된다. 가족치료의 아버지 머레이 보웬은 “이런 삼각 관계가 해결되어야 가정이 건강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건강한 공동체를 세워나가기 위해 우리는 남의 잘못을 나와 상관없는 것이라 치부하고 방치하는 사람이 아니라, 타인의 잘못이 내가 속한 공동체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인식하고 연대적 책임감을 가지고 사랑으로 권면하고 고쳐 나가야 하는 부분들을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때로는 아프지만 공개적으로 다루어야 할 부분은 용기 있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가정도 교회도 사회도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김훈 목사.

▲김훈 목사.

김훈 목사(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한국인 생명의 전화 이사장 (Chair of Board in Australia Korean Life Line)
기독교 상담학 박사 (Doctor of Christian Counselling)
목회상담학 박사 (Doctor of Pastoral Counse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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