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새로 보는 <논어>: 위정(爲政) 편

|  

실제 정치인(정치가)이 아니라도 우리 인간은 정치로부터 초연할 수 없다. 매일 배달되는 신문의 첫 페이지가 정치 이야기로 시작되고, 매 시간 방송되는 TV 채널이 거의 정치 이야기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을 ‘정치적 동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옛 사람들이 “열매를 맺지 않는 꽃은 심지를 말고 의리 없는 친구는 사귀지를 말라(不結子花, 休要種/無義之朋, 不可交)”고 했지만, 인간관계는 공기와 같아서 완전히 격리돼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정치와 다소간 거리를 두고 살아가야 한다.

한비자도 “태산에 부딪혀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사람을 넘어지게 하는 것은 작은 흙더미이다”란 말로 대 사회적 관계 설정을 설명했다. 사소한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겠다.

그래서 스티브 터너는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었다.

“속을 든든하게 해줄 음식/ 해를 가릴 챙 넓은 모자/ 갈증을 풀어줄 시원한 물/ 따뜻한 밤을 위한 담요 한 장/ 세상을 가르쳐줄 선생님/ 발을 감싸줄 튼튼한 신발/ 몸에 잘 맞는 바지와 셔츠/ 포근한 보금자리와 작은 난로/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내일을 위한 희망/ 마음을 밝혀줄 등불 하나.”

평범한 것들이지만 이런 것들을 모두 갖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밭’인지 알 수 없는 때가 많다. 보이는 것에만 관심 두지 말자.

북미 인디언 크리크족 추장의 글을 보면 가슴이 철렁한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후에야/ 마지막 남은 물고기가 잡힌 후에야/ 그대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람이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대통령이 된 뒤 가장 먼저 국내 여러 세력의 단합에 힘썼고, 헌법을 실제 정치에 활용했으며, 자기와 정치적 의견이 다른 해밀턴과 제퍼슨을 재무장관과 국무장관에 기용했고, 1796년 세 번째 대통령에 다시 추대됐으나 민주주의 전통 수립을 위해 극구 사양했다.

그가 두고두고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남는 것은 당장 눈앞의 이익과 편리함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정계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은 감당해야 한다. 다음의 충고를 깊이 생각해 보자.

① 이 사회적 전환기의 최대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거친 아우성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다(마틴 루터 킹). ② 세상은 악한 일을 행하는 자들에 의해 멸망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며 그들을 바라만 보는 사람들에 의해 멸망할 것이다(알버트 아인슈타인). ③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플라톤). ④ 자본주의의 태생적 결함은 행복을 불평등하게 나누어주는 것이고, 공산주의의 태생적 결함은 불행을 평등하게 나누어주는 것이다(레이건 대통령).

이제 공자 선생의 의견을 참고해보자. ① 정치를 덕(德)으로써 하는 것을 비유하자면, 북극성이 제 자리를 지키고 뭇 별들이 그 주변을 도는 것과 같다.

② 시(詩) 300편을 한 마디로 규정하면 ‘생각에 사악함이 없다’(思無邪)란 말로 집약된다(詩經에는 國風 160편, 小雅 80편, 大雅 31편, 頌 40편, 합계 311편이 있다).

③ 정령(政令)으로 이끌고 형벌로만 다스리면 백성들은 겨우 따르게는 되겠지만 부끄러워할 줄을 모르게 된다. 그러나 덕(德)으로 이끌고 예(禮)로 다스리면 부끄러워할 줄 알게 되고 저절로 인격을 갖추어갈 것이다.

④ 나는 15세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 30세가 되어 정립되었으며 40세가 되어 현혹되지 않았고, 50세가 되어선 천명(天命)을 알게 되었고 60세가 되어선 귀(듣는 것)가 순해졌으며 70세가 되어선 내키는 대로 행해도 법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⑤ 효도를 정의해 ‘어기지 않는 것’이라 하였다. 다시 말해 살아계실 때에는 예(禮)로써 섬기고, 돌아가시면 예로써 장사지내고, 예로써 제사 지내야 한다고 했다.

⑥ 옛것을 되살려 새롭게 깨닫는다면(溫故而知新) 능히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될 수 있다.

⑦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君子不器). 왜냐하면 한 가지 용도로만 쓰이는 그릇의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⑧ 군자의 도리는 성인의 말을 먼저 행하고 그 후에 말하는 것이다(先行其言, 而後從之).

⑨ 군자는 전체적으로 보고 부분적으로 보지 않는다.

⑩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망연해지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험해진다. 고로 배우고 행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한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

“‘현장에만 110만’ 10.27 연합예배, 성혁명 맞서는 파도 시작”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성료 감사 및 보고회’가 2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0월 27일(주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예배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서울시의회-대한문-숭례문-서울역뿐만 아니라 여의대로…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참석’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공의, 회복, 부흥을”

“오늘날 대한민국과 교회, 세계 이끌 소명 앞에 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며 온전하신 뜻 분별해야” 윤상현 의원 “하나님 공의, 사회에 강물처럼 흐르길” 송기헌 의원 “공직자들, 겸손·헌신적 자세로 섬기길” 제56회 대한민국국가조찬기도회가 ‘…

이재강

“이재강 의원 모자보건법 개정안, 엉터리 통계로 LGBT 출산 지원”

저출산 핑계, 사생아 출산 장려? 아이들에겐 건강한 가정 필요해 저출산 원인은 양육 부담, 비혼 출산 지원은 앞뒤 안 맞는 주장 진평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등이 제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21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

다니엘기도회

다니엘기도회 피날레: 하나님 자랑하는 간증의 주인공 10인

①도대체 무엇이 문제입니까? - 이미재 집사 (오륜교회) ②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 박광천 목사 (올바른교회) ③어린이다니엘기도회를 기대하라! - 강보윤 사모 (함께하는교회) ④천국열쇠 - 강지은 어린이 (산길교회) ⑤용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 최현주 집…

예배찬양

“예배찬양 인도자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는?”

“담임목사로서 어떤 예배찬양 사역자를 찾고 싶으신가요?” “평신도의 예배찬양 인도에 한계를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을 음악 정도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가요?” 예배찬양 사역자들이 묻고, 담임목사들이 답했다…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

“학생 담뱃갑서 콘돔 나와도,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훈계 못 해”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세미나가 ‘생명윤리와 학생인권조례’를 주제로 21일(목)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됐다. 이상원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학생인권조례는 그 내용이 반생명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실상 법률…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