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성 칼럼] 할로윈 축제의 역사적 고찰과 성경적 비판 (3)
4. 유물 숭배와 기적을 비는 미신
할로윈(핼러윈) 축제는 죽은 자들과 관련된 것인데, 살아있는 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는 미신과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로마 가톨릭 교황이 “마리아와 성자들”을 기념하는 예식들을 거행하면서, 순교자들의 뼈를 가져다가 전시하는 예식을 통해서 극적인 효과를 연출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은 급속히 변질되었다. 그런 의식을 거행한 이후로 유럽 각지역의 성당에는 순교자의 유물들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누가 어디에서 발견했는지, 혹은 만들었는지, 마리아의 유품들과 아기 예수의 유물들, 십자가와 관련된 것들, 수많은 성자들의 유물들이 은밀하게 거래되었다. 유물들을 창안하고, 성물들을 보급하던 시대가 되면서 셀 수 없는 성물로부터의 기적들이 일어났다고 널리 선전하였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성인들이라 부르는 기독교 영웅들을 만들어냈고, 각 성당마다 모셔놓은 유명한 이들의 유물들을 중심으로 미신적인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만성절은 또 다른 양상으로 변질되었다. 오직 로마에 있던 산타 마리아 성당에서만 거행하던 행사가 매년 치러지면서 유명하게 되더니, 전체 유럽의 성당으로 확대된 것이다. 매년 11월 1일이 되면, “모든 성자들의 날”(만성절)에는 모든 예배당마다 성자들의 유품, 유물들을 전시하게 되었는데, 한 술 더 떠서 이런 유품들과 유물들이 신통력을 발휘하는 기적과 치유의 날이라고 알려지게 되었다. 점차 이 날에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기대하는 풍습이 조성되었다. 각 교회 당마다 온갖 종류의 가짜 유물들을 값비싼 금으로 장식된 보석함에 담아서 전시하는 기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말았다. 각 성당마다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듯이, 수천 개의 유품과 유물들을 전시하였다.
그리고 매년 11월 1일 맨 처음에 입장하는 성도에게는 이 유물들이 신통력을 발휘하여, 간절히 기원하는 기도가 이뤄진다고 하는 미신숭배가 가미된 것이다. 11월 1일 만성절을 지키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 전날부터 예배당 앞 광장에 모여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면죄부를 판매하는 수도사 텟젤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에 루터는 도저히 더는 참을 수 없어서, 면죄부 판매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95개조항을 작성한 것이다. 필립 멜랑톤에 의하면, 루터가 95개 조항을 성벽교회의 출입문에 내걸었다고 한다. 실제로 루터는 그의 주교인 부란덴부르크의 히에로니무스와 마그데부르그와 마인쯔의 대주교 알브레이트에게 95개 조항을 편지로 제출하였다. “이 부끄러운 행동과 면죄부 판매자들의 신성모독적인 설교를 중지토록 해 주시오”라고 항의한 것이다. 그러나 고위 성직자들의 반응은 냉담했고, 도리어 루터를 박해하다가 파면하고 말았다.
루터가 가르치고 있던 비텐베르크대학을 1502년에 세운 프레데릭 3세는 훗날 신성로마 제국의 지배자가 되려는 야심을 품은 인물이었다. 그는 정치적인 지도력이 탁월했고, 학문과 신앙을 겸비한 사람이어서 훗날 역사가들이 ‘현자 프레데릭’이라고 높여주었다. 비텐베르크에 있던 아스카니언 성채가 있던 곳에다가 1490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1510년까지 무려 20년에 걸쳐서 거대한 고딕식 탑이 위용을 자랑하는 “성벽교회”(Schlosskirche)를 지었는데, 원래 교회의 이름은 “모든 성도들의 교회”(All Saints’ Church)라고 명명되었다. 1503년 1월 17일에 헌당식을 거행했는데, 그는 이곳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유럽 여려 곳을 여행하면서 당시 성행하던 성자들의 유물과 유품을 수집했다.
기독교의 최고 유물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관련된 것이다. 따라서 프레데릭 3세는 비텐베르크 교회에다가 예수님이 죽을 때에 쓰신 가시 면류관을 보관하고 있다고 선전하였다.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프레데릭은 수천 점에 달하는 유물을 사들였다. 그리하여 비텐베르크 모든 성도들의 교회가 자랑하는 최고의 유품들이 매년 11월 1일에 전시되었다. 필자가 루터의 비텐부르크 예배당에 가서 확인한 자료에 나와 있는 유명한 소장품들은 동정녀 마리아의 머리카락 4개, 그녀의 외투 조각, 아기 예수가 입었던 옷 조각, 구유에서 나온 밀조각, 최후의 만찬에서 남은 빵 부스러기, 성 히에로니의 이빨 한 개 등이었다.
매년 마그데부르크, 브란덴부르크 등 여러 지역의 성도들이 비텐부르크에 11월 1일에 모여들었다. 특히 기적적인 치유의 능력을 기대하면서 독일 전 지역에서 환자들과 가족들이 몰려들었다.
기적을 믿는 미신적인 신앙이 중세 시대를 거쳐 오면서 가짜 유물과 가짜 성물들에 대한 숭배에서 빚어졌다. 기적을 바라는 신앙심은 거짓된 유물들에 대한 미신적인 숭배와 뒤섞이게 되었다. 유럽 곳곳에 세워진 로마 가톨릭의 성당에서는 사이비 기적과 가짜 유물들에 관련된 미신숭배가 최고조에 달했다. 워필드 박사가 1917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콜럼비아 신학대학원에서 강연한 것을 모아놓은 책 『가짜 기적들』 (Counterfeit Miracles)에는 중세 시대의 가짜 성물 숭배가 얼마나 열광적이었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온갖 불경스럽고 허황된 성물들을 차지하려는 탐욕은 초자연적인 능력이 충만하다는 물건들을 양산해 냈다.
그 허황된 것 중에 하나가, 가브리엘 천사가 예수님의 탄생을 마리아에게 알려주려고 찾아 왔을 때 그 날개에서 떨어진 깃털을 보관하고 있다는 자랑거리를 만들어냈다. 로마에 있는 성 코스마스와 다미엔 성당에는 “거룩한 동정녀 마리아의 젖이 담긴 병”이 엄숙하게 전시되어 있다. 차츰 프랑스의 수많은 성당들, 에브론, 술락, 만스, 라임스, 포이티에르, 성 테니스, 불리악, 파리에 있는 샹테 성당 등에서도 “마리아의 젖”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소이송 성당에서는 “마리아의 젖”의 두 가지 표본들을 갖고 있다고 선전했다. 샤르뜨르 성당에서는 세 가지 표본들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톨리도 성당에서도 몇 개가 더 있다고 주장했고, 스페인 성 베드로 아르랑자 수도원에서도 보관하고 있다고 했다. 그 수를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전 세계 성당들이나 성소에는 마리아의 유물에다가, 저명한 순교자들의 유품들이 곳곳에 모셔져 있었다. 성자들의 혈흔이 기적을 낳는다 하여 찾아가는 자들도 있다. 이것은 이교도 세계의 성물 숭배가 기독교 신앙으로 둔갑을 한 것이다. 살아 있을 때에 사람들의 숭배를 받는 위대한 인물들이 죽으면, 그가 남긴 성물들 속에 여전히 그 특별한 능력이 충만하게 있으리라는 생각을 부풀리는 것이다. 그래서 그 유물에 접촉하는 순간에 모든 능력이 전달된다는 미신을 낳게 된 것이다.
모든 기독교 신자는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치유의 능력을 믿는다. 따라서 하나님 한분 만이 경배를 받아야 한다. 그 일에 도구로 쓰임을 받은 그 누구라도 결코 비범한 존재가 될 수 없다.
김재성 박사(한국개혁신학회 전 회장,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전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