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잇는 가계 저주’ 아닌, ‘세대 이어 반복되는 잘못’을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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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칼럼] 세대 전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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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요즘 남과 북이 나뉘어진 것뿐 아니라 젠더 이슈로 남과 여가 나뉘어 있고, 좌파 우파도 나뉘어 지속적인 다툼을 하고 있다.

오랜 이념 갈등이 한국 사회에서 영향을 끼쳤던 것이 지속적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가족 치료(family therapy, 가족을 치료하는 이론)에서 말하는 ‘세대 전수(generational transmission)’라는 개념이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 볼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최근 문제가 아니라 세대를 이어져 내려온 갈등의 산물이고, 누군가에게는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trauma, 외상, 상처)와 관련된 경험이기에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부분들이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이 삶에서 고통을 경험하는 것은 현재 일어나는 고통 자체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과거 있었던 고통이 현재의 고통과 맞물려 더 큰 고통과 재앙으로 경험되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가족치료를 하다 보면 가계도(family genogram)를 그리게 된다. 한 가족이 현재의 어려움을 왜 경험하고 있는지 깊이 이해하기 위해 한 사람이 속해 있는 가정의 2-3세대에 걸친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신기하게도 많은 문제들이 세대를 타고 반복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그것은 가계에 내려오는 잘못된 정서적 경험이나 중독적 양상에 대하여, 건강하게 인식되지 않고 의도적으로 고치는 개입이 있지 않으면 여전히 계속될 가능성이 훨씬 더 많음을 보여준다.

일례로 어떤 사람의 가계도를 그려보니, 조부모가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리고 아버지를 보니 아버지도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리고 자신도 술과 담배를 하는 중독자다. 그뿐 아니라 조부모님이 이혼을 하셨는데 부모님도 이혼을 하셨고, 자신은 현재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세대를 타고 반복되는 문제들이 지속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어느 날, 아는 사회복지사님과 이야기하다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잘 생기고 전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부모님도 인격적으로 좋은 분이라고 한다.

삶에서 나무랄 부분이 없고 큰 상처로 보이는 것도 없으며 모든 것이 안정되어 보였지만, 신기하게도 그 청년은 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간다고 했다. 그것을 잊어버리기 위해 사회 봉사 차원으로 작은 마을에서 연극을 운영해서 하기도 하는데 죽고 싶은 생각이 끊이지 않게 자신을 괴롭힌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길래 필자는 그 복지사님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그 부모나 조부모 가족의 가계도를 그려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그들 중 죽음과 관련된 이슈가 있지 않나요?’ 신기하게도 젊은이의 할아버지가 자살했고, 그 젊은이 어머니의 자매, 즉 이모 중 한 사람도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그 젊은이가 죽음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된 것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세대를 통해 전수된 ‘자살’이라는 해결되지 않은 이슈가 가정 안에 무의식적 영향력으로 세대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분이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 아내 옷값이 얼마인지 재판관이 밝히라고 판결을 내렸는데, 항소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 그래서 필자는 “영부인이 비싼 옷을 입는 게 당연한데 왜 사람들은 그 옷 가격을 그렇게 알려고 하냐? 그게 왜 문제가 되냐”고 물었다.

그 분은 “그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이 비싼 옷을 입는다고 이전에 맹공격했기 때문에 문제를 삼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를 보면 결국 사람들의 심리에는 당한 만큼 되갚아주고자 하는데, 그것을 건강하게 잘 다루지 못하면 세대에 걸쳐 자꾸 반복되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

맞으면서 학대 가운데 자란 자녀가 커서 자신도 그렇게 되는 경우가 생각 외로 많은 것도 같은 원리다.

상처는 사람으로 하여금 세대적인 트라우마를 반복하게 만들 뿐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을 고정관념으로 묶어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과거 전쟁을 경험하고 공산당에게 극심한 고통을 당한 60대 이상 부모님들은 사회주의를 끔찍히 싫어하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우파를 지지한다. 그에 비해 민주화 운동과 많은 민주 항쟁을 하면서 죽음을 경험한 시대를 살아왔던 40대 중반과 50대는 무조건 좌파를 지지한다.

나의 성향이 우파라도, 우파가 잘못하는 부분이 보이면 바른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하고, 나의 성향이 좌파라도 잘못하는 부분이 보이면 분별하여 융통성 있게 반응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무조건 내가 지지하는 당파의 지향하는 바가 옳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흑백논리(Black and White logic), 파국적 사고(catastrophic thinking)와 같이 고정되고 융통성 없는 사고 때문에 분열과 다툼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이제는 그것이 젊은이들에게는 젠더 이슈(gender issue, 성별 이슈)로 이어지고 있다. 모양은 다르나 같은 맥락의 문제가 세대를 넘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세대 전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흑백논리와 같은 융통성 없는 사고 방식을 바꿀 수 있을까?

결국 누군가는 반복되는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하고, 의도적인 노력으로 융통성 있는 사고를 실천해야 이것들이 바뀔 수 있다. 내 부모가 나를 돌보지 않았다고 나도 똑같이 자녀를 돌보지 않는다면, 나는 세대 전수 문제를 가진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그것이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애플 창시자였던 스티브 잡스는 사생아로 태어나 부모님에게 버림을 당하고 입양아로 자랐는데, 자신도 젊은 시절 사생아를 낳고 그 아이를 버리는 반복적인 세대적인 전수의 삶을 살았던 것을 보여준다.

이런 건강하지 못한 삶을 세대를 이어 반복적으로 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부모를 탓하고 역사를 탓하고 과거를 탓하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

내 안에 있는 문제들을 바로 인식하여 나의 과거가 그랬기에 지금의 나는 이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내려 놓고 용서와 화해, 치유와 변화로 과거의 나의 가족들이 살아온 삶을 부인하며, 나는 다르게 살아가려는 피땀 어린 노력이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이런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가끔 상담소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구할 때 필자는 너무 기쁘다. 이런 케이스 중 한 사람의 상담이 최근 종결되었는데,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많이 받던 분이셨다. 그런데 자신도 가족을 학대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어, 가족들이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보통 가해자들이 먼저 상담소를 찾는 경우가 잘 없는데, 이 분은 자신이 바뀌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상담소를 찾았다. 자신은 상담을 엄청 길게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상담을 시작했는데, 거의 1년 만에 회복을 경험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너무 많이 좋아져 상담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말해서 상담을 종결하게 되었다.

세대 전수를 끊는 과정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나, 자신을 바꾸려고 하는 태도만 갖고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바라기는 좀 더 건강한 사람들이 우리나라 정치에도 참여해 공격과 다툼이 아닌 화합과 성장이 세대 전수되길 바란다. 우리 각자가 먼저 악한 세대 전수의 영향력을 끊는데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훈 목사.

▲김훈 목사.

김훈 목사(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한국인 생명의 전화 이사장 (Chair of Board in Australia Korean Life Line)
ACA Registered Supervisor (ACA등록 수퍼바이저),
ACA Member Level 3 (ACA정회원)
기독교 상담학 박사 (Doctor of Christian Counselling)
목회상담학 박사 (Doctor of Pastoral Counselling)
고려대학교 국제경영 석사 (MBA of International Business at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MdiV at Chongshin Theological Seminary)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BA of Mass Communication at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과 졸업(BA of Theology at Chongshi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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