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말 없는 말, 글 없는 글
현대 사회는 끝없이 말(言爭)이 있고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TV 방송은 24시간 쉬지 않고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일간신문도 보통 36-40페이지에 경제, 메디컬, 스포츠 등의 섹션 신문이 8페이지 이상 덧붙여 온다.
그래서 때로는 이 모든 정보, 소음, 만남 등을 떠나서 귀도 닫고 눈도 감고 마음도 쉬는 시간(모든 것의 멈춤/ Stop)을 갖고 싶어진다. 깊은 산속이나 수도원 같은 곳에 가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싶어진다. 쉼(休)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때 짧은 글 깊은 감동, 말 없는 말, 글 없는 글을 접하고 싶다. 그런 경우에 쓸모 있는 말들을 찾아보고자 한다. 여백이나 공백이 주는 여유를 느껴보기로 하자.
① “산호 침상에 누워 흐르는 두 줄기 눈물. 반은 그대를 사랑하고 반은 그대를 미워하는도다”(서용 스님/ 선시). 세상 사는 것은 사랑과 미움의 두 단어가 연속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반은 사랑하고 반은 미워하는 것. 그것이 곧 인생이다. 이것마저 비울 수 있다면 한층 더 성숙해지겠지.
② 우리는 세 가지를 물으며 살아가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여기 있는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③ “세상 사람들은 비가 오면 날씨가 나쁘다고 하고, 해가 뜨면 날씨가 좋아졌다고 한다. 비가 안 오면 가뭄이 든다 하고 비가 많이 오면 홍수가 난다고 한다. 그러나 하늘의 입장에 서면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이 매일 매일이 좋은 날이다.”
④ “세상에 머물라. 그러나 거기 속하지는 말라.”
⑤ “그대 만일 큰 길이 되지 못하겠거든, 아주 작은 오솔길이 되어라. 그대 만일 태양이 될 수 없으면 별이 되어라. 실패와 성공은 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니 뭣이 되더라도 가장 좋은 것이 되어라”(더글러스 마로크).
⑥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정호승/ 수선화에서).
⑦ “살아가는 동안 거짓과 상실을 만나 삶이 덧없음을 느낄 때 우리는 진리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된다. 높은 곳에서 추락할 때 우리가 떨어지는 곳은 오직 하나. 땅. 진리의 땅이다”(티벳의 지혜).
⑧ “인생의 목표는 ‘지금까지’가 아니라 ‘지금부터’이다.”
⑨ 물은 자신을 낮출 때 가장 아름다우며 불은 그 끝을 두려워하지 않고 타오를 때 가장 아름답고, 꽃은 이별할 것을 알고도 황홀하게 눈 맞출 때 가장 아름답다. 이처럼 물처럼 낮추고, 불처럼 맹렬히 타오르면서 꽃처럼 순간 순간에 충실한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
⑩ “손을 반듯하게 펴면 세상 모든 것을 감쌀 수 있지만, 하나에 집착하여 오므리면 터럭만 한 것만 잡힐 뿐이다. 내가 누구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먼저 내 손이 빈손이어야 한다. 내 손에 너무 많은 것을 올려놓거나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지 말아야 한다. 내 손에 다른 무엇이 가득 들어있는 한 남의 손을 잡을 수는 없다.”(정호승/ 빈손의 의미).
⑪ “소리라는 것은 마음의 울림 같은 것이다. 눈으로 본다는 것은 마음의 울림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움 때문에 밤새 울어본 적이 있는가. 그리움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 듣지 못해 생기는 열병 같은 것이다. 그대 생각 때문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귀 멀어지고 눈 멀어지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정성욱).
⑫ 텅 비어 있으면 남에게 아름답고 내게는 고요하다. 아무리 힘든 고난이라도 불행에는 끝이 있다.
⑬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봄은 그토록 즐겁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이 이따금 역경을 맛보지 않는다면 성공은 그토록 환영 받지 못할 것이다.”
⑭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는가가 아니라 어디로 가는가에 있다. 해는 높이 솟으나 잠시 후에 지고 달은 둥글다가도 다시 이지러진다. 지체가 높아 부귀영화를 누린다 해도 이들의 덧없음 역시 이와 같이 지나간다”(경허 스님).
⑮ “물은 저 혼자 잘나 보겠다고 위로 향하지 않는다. 물은 자신을 낮춰 아래로 아래로 흘러간다. 흘러가며 모든 것을 살리고, 더러운 것을 씻어간다”(노자),
⑯ “슬픔의 끝이 슬픔일 수는 없다. 잃어버린 것을 슬퍼하며 울고 난 뒤에는 아직 남아있는 것에 감사할 수 있게 된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