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명절과 민속놀이
미국에 와서 노동하던 아프리카 출신 노예들은 목화밭이나 땅콩 농사의 노동이 고달파 힘든 것보다 북소리가 들리면 고향에 대한 향수병이 돋아나 힘들었다고 한다. 북소리만 들리면 그들은 리듬에 따라 몸을 흔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물놀이(풍물) 소리를 들을 때 느끼는 정서와 비슷하다. 사물놀이는 금속 악기(징, 꽹과리)와 가죽 악기(북, 장고)의 네 가지로 돼 있는데 각각 다루면 시끄럽게 들린다(소음). 그런데 함께 치면 신명 나는 소리(화음)가 되어 흥을 돋군다. 설명하기 어려운 진실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빈부귀천 신분과 직업 상관없이 들으면 신나고 흔들면 즐거운 것이 바로 민속놀이들이다. 지금은 도시문화에 따라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중요한 무형문화재들을 알고 누리도록 해야겠다. 그 이름들이라도 소개해보겠다.
(1) 명절놀이로서는 석전(石戰)고싸움, 나무쇠싸움, 차전놀이, 박씨싸움, 용호(龍虎)놀이, 용마놀이, 쌍용놀이, 횃불싸움, 시절 윷놀이, 윷놀이, 강강술래, 놋다리밟기, 기와밟기, 길쌈놀이, 줄다리기, 조리회, 모심기놀이, 꼬맹이술, 손더듬이, 밀양 백중놀이, 호미씻기, 소멕이놀이, 굿(입춘굿, 남해안 별신굿), 쥐불놀이, 논밭둑 태우기, 해삼잡기, 봉죽놀이, 방실놀이, 좌수영 이방놀이, 백중물천, 기세배, 청단놀음, 달집태우기, 한 장군놀이, 탈춤(고성오광대/동래야유/북청사자놀이/강령탈춤/송파산대놀이), 성돌이, 다리밟기, 달맞이 관등놀이, 탑돌이, 낙화놀이, 떼배놀이, 풍물놀이, 거북놀이, 연날리기, 널뛰기, 그네타기, 길쌈놀이, 활쏘기, 씨름, 투호놀이, 돈차기 등이 있다.
(2) 일상놀이로는 꼬대 각시놀이, 해녀놀이, 꽃놀이, 고사리 꺾기, 꼬리따기, 대문놀이, 보물찾기, 띠놀이, 소설 읽기, 풀부놀이, 깡통차기, 원님놀이, 죽마놀이, 지게발걸기, 나물캐기, 고무줄놀이, 모래주머니 돌리기, 반지 숨기기놀이, 실뜨기, 두꺼비집 짓기, 눈사람 만들기, 눈싸움, 그림자 밟기, 글씨 알아내기, 기차놀이, 봉사놀이, 다리세기, 닭잡기, 독장수놀이, 사람찾기, 소꿉장난, 소문놀이, 손뼉치기, 수건돌리기, 숨바꼭질, 시소놀이, 임오뱅이 놀이, 어깨동무, 이름대기, 줄넘기, 낚시, 새잡이, 썰매타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풍뎅이 놀리기, 굴렁쇠놀이, 죽마놀이, 꽈리불기, 봉선화 물들이기, 호드기불기, 풀피리불기, 방아깨비놀이, 산가지놀이, 바람개비 돌리기, 종이접기, 장치기, 자차놀이, 바둑, 장기, 팔씨름, 택견, 활쏘기, 자치기, 고누, 깨금박싸움, 고을모듬놀이, 군사놀이, 차놀이, 비석치기, 찜뽕놀이, 공기놀이, 풀싸움놀이, 칠교놀이, 돌차기, 땅따먹기 등이 있다. 60-80대 노인층에선 이 가운데 몇 개씩 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3) 더 좁혀서 협의의 민속놀이를 찾아보자. 신앙적 놀이로는 다리굿, 연등놀이, 관등놀이, 탑돌이, 지신밟기, 입춘굿놀이, 대감놀이, 단오굿놀이 등이 있고 명절놀이로써는 강강술래, 횃불놀이, 한 장군놀이, 답교놀이, 거북놀이, 기세배, 놋다리밟기, 기와밟기, 등마루놀이 등이 있으며 경기(競技)놀이로는 차전놀이, 고싸움, 농기(農旗)뺏기, 보름줄다리기, 아산줄다리기 등이 있다. 기타놀이로는 해녀놀이, 어방놀이, 쌍용놀이, 서당놀이, 세경놀이 등이 있다.
구체적으로 정초에 가장 널리 퍼진 놀이는 윷놀이일 것이다. 윷은 굵은 밤나무를 매끈하게 다듬어 한가운데를 쪼개어 한쪽은 납작하게 반대편은 둥글게 깎은 4개의 나무토막을 던져서 1-5점까지를 만드는 놀이다. 여자들은 방석 위에서 남자들은 맷방석 위에서 논다. 윷도 잘 놀아야지만 말을 쓰기에 따라 역전에 역전이 거듭되어 전략 짜기 훈련도 된다.
어린아이가 장정 어른을 이길 수 있는게 바로 윷놀이다. 옛날 시골에는 제기차기나 자치기놀이 그리고 엿장수를 만나면 엿치기도 많이 했다. 나이든 어른들은 사랑방이나 나무 그늘 아래서 장기나 바둑을 즐기는 것도 흔히 보던 놀이다. 노인들이 모이면 시조경창놀이로 풍류를 즐기기도 했다. 아무리 바빠도 쉬는 시간을 누리고, 서로 돕는 민속놀이도 계속 이어가면 좋겠다.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