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칼럼] 아버지와 아들의 짧은 대화
부자유친(父子有親)은 동양(한국)에서 아버지와 아들 관계를 이름이다. 그런데 옛날 아버지의 인상은 엄한 것이라,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두려움이었다. 실제로 ‘엄한 아버지, 자애로운 어머니(嚴父慈母)’란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니 아버지와 아들이 친해지려면 허심탄회한 만남과 활발한 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 소개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는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그 대화 속에 뜻과 교훈이 있다(言中有骨). 그 실례를 몇 개 찾아보자.
① 저는 지나가는 기차가 몇 칸인지 세어봤어요(아들)/ 아름다운 모습이지(아버지)/ 요즘엔 애들한테 따온 구슬을 세어요(아들)/ 좀 더 크면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아버지)/ 아빠, 사람만이 셀 줄 알지요?(아들)/ 글쎄다. 참 신앙인은 무엇을 세면서 살까(아버지).
② 제 친구는 아버지 때문에 교회에 안 다닌대요(아들)/ 아버지가 무얼 하시는데?(아버지)/ 교회 장로님이신데 양봉업을 하시거든요(아들)/ 그런데?(아버지)/ 그분은 찬송가를 부르면서 가짜 꿀을 만드신대요(아들)/ 앞뒤가 맞지 않는 사람이 어디 그분뿐이겠니?(아버지)
③ 교황님은 누구의 후계자예요?(아들) /베드로의 후계자지(아버지)/ 지금 교황님은 바울 사도의 후계자 같아요(아들)/ 왜 그런 생각이 드니?(아버지)/ 세계를 자주 돌아다니시잖아요(아들).
④ 아빠, 모세가 사람을 죽게 했나요?(아들)/ 이집트 사람들을 죽게 했지(아빠)/ 요즘도 모세가 사람들을 죽게 하나요?(아들)/ 시내산 순례에서나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이지(아버지)/ 성지순례하던 어느 할머니가 아이고 모세가 사람을 죽게 한다며 주저앉았대요(아들)/ 젊은이들도 시내산 등산은 힘든 일이니까(아버지).
⑤ 아빠, 훌륭한 축구 선수 한 사람 아시나요(아들)/ 혼자 있으면 축구를 생각하고, 둘이 있으면 축구 얘기를 하고, 셋이 있으면 축구를 한다는 그 선수 말이냐?(아버지)/ 저는 그 선수한테서 훌륭한 신자가 되는 비결을 배웠어요(아들)/ 혼자 있을 때는 하나님을 생각하고, 둘이 있을 땐 하나님 이야기를 하겠지?(아버지), 그리고 셋이 있으면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지요(아들).
⑥ 아빠, 그 침대 회사의 구호 아시지요?(아들)/회사 정문에 걸려 있잖니. “여러분들에게 편안한 잠을”(아빠)/ 그런데 공장 기계 소리가 시끄러워 동네 사람들은 잠을 설친대요(아들)/ 우리라도 앞뒤가 다르게 살지 않아야지(아버지).
⑦ 아빠는 구역 식구들과 친하신 것 같아요(아들)/ 그럼, 늘 다음 구역 예배가 기다려지지(아버지)/ 기다리시다 못해 주중에 또 만나시잖아요(아들)/ 형제자매들이니까 자주 얼굴을 맞대는게 좋지(아버지)/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다 이웃사촌이군요(아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다 이웃사촌이지(아버지).
⑧ 아빠는 서른 셋(33세)에 무엇을 하셨어요?(아들)/ 글쎄다(아빠)/ 예수님은 그 나이에 이 세상을 구원해주셨는데요(아들)/ 너는 6년 동안 무엇을 공부했니?(아버지)/ 저 뭐랄까요?(아들)/ 부처님은 그 기간에 세상 이치를 깨우치셨는데…(아버지).
⑨ 아빠, 그릇과 사랑은 깨어질 수 있어요(아들)/ 많이 깨진 것은 척 봐도 알 수 있지!(아버지)/ 겉모양만 봐도 되지요?(아들).
⑩ 아빠, 저도 이제 어른이예요!(아들)/ 주민등록증이 나왔구나!(아버지)/ 신자임을 증명하는 신분증도 있나요?(아들)/ 있다마다!(아버지)/ 저는 못 들어봤는데요(아들)/ 얼굴에 하나님의 미소가 있으면 신자인 거야(아버지).
⑪ 애들 두 명이 자기 아빠를 자랑하고 있었어요(아들)/ 한 아이는 무엇이라고 말했니?(아버지)/ 그 애 아빠는 대통령을 잘 안대요(아들)/ 다른 아이는 무엇을 자랑했니(아버지)/ 그 애 아빠는 하나님을 잘 안다고 했어요(아들).
⑫ 아빠, 암표(暗表)가 뭐예요?(아들)/ 몰래 비싸게 파는 표이지(아버지)/ 왜 암표를 사나요?(아들)/ 미리 준비를 안 해서지(아버지)/ 천국 가는데도 암표가 있나요?(아들)/ 천국행에는 암표가 없단다(아버지).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