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 “봄의 약속은 어디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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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봄꽃과 함께한 소강석 목사.

▲봄꽃과 함께한 소강석 목사.

“봄의 약속은 어디서 오는가?”

“이제 곧 봄이 오려나봐 / 너는 웃고 있는데 / 난 이별의 말을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 겨울나무도 아무 말이 없어 / 숲 속 나무의자에 앉아 / 우리가 함께 지나온 시간들을 회상하는데 / 바람이 분다 / 꽃이 나만 홀로 남겨놓고 / 산을 내려가네 / 나는 산에 있고 / 꽃은 마을로 간다.”
이 시는 제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쓴 시집, ‘꽃으로 만나 갈대로 헤어지다’에 나오는 ‘꽃’이라는 시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꽃은 김춘수의 꽃과는 반대되는 꽃입니다. 김춘수의 꽃이 시적 화자와 연결이 되고 관계를 맺는 꽃이라면, 이 시의 시적 화자는 꽃과 분리되어 잠시지만 스스로 고독과 고립을 숙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스스로 꽃과 분리되어 망각의 시공간 속으로 은둔하고 싶어하는 자아입니다.

코로나의 공포감과 우울함 사이에서 고뇌하는 시적 화자는 잠시 어떤 위로와 관계 맺음보다는 오히려 외로움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어느 곳으로도 피할 수 없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폐허와 같은 세상 속에서 혼자 남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죠. 사실 이 모습은 꼭 시적 화자의 모습이기 전에 현대인의 모습을 묘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만 끝나면 시가 아닙니다. 여기서 시는 반전이 있어야 합니다. 꽃이 나만 홀로 남겨놓고 산에서 내려가 버리는 것이죠. 그래서 얼핏 보면 꽃과 나는 완전히 분리되어, 나는 산에 있고 꽃은 마을로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꽃이 마을로 내려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람들에게 봄이 확실하게 오는 것이 아닙니까? 코로나 때문에 갈대처럼 헤어져 고립되고 황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화사한 꽃들이 내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서로 꽃으로 만나서 그들 스스로가 꽃이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시적 화자도 어쩔 수 없이 꽃과 합일이 되어 마을로 내려가서 꽃으로 만나고 꽃과 같은 세상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봄꽃과 함께한 소강석 목사.

▲봄꽃과 함께한 소강석 목사.

이처럼 ‘꽃’이라는 시는 그냥 서정성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언자적 요소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갈대처럼 헤어져 고독을 숙명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언젠가 반드시 우리는 꽃으로 다시 만나 화해의 봄, 희망의 봄, 미래의 봄을 함께 맞게 될 것을 노래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봄은 반드시 옵니다. 아니, 코로나 팬데믹도 끝나고 이미 봄은 왔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거리에 보면 마스크를 쓴 사람도 많고, 안 쓰다가도 사람들이 가까이 오면 또 쓰기도 합니다. 또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안 쓰다가도 실제로 행사장에서는 다시 다 쓰는 것을 봅니다. 이것이 다 마음으로는 산으로 가는 것입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 길었습니다. 혹독한 날씨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의 혼란과 갈등이 우리 사회를 겨울왕국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난방비 폭탄이 터지고 물가가 상승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더 얼어붙게 하고 있습니다. 저도 올 겨울에는 코로나 때도 꿈쩍하지 않았던 고뿔이 들어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잠을 잘못 잔 탓에 약지 손가락의 마비가 아직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분명히 봄은 옵니다. 어떤 추위도, 어떤 겨울도, 심지어 아무리 꽃샘추위가 오고 봄을 시샘한다 하더라도 봄은 옵니다. 앞으로도 한 번쯤 더 눈이 올지 모르고 또 꽃샘추위가 올 것입니다. 그것이 아마 겨울을 더 길게 할지도 모릅니다.

▲봄꽃과 함께한 소강석 목사.

▲봄꽃과 함께한 소강석 목사.

특별히 여기저기서 들리는 뉴스와 사건, 사고들이 우리의 겨울을 더 길게 할지도 모릅니다. 한국교회 역시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와 헤이트 스피치 등으로 갈등과 분열의 골을 더 깊게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거짓을 생산하고 조장하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또 그것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도 문제입니다. 사실을 직접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거짓뉴스에 현혹되어 레밍효과나 쏠림현상이 나타나면서 한국교회의 겨울은 더욱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봄은 옵니다. 그냥 날씨가 따뜻해져서 봄이 오는 게 아니라, 꽃송이 하나로 봄이 오지요. 매화가 됐든, 목련이 됐든, 분명히 제일 먼저 핀 자그마한 꽃송이 하나로 봄이 올 것입니다. 저는 그 꽃송이 하나 피우기 위하여 지금도 앙상한 숲 한 가운데서 연둣빛 봄을 꿈꿉니다. 봄길은 차가운 겨울 숲에서 시작하고 봄의 약속은 겨울의 소원에서 시작하는 것이니까요.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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