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홀로서기, 재정적 독립 유무도 중요해

|  

[김훈 칼럼] 홀로서기

▲ⓒ픽사베이

▲ⓒ픽사베이

“착한 여성 A는 강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어려움을 느낀다. 그들 앞에서는 자신이 힘이 없는 생쥐 같고 그들은 무서운 눈을 가진 매처럼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인 것 같이 느낀다. 특히 강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질문하면 왠지 자신이 좀 더 완벽해야 할 것 같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더 많이 부각돼 보이는 것 같아 주눅이 든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있으면 자신을 잘 주장하지 못한다.”

“씩씩한 남자 B는 가족들과 있을 때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요구를 표현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집에서는 왕처럼 군림하고 가족 구성원들을 부린다. 반면 밖에만 나오면 타인에게 엄청나게 친절한 사람이 되고, 타인에게 자신을 잘 주장하지 못한다. 타인이 자신을 함부로 대해도 흐흐 웃으면서 받아넘긴다.”

“모든 것에 완벽하고 잘 하기를 원하는 C는 어린 시절 가정에서 부모의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했고 자신이 일찍부터 일을 해서 가정을 돌봐야 하는 사람이다. 공휴일도 쉬지 않고 자신을 위해 외식도 잘 하지 않는 C는 평소에는 괜찮다가 한 번씩 직장에서나 친구들에게 부정적 피드백을 받고 나면 심한 무력감에 빠지곤 한다. 그럴 때면 집에 혼자 있으면서 인터넷을 하면서 시간을 마냥 보내게 된다.”

위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성인이지만, 하나같이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아동 상담 대가로 불리는 오은영 박사는 자녀 양육의 최종 목표가 자녀들의 독립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전적으로 이 말에 동의한다. 다른 말로 하면 진정으로 홀로서기를 잘 할 수 있을 때 진정 한 사람으로 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독립이라고 하는 것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독립에는 여러 측면이 있을 수 있는데, 여기서는 정서적 독립과 그와 관련된 재정적 독립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재정적 독립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자. 호주에 사는 부모들은 일찍부터 자녀를 독립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찍부터 자녀들이 사회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경제적인 독립을 돕는다.

자녀가 경제적으로 독립한다는 것은 단지 경제적인 독립을 돕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을 통해 사회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리며 경쟁하며 살아야 하는지 배우고, 재정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또 일의 가치와 책임감도 함께 배우면서 성인이 된 부모님의 삶도 이해하게 된다. 그러므로 나이가 되면 아이들이 재정적 독립을 위해 적절하게 일을 하도록 배우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이 재정적 독립은 정서적 독립과도 연관이 된다.

가끔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가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들이 가정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많은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재정적·정서적·의존적인 경우가 많다. 혼자서는 살아갈 힘이 없다. 그럴 경우 가정폭력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전략은 기술을 익히고 일을 찾아서 재정적 독립을 추구할 수 있는 힘을 키우게 해야 한다.

여성들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 때 가정폭력이라는 힘의 통제에서 벗어날 용기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녀들도 성장하면서 부모로부터 재정적 독립을 할 수 있을 때 어쩌면 진정한 성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둘째로 재정적 독립 이상 중요한 부분은 정서적 독립이다. 앞의 예에 나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서적으로 독립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너무 쉽게 사람들에 의해 중심이 흔들리고 조정을 당하거나 조정을 하면서 관계의 역동을 경험하면서 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정서적으로 홀로서기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성인이 되면 육체는 성인이고 재정적으로 독립한 것처럼 보이나, 정서적으로 홀로서기를 못해 늘 마음이 괴롭고 평안하지 못하며, 관계에서 롤러코스터와 같은 갈등을 많이 경험하고 때로는 그것으로 인해 재정적 독립까지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라라. E. 필딩의 <홀로서기 심리학>에는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 직원을 아주 많이 둔 IT 중소기업 CEO는 사람을 뽑을 때 일을 하는 능력만을 보지 않고 의사소통 능력과 삶에 대한 가치관 등 다양한 자질을 보는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사람을 뽑는다는 건 정말 간단치 않은 일입니다. 그의 능력만 오는 게 아니라, 그의 과거와 그의 세계가 함께 오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겉으로 보기에 능력이 있고 좋은 교육을 받았어도, 정서적으로 독립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을 채용할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수많은 사람을 통해 경험했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학교 행정실에서 일하면서 사람들을 몇 번 채용해 봤는데, 그것이 어떤 말인지 이해한다. 인터뷰를 할 때는 좋은 대학을 나온 멋진 청년이었는데, 막상 일할 때는 완전히 딴 사람인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정서적으로 건강하고 독립을 잘 한 사람이 학위나 외모, 능력 이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정서적으로 독립했다는 것은 자신의 정서를 잘 조절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사람은 타인의 정서에 내 정서가 끌려다닌다. 어른이 되었으나 부모님 정서 또는 자신보다 강한 사람의 정서에 끌려 다니는 사람은 아직 정서적으로 독립했다고 보기 어렵다.

부모의 감정을 존중해야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나의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직 독립이 되지 못한 사람이다. 한국 가정에 정서적으로 독립을 못한 자녀들이 많은 것은 부모에게 무조건적 순종을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훌륭한 자녀로 잘못 평가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자녀가 정서적으로 독립하기를 원하는 부모는 아이가 커가면서 무조건적 순종이 아니라, 자발적 순종과 선택의 자율성을 배우게 한다.

만약 내가 정서적으로 권위자의 말에 너무 쉽게 휘말린다면, 그럴 때 휘말리는 나의 정서는 어떤 반응을 하고 있는지, 왜 그렇게 반응하는 지를 생각해 보자. 타인의 정서가 중요한 만큼 내 정서가 중요한 것을 깊이 생각하며, 내 감정의 주인이 타인이 아니고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 정서적으로 독립적이 되는 일은 내 감정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상처받고 힘든 경우 그 감정을 불러 일으킨 사람에게 모든 원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런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나, 대부분 내가 경험하는 감정은 타인이 나의 상처를 건드리거나 나의 열등감을 건드릴 때 생겨나는 경우가 더 많다. 다른 말로 하면 과거에 해결되지 않은 상처를 건드려 지금 화가 나거나 감정적 반응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모에게 받은 상처가 많은 상태에서 결혼 후 배우자에게 상처를 받아도, 그 원인을 100% 배우자에게 돌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감정의 원인을 타인에게 돌리기보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왜 상처를 받고 감정적으로 연약해지는지 내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아보고 근본적 상처를 다루거나 나의 상처로 인한 잘못된 생각이나 반응을 건강하게 바꿔 나가는 것이 정서적 독립에 도움이 된다.

정서적 독립은 다른 말로 하면 정서적 홀로서기를 잘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너무 강한 사람에게 휘둘리거나 반대로 약한 사람을 통제하지 않고,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지만 그들에게 너무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적절한 상호 작용을 하면서 살아간다.

재정적 독립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독립을 추구하여, 삶 전체에서 건강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성공적이며 행복한 사람들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훈 목사.

▲김훈 목사.

김훈 목사(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One and One 심리상담소 대표 (CEO of One and One Psychological Counselling Clinic)
호주가정상담협회 회장 (President of Australian Family Counselling Association)
한국인 생명의 전화 이사장 (Chair of Board in Australia Korean Life Line)
ACA Registered Supervisor (ACA등록 수퍼바이저),
ACA Member Level 3 (ACA정회원)
기독교 상담학 박사 (Doctor of Christian Counselling)
목회상담학 박사 (Doctor of Pastoral Counselling)
고려대학교 국제경영 석사 (MBA of International Business at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MdiV at Chongshin Theological Seminary)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BA of Mass Communication at Korea University)
총신대학교 신학과 졸업(BA of Theology at Chongshin University)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10.27 연합예배

[10.27 연합예배] 여운 계속되는 연합찬양대 ‘Way Maker’

가톨릭·비기독교인도 감사 댓글 차별금지법, 기독교 덕 보고 산다 총 1,400여 명 빗속에서 찬양해 오케스트라 악기들 가장 걱정돼 간절한 기도, 기대와 소망 놀라워 다음 세대 힘 얻었단 간증에 눈물 온·오프라인으로 2백만여 명이 함께한 ‘10.27 연합예배’의 …

외항선교회

한국외항선교회 50주년… “요즘 선교, 봉사 있지만 예수 없어”

선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독론, 십자가, 그리고 종말론 선교, 고난·환난 없이 힘들어 절박성·긴급성 있어야 복음화 한국외항선교회(이사장 김삼환 목사, 총재 이정익 목사) 창립 50주년 감사예배가 11월 4일 오전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담임 김하나 목사) 샬…

저스틴 웰비

英성공회 보수 지도자들, 동성혼 옹호 대주교에 회개 촉구

세계성공회미래회의(The Global Anglican Futures Conference, GAFCON) 지도자들이 종교개혁기념일을 맞아,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저스틴 웰비(Justin Welby) 영국성공회 캔터베리대주교를 질책하고 공개 회개를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캔터베리…

변증 컨퍼런스

“종교다원주의 시대, ‘오직 예수’는 편협한 주장?”

2024 기독교 변증 컨퍼런스가 ‘무신론 시대, 왜 기독교의 하나님인가?’라는 주제로 지난 2일 청주 서문교회(담임 박명룡 목사)에서 개최됐다. 기독교변증연구소와 변증전도연구소 등이 공동 주최한 이번 컨퍼런스는, 전 세계 공동 여론조사 결과 무신론적 성향이…

천병근

1950년대 기독교 시각예술 선구적 화가… 부친은 일제 때 4차례 옥살이한 목회자

작가들 전쟁에도 작품 활동 계속 , 불안 속 주님 신뢰 전달해 1954년 첫 개인전, 신앙 주 테마 기독 미술 토착화에도 깊은 관심 C. S. 루이스는 ‘전쟁의 학문(『영광의 무게』, 홍종락 역, 홍성사, 2019)’에서, 전쟁이 인간 영혼의 관심을 계속 사로잡기에는 본질적…

한국침례신학대학교(침신대)

정부 주도 대학평가제도, 신학대 정체성과 설립 목적 침해

1. 원인: 교육부의 획일적 통제와 대학 자율성 상실 총장으로 재임하던 4년 가운데 3년을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보냈다. 전대미문의 이 기간은 정부의 교육정책 부실은 물론 대학 사회의 고질적인 제반 문제를 그대로 노출했고, 대학은 교육 구조와 교육 방법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