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보는 제 창밖의 해는 동산 아래서 동산 위로 떠오릅니다.
여름에는 보다 덜,
겨울에는 보다 더 명확히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나뭇잎 떨군 나무는, 그 빈 가지로 이전의 풍성이 보여주지 못했던 많은 것을 보여 줍니다.
자신의 모습을,
자신을 배경으로 있어지는 만상의 또 다른 모습을.
그래서 나뭇잎 떨군 겨울의 나무는, 해 뜨는 과정 해의 모습을 더 분절해 선명히 보여 줍니다.
여름에는 해가 그냥 산 아래 있다, 산 위로 쑥 올라옵니다.
여기서 산이라는 것은, 한 뭉치가 되어 있는 흙더미 동산과 그 위에 심긴 나무를 포함합니다.
겨울에는 나무가 빈 가지라 여름과는 다른 모습이 연출됩니다.
분명 산 저편에 있어 산에 가리어져 보이지 않다, 일출 시간 즈음해서 뜨는 것이 해입니다.
그런데 그 해가 산 위로 뜰 무렵 그 해의 산에 가리어져 있는 모습이,
여름과 달리 겨울에는 일부 노출이 됩니다.
산 위에 심겨져 있는 나무가 가지만으로 꽂혀 있다 보니,
그 사이에 상당한 틈이 보이는 것입니다. 아주 많이.
따라서 아침 해 뜰 때 해는, 산 너머에서 산 위로 쑥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나뭇가지 사이에 싸여 있고, 막혀 있고, 갇혀 있다, 그 부분의 모습을 벗고 광활한 빛으로 나타납니다.
나뭇가지에 걸리고 가리어진 해가, 잠시 후에 그 모든 것을 벗고 빠져나오는 모습은 또한 장관입니다.
마치 나뭇가지 월계관에 받혀진 휘황한 광채 보석의 모습이고, 위엄, 장엄, 힘입니다.
삶의 애환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순간에 벗겨질 것입니다.
이번 고난주일과 주간 보내시고, 다음 주일 부활절 때 부활하소서.
삶이 아무리 힘들고 눈물 흘러도, 주님 사랑과 은혜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부끄럽고 부족해도, 하나님 백성이고 그의 자녀입니다.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