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희망은 좋을 때만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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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칼럼] 치유하는 ‘희망’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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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심리학은 인간의 행복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가를 다양한 측면으로 연구 조사하여서 인간의 행복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해 왔다.

긍정심리학에서 말하는 행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우리가 경험하는 긍정적 감정이다. 긍정적 감정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사랑·자비·긍휼·용서·감사·희망 같은 것들이 있다. 지금까지 사랑·자비·용서·긍휼·희망 같은 긍정적 감정들은 각각 많은 연구가 되어 왔는데, 그 중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데 큰 용기와 힘을 더 하는 ‘희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희망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이루거나 하기를 바라는 것 또는 잘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 의미로 보면 하나의 희망사항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학자마다 설명하는 희망은 조금 더 다른 의미들을 가지고 있다.

희망에 대해 많이 연구한 스나이더는 희망은 성공적인 목표 지향적 결정과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에 기반한 긍정적 인지 상태라고 정의한다. 즉 목표를 추구하는 동기와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강조하는 것이다.

<희망의 힘> 저자 제롬 그루프먼 박사는 암 환자들이 ‘희망’을 가질 때 뇌에서 엔도르핀과 엔케팔린이라는 물질을 분비시켜 모르핀과 같은 통증 완화 효과를 내고 그것이 질병의 치유를 돕는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희망을 가진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예후가 훨씬 좋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증명된 바를 볼 때, 희망을 가지는 것은 확실히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큰 힘이 됨을 알 수 있다.

저자는 희망은 치유하는 힘이 있고 암까지 고친다고 말한다. 필자 또한 그것을 믿기에,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희망’ 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희망을 갖고 싶은데 그것이 잘 되지 않아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을 줄 알았던 암이 점점 더 온 몸에 퍼져가는 순간에 어떻게 희망을 가질 수 있겠어요?” 더 나아질 것이라고 최선을 다하며 암과 투병하고 있었는데 또 다른 곳에서 암이 발견된 사람의 낙심과 절망을 옆에서 보고 있자면, ‘희망’이라는 단어가 때로는 무색해진다.

언젠가 만성적 신체 통증으로 힘들어 하시던 분을 상담으로 도와준 적이 있었다. 만날 때마다 조금씩 더 나빠져 가고 있다고 말씀을 하셔서, 그 분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실제로 쉽진 않았다. 악화되는 병세와 함께 경험하는 부정적 사건들이 희망적 결과보다 부정적 결과를 더 많이 증명하는 듯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희망’이 오랜 질병을 겪고 있는 환자들 그리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회복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주위에서 돕는 사람들은 ‘희망’의 메시지를 계속 갖도록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고 ‘희망’을 통해 치유로 나가도록 도와야 한다.

희망을 통해 치유로 나아가는 것은 현실적인 작은 희망을 가지는 것일 수 있다. 현실가능한 부분에 대해 희망을 갖도록 돕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만성 통증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기대할 수 없어도, 통증이 약간 감소하기를 희망할 순 있다. 이런 경우 현 상태를 받아들이면서도, 그 안에서 긍정적 변화 가능성에 마음을 열고 희망을 갖게 한다.

초월적 희망을 갖도록 도울 수도 있다. 그것은 영적 존재인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신앙적·신학적 희망이다. 크리스토프 래시라는 사회학자는 “사회가 점점 좋아지고 인본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긍정적 미래를 바라보는 낙관주의와 신학적 희망은 다르다”고 설명한다.

신학적 희망은 절망적이고 고통스러운 상황 즉 아주 힘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마음에서 솟아나는 힘이 희망이라고 말한다. 에른스트블로흐는 그래서 희망은 ‘실망 가능해야 한다’고 한다. 초월적 희망은 지금 절망적이지만 결국 모든 것이 잘 풀리리라는 희망, 미래에 대한 믿음과 도전과 절망에 대한 방어로 갖는 희망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기독교에서 보면 모든 것이 합력해서 선을 이룰 것이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는 희망으로 볼 수도 있다. 진정한 희망은 좋을 때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눈앞에 아무런 소망이 없는 듯한 절망과 실망스러운 순간에야 가능한 것이다. 암환자에게도, 실패한 사람에게도 ‘희망’은 회복으로 가는 첫 단계로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희망을 갖게 해야 한다.

연구에 의하면 희망은 시간이 지나면서 웰빙과 대인관계,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스트레스도 잘 이겨내게 한다. 또 만성 불안 발달에 대한 보호 요인이 되고, 성공적 목표를 향해 다양한 경로를 찾도록 동기 부여를 한다. 그러므로 희망을 갖는 것만으로도 한 사람이 건강해지며 행복해지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희망을 품기 위한 몇 가지 활동들 중 하나는 ‘희망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희망지도는 A4 용지를 옆으로 펼친 다음 종이를 세 등분으로 접어, 제일 오른쪽에 희망하는 목표들을 나열하고 제일 왼쪽에 희망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 과정을 세 가지씩 기록한다. 중간에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기록한다.

또 ‘희망 지도’의 테두리에는 내가 희망을 더 갖는데 힘이 되는 사람이나 동기부여를 갖게 하는 힘, 계속 용기를 갖게 하는 말이나 성경 구절 등을 기록해 희망을 갖고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작업을 한다.

또 한 가지 도움이 되는 것은 ‘희망 저널’을 쓰는 것이다. 형식을 갖추고 싶다면 첫째로 나의 희망이 무엇인지를 기록하고, 둘째로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한 계획과 행동을 기록하며, 셋째로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데 기여할 내 안의 자원과 능력을 세 가지씩 쓰는 것이다.

그 외에는 희망하는 것을 영화 장면처럼 그려 보고 꿈꾸며 그것을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하고 나아가는 모습을 기록해 보거나 심상화시켜 생각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희망’을 가지는 것이 왜 중요한지, 내가 희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등 희망과 관련된 여러 질문들을 하면서 ‘희망’을 더 돈독히 하는 방법도 있다.

청소년들의 경우 ‘가장 희망하는 일 5가지, 가장 절망적인 것 5가지’를 기록하게 해서 함께 나누어 공감하고 격려하게 함으로 희망을 갖게 해볼 수 있다.

평소 낙담을 잘하고 절망을 많이 느끼거나, 노력해도 제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있다고 생각하거나, 타인과 연결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희망’ 증진 활동이 많은 힘이 될 수 있다.

미국 한 시인은 수수께끼라는 시에서 ‘설탕을 주면 물이 달게 되고/ 소금을 주면 물이 짜게 되듯/ 우리는 우리의 선택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계속된다’고 표현했다. 희망을 가질 것인가 절망을 선택할 것인가에 따라, 우리는 희망으로 인한 회복을 경험할 수도 있고 희망 자체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절망으로 죽음에 이를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김훈 목사.

▲김훈 목사.

김훈 목사
(Rev Dr. HUN KIM)
호주기독교대학 대표
(President of Australian College of Christia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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