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생활동반자법, 짝퉁 합법화시키는 법안
서구 시민결합·시민동반자 취지,
비혼 동거와 동성간 결합 합법화
이성 간에만 성립한단 규정 없어
도입시 수년 내 동성혼도 합법화
공동입양 허용, 아동에 반인권적
주택공급 위해 허위 관계도 가능
명품을 갖기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소유한 자는 적다. 가치가 있는 만큼 비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값 지불 없이 명품을 갖고자 하는 일부 사람들의 비뚤어진 욕구로 인해 등장한 것이 바로 ‘짝퉁’이다. 경찰이 짝퉁을 단속하는 이유는, 방치하면 짝퉁 제품이 시장을 교란하고 진품의 값어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2014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었던 진선미 의원은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PACS)을 모델로 한 소위 ‘생활동반자법안’을 마련하여 수차례 발의를 시도하였으나, 실제 발의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진 의원은 ‘생활동반자 관계에 관한 법률안’을 추진하면서 해외와 같이 비혼 동거나 동거계약 관계를 합법화하려고 하였다. 이 법안은 동반자 관계가 반드시 이성 간에만 성립한다고 전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성혼 합법화의 논란을 야기하였으며, 결국 발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9년이 지나 진선미 의원의 못다 이룬 꿈(?)을 마침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대신 이루어 주었다. 엊그제 ‘생활동반자 관계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생활동반자관계’라는 용어는 생소할 것이다. 서구의 시민결합(civil union)이나 시민동반자(civil partnership)라는 용어를 번역한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비혼 동거와 동성간 결합을 합법화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프랑스와 같이 동성 간 동거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주된 입법 목적이었다.
생활동반자제도를 도입한 국가들 중에는 동성 커플을 위해 대리모나 정자은행을 합법화한 나라도 있고, 미국 버몬트 주와 같이 시민결합을 한 레즈비언 커플 중 출산하지 않은 파트너에게도 별도의 법적 절차 없이 친권을 인정하여 사실상 동성혼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한 예도 있다. 여하튼 생활동반자제도를 도입한 국가들은 모두가 수년 내에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수순을 거쳤다.
용 의원이 발의한 생활동반자법안에 따르면, 성인은 상호 합의에 따라 가정법원 등에 당사자 모두가 서명한 서면을 신고하면 생활동반자 관계를 맺을 수 있다(법안 7조 및 10조). 또한 당사자 중 한 명이라도 생활동반자 관계를 종료하기를 원할 경우, 정해진 법적 절차를 밟아서 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16-18조).
그런데 생활동반자관계로 형성되는 법적 신분이 매우 불명확하다. 이 법은 가족관계가 아닌 계약관계임에도 ‘동거, 부양, 협조 의무’에 따른 재산상 효력을 발생시킨다는 점과, 일상 가사대리권, 가사로 인한 채무의 연대책임 등 공동생활의 실질이 존재한다는 면에서 혼인에 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23·24·28조), 상속을 인정하지 않음으로 인해 생활동반자 관계에 있는 자와 상대방의 피상속인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은 이 법안이 생활동반자관계가 반드시 이성 간에만 성립한다고 규정하지 않고 있어 동성 간 결합을 합법화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동성혼 합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 법안은 생활동반자관계 당사자들에게 공동입양을 허용하고 있다(30조). 언제라도 일방이 계약해지 통보만 하면 깨질 수 있는 동거 관계의 양부모 밑에 살고 있는 입양아는 불안하지 않을까? 생활동반자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프랑스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소재라며 지인이 알려 준 프랑스 아이들 대화 내용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오늘 아침에 보니 우리 엄마의 파트너가 또 바뀌었어….” “너도 그래? 우리 엄마의 파트너도 얼마 전에 바뀌었는데….”
이처럼 생활동반자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나 입양아는 매우 불안정한 양육 환경에 놓이게 되고, 아동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나아가 이 법안 부칙 2조 19항은 주거기본법상 ‘신혼부부’에 생활동반자관계를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로 인해 결혼을 원하지 않아 동거를 선택한 커플도 신혼부부에게 제공되는 주택 특별공급 혜택을 누리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를 악용해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노리고 동성 친구 사이인 룸메이트끼리 허위로 ‘생활동반자관계’를 맺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결혼과 달리 생활동반자관계는 성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사례가 실제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생활동반자법안이 모델로 삼고 있는 프랑스의 PACS는 원래 도입 목적이 동성 커플의 동거를 합법화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제정 당시 입법 목적과 다르게, 근래에는 프랑스 대다수 남성과 여성들이 열 명 중 아홉 명 정도의 비율로 이성혼 대신 선택하고 있는 제도가 되어 버렸다.
프랑스 국립 인구문제 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파트너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은 시민연대계약 총 숫자는 19만 6천 건을 넘어섰고, 곧 시민연대계약이 혼인을 초과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반면 혼인은 2019년 22만 5천 건으로 20년 전에 비해 23% 감소했고, 2021년에는 22만여 건으로 계속 감소하는 중이다. 동성 간 동거를 법적으로 승인하기 위해 도입된 PACS가 혼인제도 자체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형국이다.
프랑스에 체류하는 한국인 유학생이나 연수생 여성들이 프랑스 남성과 사귈 때 청혼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프랑스 남성은 PACS를 생각한 반면 한국 여성들은 혼인신고하는 결혼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나중에 혼인을 가장한 이 제도의 실체를 알게 된 후 무척 당황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
혼인과 달리 PACS는 당사자 간 일체의 친족관계가 성립되지 않고 재산적 효력만이 인정되며, 시민연대계약을 체결한 당사자 간에 자녀가 태어나도 친생자로 추정되지 않아 혼인 중 출생한 자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출산하지 않는 상대 동반자는 인지 절차를 거쳐야 친권이 발생된다.
아울러 PACS 도입 전 1999년 42.7%였던 혼인 외 출산율이 2021년 63.5%로 급증하는 문제를 야기하였다. 프랑스에서 태어나는 아이의 10명 중 6.3명 이상이 혼인하지 않은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고 있다.
손쉽게 동거 결합과 해소를 할 수 있는 성인들의 이기적인 욕심을 법적 권리로 보장해 주기 위하여, 사랑이라는 최상의 환경에서 혼인한 부모에게 양육되어야 할 아동의 권리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PACS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있는, 또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다.
이처럼 가족의 전통적 가치를 부정하고 책임은 회피한 채 권리만을 누리고자 하는 성인들의 이기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서구의 생활동반자제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할 이유가 없다.
생활동반자제도를 도입하여 가족의 범위를 확대한 서유럽과 북미에서는 공통적으로 혼인율 급감 및 혼인 외 출산율 급증이라는 가족 해체 현상을 겪고 있다.
이를 거울 삼아 우리는 올바른 정책 방향을 설정하여야 한다. 심도 깊은 논의 없이 성급히 발의된 생활동반자법안의 철회를 정중히 촉구한다.
생활동반자제도는 결혼의 짝퉁이다. 값비싼 명품 대신 저렴한 모조품을 찾는 일부 소비자들의 비뚤어진 욕심에 편승하여, 아예 짝퉁을 합법화하도록 만든 법이 바로 생활동반자법이다.
짝퉁이 합법화되면 대중은 열광하고, 짝퉁은 순식간에 시장에서 명품을 대체해 버린다. 그리고 명품의 가치는 사라진다. 생활동반자관계제도가 결혼을 집어 삼켜버린 서구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짝퉁은 결코 진품이 될 수가 없다. 가짜이기 때문이다.
전윤성 미국변호사
자유와 평등을 위한 법정책 연구소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