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 율법주의·반율법주의 벗어나 참된 은혜의 길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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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 (1) 복음의 재발견

팀 켈러(Tim Keller) 목사가 5월 19일 오전(현지시간) ‘예수님을 만날 준비를 끝낸 뒤,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보내심을 받은(I’m ready to see Jesus. I can’t wait to see Jesus. Send me home, 유언 중 하나)’ 가운데, 국내 최고 ‘팀 켈러 연구가’인 고상섭 목사님(그사랑교회)이 ‘팀 켈러를 추모하며’라는 글에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고상섭 목사님은 1주일 동안 <복음과도시>에 ‘팀 켈러 목사의 유산’에 대해 매일 하나씩 소개하실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팀 켈러 목사. ⓒtimothykeller.com

▲팀 켈러 목사. ⓒtimothykeller.com

팀 켈러가 그토록 사랑했던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이제 눈물이 없는 곳에서 기뻐할 팀 켈러를 생각하면 위로가 되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에겐 그가 떠난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을 만큼 독보적인 존재로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족적을 남긴 사람이다. TGC 회장 샌디 웰슨은 추모 글에서 지난 100년 동안 팀 켈러처럼 영향을 준 목회자는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의 삶을 추모하며 그가 우리에게 남긴 위대한 유산들을 몇 가지 정리해보는 것으로 팀 켈러를 기억해보고자 한다.

팀 켈러를 좋아하는 많은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은 한결같이 팀 켈러의 설교와 저서들을 통해 “복음을 새롭게 발견했다”는 말들을 고백한다. 팀 켈러의 목회와 삶을 한 문장으로 평가한다면, 아마 “The Gospel Changes Everything(복음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이라는 문구로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

1. 매로우 논쟁

팀 켈러가 전하는 복음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내려오던 전통적인 복음이다. 그 복음을 오늘의 현실에 맞도록 상황화한 것인데, 팀 켈러는 오늘날 교회 현실이 17세기 매로우 논쟁 당시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그 당시 대두되었던 ‘은혜의 복음’이 이 시대에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팀 켈러는 매로우 논쟁의 의미를 다룬 싱클레어 퍼거슨의 <온전한 그리스도> 추천의 글에서 당시 에드워드 피셔의 <개혁신앙의 정수>(The marrow of mordern Divinity)를 읽고 동의했던 목회자들이 총회에서 율법폐기주의자로 오해를 받고 또 그들을 반대하던 사람들이 율법주의자로 오해를 받은 사건을 언급하면서 양쪽 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동일하게 믿는 사람들이었는데, 어떻게 복음을 전하는 방식에 있어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로 나뉘어질 수 있는가를 설명한다.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는 단순히 교리를 믿는 것 이상의 문제다. 매로우 논쟁당시 양측은 모두 행위로 구원을 받는다거나, 구원 받은 뒤에는 하나님의 율법을 순종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둘 다 대놓고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목회와 설교에서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의 냄새를 강하게 풍겼다.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는 둘 다 마음의 태도, 행동, 인격, 성경을 읽는 방식이 종합된 결과물이다(싱클레어 퍼거슨, <온전한 그리스도>, 디모데, 13쪽).”

팀 켈러는 오늘날 많은 교회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전통적인 교리를 믿지만 목회 방식에서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가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고, 성도들의 삶 속에서도 복음을 분명히 알지만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의 형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를 오해하면 엉뚱한 해법을 내놓게 된다고 우려한다. 즉 율법주의에 대한 해답으로 율법과 순종을 덜 강조하게 되고, 반율법주의에 대한 해답으로 율법과 순종을 더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은 오로지 복음을 다시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다. 또한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의 뿌리를 발견하여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

팀 켈러는 오늘 이 시대의 교회가 매로우 논쟁 당시 상황과 비슷하게, 복음을 믿고 있지만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로우 논쟁에 대한 팀 켈러의 입장을 알려면 싱클레어 퍼거슨의 <온전한 그리스도>, 에드워드 피셔의 <개혁신앙의 정수>를 추천한다.)

2. 칭의와 성화의 분리

팀 켈러는 복음이 쉽게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을 간파하고, 단순히 복음만을 전하는 이전의 전통적 방식을 떠나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의 형태로 복음이 변질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제3의 방식인 복음을 선포했다.

그는 복음을 다시 재정의하면서 “복음은 좋은 충고가 아니라, 좋은 소식이다”, “복음과 복음의 결과를 혼동하지 말라”고 복음을 소개한다(팀 켈러, <센터처치>, 두란노, 52쪽).

“복음은 좋은 충고가 아니라 좋은 소식이다”는 말의 의미는, 복음은 우리가 행하는 무엇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행하신 무엇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복음 안에는 인간의 행위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인간을 위해 대신 행해주신 것을 믿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복음이 좋은 소식이라는 말을 통해, 행위로 하나님의 환심을 사려 하는 율법주의적 요소를 배제한다.

“복음과 복음의 결과를 혼동하지 말라”는 말은 은혜와 은혜의 결과인 선행은 구분되면서 동시에 연결된다는 말이다. 즉 칭의와 성화의 관계를 설명한다. 칭의란 우리가 그리스도로 인해 얻은 구원을 말하고 성화란 구원받은 사람들이 거룩한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성경적 복음은 칭의의 은혜가 성화의 동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는 칭의와 성화가 분리되고 오해될 때 생겨난다. 율법주의자는 칭의를 얻었으니 이제 나의 힘으로 성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율법주의로 변질되고, 반율법주의자는 칭의의 구원은 감사하지만 성화의 과정은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율법을 버리고 마음대로 살아가고 싶어한다.

이 모든 것은 모두 칭의와 성화의 관계에 대한 오해이다. 은혜로 얻은 구원에 대한 감사의 반응으로 선행과 순종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칭의와 성화를 분리하면서 하나님에 대해 오해를 하게 된 것이다.

싱클레어 퍼거슨은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는 한 어머니 자궁 안에서 나온 이란성 쌍둥이”라고 정의했다(싱클레어 퍼거슨, <온전한 그리스도>, 디모데, 109쪽).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왔고, 그 뿌리는 하나님의 성품에 대한 오해라고 말한다.

하나님의 성품과 하나님의 말씀이 분리될 때, 사람들은 율법주의나 반율법주의로 오해하게 된다.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 깊이 신뢰할 때 하나님의 율법을 사랑 안에서 순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제3의 길로 복음을 전하라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가 아닌 제3의 길로 복음을 전하라 권유한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팀 켈러의 <탕부 하나님>과 <방탕한 선지자>이다.

두 책의 원제는 ‘The Prodigal God’, ‘The Prodigal prophet’으로 ‘낭비하다’ 라는 단어 ‘prodigal’을 사용하고 있다. 팀 켈러는 누가복음 15장에서 흔히 말하는 ‘탕자’가 아니라, 그 본문에서는 사랑이 헤픈, 충만한 사랑을 가지고 있어 마치 낭비하는 것 같아 보이는 ‘탕부’ 즉 하나님 아버지를 조명하고, 그 끝없는 사랑은 ‘방탕한 선지자’인 요나를 진정한 선지자로 변화시키는 끝없는 사랑임을 재조명한다.

<탕부 하나님>에서 아버지의 재산을 가져가서 허비하는 둘째 아들은 자기 마음대로 살고 싶어하는 반율법주의자를 대변한다. 또 아버지의 집에 있지만 둘째 아들이 돌아왔을 때 분노하는 첫째 아들은 율법주의자를 대변한다.

자신의 동생이 돌아와서 잔치를 벌이는 아버지 앞에서 첫째 아들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여러 해 아버지를 섬겨 명을 어김이 없거늘 내게는 염소 새끼라도 주어 나와 내 벗으로 즐기게 하신 일이 없더니(눅 15:29)”. 팀 켈러는 첫째 아들이 전형적인 율법주의자로서 자신의 행위로 아버지의 환심을 사려 하는 사람이라 말하면서, “아버지와 그의 관계를 가로막은 것은 그들의 죄가 아니라 저주받을 그들의 선행”이라고 율법주의를 비판한다.

<탕부 하나님>에서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를 둘째 아들과 첫째 아들로 비교해서 설명한 팀 켈러는 <방탕한 선지자>를 통해 그 모습이 한 사람 안에 동시에 존재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거부하고 욥바로 내려가서 배를 타고 도망가는 요나는 전형적인 둘째 아들, 즉 반율법주의의 모습이다. 또 순종하긴 하지만 자기 뜻대로 안 될 때 분노하는 요나는 첫째 아들, 전형적인 율법주의자의 모습이다.

팀 켈러는 오늘날 행복을 추구하는 두 가지 모습 중 하나는 자아 발견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도덕적 순응의 길이다. 첫째 아들은 도덕적 순응의 길로 행복을 추구하고, 둘째 아들은 자아 발견의 길로 행복을 추구한다고 분석하면서, 이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진정한 아버지의 마음 즉 하나님의 성품과 말씀을 연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4. 그리스도 중심적 복음

팀 켈러의 복음의 핵심에는 언제나 그리스도가 있다. 복음이란 우리가 행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대신 행해주신 일을 믿는 것이기 때문이다.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에서 벗어나려면 하나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알아야 한다. 그 사랑에 대한 오해가 양극단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 하나님의 사랑을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 팀 켈러는 바로 그리스도를 선포함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탕부 하나님>에서 팀 켈러는 둘째 아들과 첫째 아들 모두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데, 그 오해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한 형이신 그리스도를 소개한다.

누가복음에 등장하는 형은 동생을 용서하지 못했고 허랑방탕하게 재산을 낭비한 동생에게 자신의 재산을 나누어주지 못했지만, 진정한 형이신 그리스도는 잃어버린 아들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목숨을 버리셨다.

또 자신의 죽음을 통해 잃어버린 아들인 우리에게 진정한 하늘의 유산을 남겨주셨다. 이런 그리스도의 사랑을 기억할 때, 우리는 하나님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분의 사랑이 순종의 동기가 될 때 비로소 복음이 삶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방탕한 선지자>에서는 하나님의 뜻을 거부하고 분노하는 방탕한 선지자인 요나를 대신해 진정한 요나이신 예수님을 소개한다. 요나는 어쩔 수 없이 바다에 빠져 목숨을 건졌지만, 예수님은 진정한 요나가 되셔서 고통의 폭풍 속으로 친히 목숨을 버리신 분이시다.

방탕한 선지자 요나를 향해 끝없는 사랑의 추격을 멈추지 않으시는 하나님은 자신의 아들의 목숨을 버리시면서 결국 하나님을 오해하는 사람들을 품고 변화시키신다.

팀 켈러는 인생의 폭풍이 올 때, 그 폭풍이 우리를 무너뜨리지 못하는 이유는 그리스도께서 폭풍 속으로 뛰어드심으로 자신의 목숨을 버리시는 삶을 통해 우리에게 닥쳐야 할 모든 독과 저주와 심판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인생의 폭풍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폭풍 속에 있는 모든 저주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해결되었다. 더 이상 폭풍은 심판이 아니라 우리를 성장시키는 도구가 된다.

“예수님은 우리가 폭풍 속에서 빠져 죽게 버려두지 않으신다. … 우리가 받아야 할 죄의 형벌을 그리스도께서 받으셨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아도 고난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의문 속에서도 그분이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예수님이 우리 대신 그 폭풍 속으로 던져졌기 때문에, 우리는 이 폭풍 한복판에 우리를 향한 사랑이 있음을 확신할 수 있다(팀 켈러, <방탕한 선지자>,두란노, 190쪽).”

팀 켈러의 스승이셨던 에드먼드 클라우니는 <성경 모든 본문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하라>에서 “인생의 폭풍 속에서 하나님께 기도하십시오 그러면 하나님께서 당신의 인생에 닥친 폭풍 속에서 당신을 건져주실 것입니다”라고 설교한다면, 그 설교가 유대교 랍비의 설교와 무슨 차이가 있냐고 반문한다.

그럴 경우 내가 열심히 기도하면 하나님이 도와주신다는 율법주의자가 될 위험이 있고, 또한 기도해도 폭풍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불평하며 반율법주의자가 될 수도 있다.

팀 켈러는 복음 즉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행하신 일을 선포함으로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의 오해를 해결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며 즐겁게 순종할 수 있는 칭의와 성화를 분리하지 않고 연결시킨다.

팀 켈러가 남긴 유산인 복음의 재발견은, 오늘날 복음이라고 생각했지만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던 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참된 복음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선포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등불이 되었다.

그가 남긴 복음의 유산을 이제는 더욱 풍성하게 전달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남아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 같다.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의 양극단을 오가던 우리에게 팀 켈러는 복음을 통해 참된 은혜의 길을 제시해 주었다. 그의 고백처럼 정말 복음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고상섭 목사가 과거 &lsquo;팀 켈러와 복음신학&rsquo;에 대해 발표하던 모습. ⓒ크투 DB

▲고상섭 목사가 과거 ‘팀 켈러와 복음신학’에 대해 발표하던 모습. ⓒ크투 DB

고상섭 목사

그사랑교회 담임
영남신대·합동신대 졸업
팀 켈러 연구가, CTC코리아 강사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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