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 (5) 그리스도 중심 설교
팀 켈러가 남긴 많은 유산이 있지만, 설교자로서의 팀 켈러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에드먼드 클라우니 교수로부터 배운 ‘그리스도 중심 설교’를 팀 켈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종합하고 체계화했다.
1. 그리스도 중심 설교란?
팀 켈러는 ‘그리스도 중심 설교’를 다양한 설교 방식 중의 하나가 아니라 성경을 설교하는 유일한 방식이라 말한다.
“모든 선지자, 제사장, 왕은 궁극적인 선지자, 제사장, 왕을 향해 빛을 비추고 있는데 성경을 남김없이 온전히 전한다는 것은 곧 그리스도를 성경 메시지의 중심 주제와 본질로 설교하는 것이다(팀 켈러, <팀 켈러의 설교>, 두란노, 29쪽).”
엠마오 마을로 가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께서도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르시되 미련하고 선지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마음에 더디 믿는 자들이여 그리스도가 이런 고난을 받고 자기의 영광에 들어가야 할 것이 아니냐 하시고 이에 모세와 모든 선지자의 글로 시작하여 모든 성경에 쓴 바 자기에 관한 것을 자세히 설명하시니라(눅 24:25-27)”.
예수님은 모세의 율법서와 선지서로 통칭되는 구약성경을 통해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며, 모든 구약 성경은 ‘자기에 관한 것’ 즉 그리스도에 관한 내용이라고 설명한다. 요한복음에서도 예수님은 모든 성경은 ‘내게 대하여 증언하는 것’ 이라며 모든 성경이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증언한다.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연구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언하는 것이니라(요 5:39).”
거듭남에 대해 질문하는 구약에 능통했던 니고데모에게도 “너는 이스라엘의 선생으로서 이러한 것들을 알지 못하느냐(요 3:10)?”라고 말씀하셨고, 구약을 통해 그리스도의 죽음과 구원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시면서, 민수기 21장에 나오는 모세가 광야에서 놋뱀을 들었던 사건을 통해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구원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든 것 같이 인자도 들려야 하리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 3:14-16).”
유명한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도 구약에 나오는 놋뱀 사건을 선명하게 다시 재진술한 것이다. 이렇듯 성경은 단순한 아브라함, 다윗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리스도에게로 귀결되는 이야기이다. 성경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한다는 것은 성경이 쓰여진 의도대로, 성경의 저자이신 성령님의 의도대로 설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약학자 트럼프 롱맨은 그리스도 중심 설교를 영화 <식스 센스>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1999년 나이트 사먈란 감독의 영화 <식스 센스>는 결말이 특이한 영화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결말을 보기 전까지 주인공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지만, 주인공이 죽은 귀신이었다는 것으로 반전이 일어나면서 영화 전체가 다시 이해되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TV 프로그램 중 ‘비밀의 커튼’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주인공이 커튼 뒤에 숨어 있고 그림자만 보면서 질문을 통해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맞추는 퀴즈 프로그램이었다. 마치 구약은 커튼 속에 비친 예수님의 그림자이고, 신약은 그 그림자가 예수님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식스 센스>를 보는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라는 주제를 대입해서 구약 성경을 읽으면 모두 그림자 뒤에 감추어진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것임을 알 수 있게 된다.
“모든 이야기의 맥락이 모든 주제의 모든 절정이 그리스도께서 수렴된다는 걸 안다면, 당신은 모든 성경 본문이 궁극적으로 예수님에 관한 것임을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당신은 무조건 그리스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지금 보고 있는 본문이 딱히 메시아 예언이나, 그리스도를 전조하는 주요 인물 혹은 통정경적인 주제, 핵심적인 성경 이미지나 비유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이제 당신은 그분을 볼 수 밖에 없다(팀 켈러, <팀 켈러의 설교>, 두란노, 119쪽).”
에드먼드 클라우니 교수는 성경을 그리스도의 빛으로 비추어서 설교하지 않는다면, 교회 목회자의 설교와 유대 랍비의 설교가 차이점이 없을 것이라 말한다.
모든 성경은 그리스도를 향해 있고, 그리스도 중심으로 설교한다는 것은 성경이 단순한 인간 저자의 글이 아니라 그들이 쓰는 본문에서 보다 충만한 의미(Fuller Meaning)를 밝히는 참 저자이신 성령님의 의도를 따라 본문을 해석하는 것이며, 따라서 설교자는 본문의 의미를 단순히 역사적 정황 속에서만 이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전체 구속사의 관점에서 이해해서 전하는 것이다(김대혁, <프리칭 텍스트, 텍스트 프리칭>, 솔로몬, 160쪽).
“어떤 본문을 설교하든 그것의 주제가 그리스도의 인격 안에서 성취됨을 보여주지 않는 한, 우리는 그 본문을 제대로 설교할 수 없다.”
2. 문화를 향한 설교와 마음을 향한 설교
1) 문화를 향한 설교
팀 켈러는 자신의 설교를 단순히 ‘그리스도 중심 설교’라고 표현하지 않고, ‘문화를 향한 설교’와 ‘마음을 향한 설교(Preaching to the Heart)’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왜 팀 켈러는 그리스도 중심 설교를 두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일까?
그것은 단순히 성경 본문에서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만이 그리스도 중심 설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그리스도를 드러내기 전에 인간의 한계 상황을 직면하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복음이란 인간이 할 수 없다는 절망의 사건을 선포하는 것이고, 그 일을 그리스도께서 대신 행하신 것을 믿는 것이다. 만약 그리스도 중심 설교에서 인간의 타락과 한계를 드러내지 못한다면, 죄 사함이 없는 복음이 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그리스도 중심 설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앞서 말했듯, 마음을 향한 설교와 문화를 향한 설교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문화 내러티브가 각 개인의 정체성과 양심, 실재를 이해하는 것에 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설교에서 문화 참여(Cultural engagement, 설교 안에 각 문화의 특성을 드러내고 평가하고 도전하는 것)은 타당하게 보이기 위한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청중의 삶의 근본을 발가벗기기 위함이어야 한다(팀 켈러, <팀 켈러의 설교>, 36쪽).”
결국 그리스도를 설교하기 전에 ‘문화를 향한 설교’를 통해 청중들의 삶 속에 그리스도가 아닌 다른 우상들을 제거하는 복음의 장애물을 치워주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을 통과할 때 청중들은 회개를 통한 믿음으로 성화의 과정에 이를 수 있게 된다.
팀 켈러가 말하는 ‘문화를 향한 설교’는 브라이언 채플 교수가 <그리스도 중심 설교>에서 강조하는 ‘인간의 타락한 상황을 드러내기’라는 FCF(The Fallen Condition Focus)에 해당한다.
브라이언 채플은 성경을 주신 목적이 우리를 ‘온전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디모데후서 3장 16절 말씀을 따라, 하나님이 우리를 온전하게 하기 위해 성경을 주셨다면 인간의 타락을 전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완전하지 못한 것은 타락의 결과이다. 이런 타락의 양상이 자신의 죄악과 세상의 파괴를 통해서 나타나며, 이것 때문에 성경의 교훈과 내용이 필요하다. … 이 세상과 우리가 모두 타락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 이렇게 성경이 우리의 타락한 상황에 초점(FCF)을 맞추고 있다. …
FCF는 성경이 쓰여진 그 시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상황이 아니다. 모든 인간이 처해 있는 공동의 상황이다...FCF는 설교의 진정한 주제를 결정해 준다. 왜냐하면 극 ㅜ절이 쓰여진 진정한 목적이 바로 FCF이기 때문이다(브라이언 채플, <그리스도 중심의 설교>, 은성, 53쪽).”
팀 켈러는 ‘인간의 타락한 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FCF를 왜 ‘문화를 향한 설교’라고 표현한 것일까? 그것은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는 우상숭배의 죄를 짓는 이유가 문화 내러티브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팀 켈러는 오늘날의 문화는 “자아 바깥에 있는 모든 권위를 전복‘시키는 문화이며, 이것은 17세기에서 19세기를 거치면서 형성되었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진리에 도달하려면 모든 전통과 종교적 신념을 내려놓고 오직 이성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배웠다.
이것은 유례없는 개인주의로의 전향이었고, 개인주의는 각 사람은 자기 안에 고대의 지혜나 신적 계시의 도움이 없어도 진리를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고 있다는 사상이라 설명한다.
”이런 포스트모던 시대의 특징은 자율성이며, 이 자율성의 확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종교적인 믿음을 미칠 정도로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이러한 후기-현대 정신을 향해 우리는 어떻게 설교해야 할까? 문화를 향한 설교의 열쇠는, 앞서 말했듯이 그문화의 저변에 흐르는 내러티브를 규명하는 것이다. … 문화는 보이지 않지만 지금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팀 켈러, <팀 켈러의 설교>, 29·165쪽).“
2) 마음을 향한 설교
팀 켈러는 문화를 향한 설교를 통해 문화 안에서 하나님을 대적하는 생각들을 드러내서 문화를 평가하고 도전한다. 그렇게 복음의 장애물을 제거한 후 사람의 마음을 향해 그리스도를 선포함으로 그리스도를 마음의 주인으로 모시도록 초대한다.
그리스도 중심 설교가 사람의 ’마음‘을 향해야 하는 이유는 마음의 변화를 통해서만 사람이 변화되기 때문이다. 팀 켈러는 조나단 에드워즈의 <신앙감정론>을 통해 인간의 마음 안에는 감정이라고 하는 ’Emotion’ 과 정감이라고 하는 ‘Affection’이 있다고 말한다.
수련회 때 눈물 콧물 다 쏟아도 사람이 변화되지 않는 이유는 그의 ‘정감(Affection)’의 변화가 아닌 단순한 감정적 행위, 즉 ‘Emotion’만 변했기 때문이다. 참된 변화는 인간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정감(affection)’이 변화돼야 하는데, ‘정감’의 변화는 오직 “어떤 대상의 아름다움과 탁월함을 감지할 때 전인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성향이다.”
마음의 중심인 정감이 그 대상을 향해 사랑으로 끌릴 때 그 방향으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단순한 감정의 변화는 다양한 물리적, 심리적 자극으로 일어날 수 있지만, 실제 행동에는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않거나 극히 미미한 변화만을 일으킨 채 덧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팀 켈러, <팀 켈러의 설교>, 두란노, 216쪽).
결국 팀 켈러가 말하는 문화를 향한 설교과 마음을 향한 설교는 각 문화의 우상이었던 잘못된 문화 내러티브를 드러내 도전하고 복음으로 초대해서, 그리스도가 아닌 주인을 버리고 그리스도를 마음의 주인으로 삼는 과정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했던 ‘사랑의 순서’를 다시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복음 설교자들은 문화 이야기가 복음과 충돌하는 지점에서 도전하고, 궁극적으로 문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다시 들려줌으로써 선(good)을 향한 그들의 가장 깊은 열망이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만 채워질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들의 문화적 열망을 매개로 사람들을 초대하고 사로잡음으로써, 마침내 그들이 진정한 지혜와 의로움, 또한 참된 능력과 아름다움이신 그리스도께 오도록 초청해야 한다((팀 켈러, <팀 켈러의 설교>, 두란노, 35쪽).”
“성경적 원리를 통해 예수의 아름다움을 가리킬 수 없다면, 다시 말해 그 본문의 특정한 진리가 오직 그리스도의 사역에 대한 믿음으로만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에서 마음의 정감을 제대로 건드리고 변화시킬 수 없다(팀 켈러, <팀 켈러의 설교>, 두란노, 37쪽).”
3. 그리스도 중심 적용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에 대해 많은 관심이 일어난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정작 실제 설교에서 적용하려고 하면 여러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설교 적용 부분에서 천편일률적으로 그리스도를 높이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고, 본문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는 것에 급급해서 제대로 된 적용을 선포하지 못할 때도 있다.
팀 켈러는 에드먼드 클라우니 교수를 추모하며 만든 책 <모든 성경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하라>에서,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배우면서 어려웠던 점과 그것을 극복했던 소감을 나누었다.
.
“클라우니 박사님이 가르치신 대부분의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는 것처럼,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실천하는 일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 9년 동안 구약 성경을 설교하면서 저는 본문에 충실한 동시에 현실과 관련된 방식으로 본문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설교하기’라는 어려운 문제와 씨름했습니다.
심지어 예수님이 특정 본문의 주제를 어떻게 성취하셨는지를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적용하는 것은 또다시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를 해석학적 측면에서는 건전하고 고무적으로 하지만 그 본문이 성도들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방식에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도록 구상된 것인지를 알지 못하는 상태로 남겨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들을 다루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고, 그런 문제들에 답하는 저만의 방법을 찾았습니다(팀 켈러 외, <모든 성경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하라>, 부흥과개혁사, 80쪽).”
팀 켈러의 그리스도 중심 설교는 ‘적용’ 이라는 부분에서 여타 ‘그리스도 중심 설교’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과 차별성을 가진다.
위 도표는 2006년 4월 고든코넬신학대학원에서 강의한 ‘Preaching to the Heart’세미나에서 강의한 내용인데, 팀 켈러는 오늘날 시행되고 있는 설교를 일곱가지 타입으로 나누었다.
1) A-B: 정보 전달식 설교 (성경 텍스트–저자의 메시지)
2) A-C: 알레고리적 설교 (성경 텍스트–그리스도의 성취) 성경 주해가 없다.
3) A-D: 교훈적 설교 (성경 텍스트-적용)
4) A-B-D: 조직 신학적 주해 설교 (청교도 설교, 성경 텍스트-저자 메세지-적용)
5) A-B-C: 구속사적 설교 (성경 텍스트-저자 메시지-그리스도의 성취)
6) A-B-C-D: 구속사적 적용 설교 (성경 텍스트-저자 메시지-그리스도의 성취-적용)
7) A-B-D-C: 마음에 닿게 설교하기(Preaching to the Heart)
흔히 말하는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는 팀 켈러가 말하는 6번에 해당한다. 그러나 팀 켈러는 A(성경의 텍스트)에서 B(저자의 메시지)를 아는 주해의 과정을 거치고, D(적용)로 나아간다. ‘우리는 성경이 말하는 대로 살아야 합니다’라고 선포하고 나서, 그러나 인간은 그 기준에 따라 살지 못한다는 FCF를 드러낸다.
말씀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인간의 절망적 상태를 직면하게 해주고, 그 대안으로 우리는 할 수 없지만 그 일을 성취하신 분이 계신데, 그분이 그리스도이심을 즉 C(그리스도의 성취)를 드러낸다. 그리고 팀 켈러의 설교를 분석해 보면 A-B-D-C-D의 패턴을 보이기도 한다.
성경의 메시지(A)에서 주해 과정(B)을 거치고, 우리가 그렇게 살 수 없는 연약한 인생임(D)을 드러내 주고 단순히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으로 설교를 끝내지 않고, 우리를 위해 성취하신 그리스도의 은혜를 선포함으로써 그 은혜로 우리가 순종할 수 있다고 적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리스도를 배제한 도덕적 설교와 다르고 그리스도만을 선포하는 구속사적 설교와도 다르다.
인간의 마음의 중심에서 자신의 한계를 경험하게 하고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우상을 드러내 줌으로써 하나님을 의지하게 하고, 사랑의 우선 순위를 바꾸어 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런 방식은 좀 더 풍성하고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준다. 본문을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윤리적인 적용이 되어 인간의 노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인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인간이 할 수 없다는 FCF를 선언하고 그리스도의 성취와 은혜를 설교한 후 적용으로 이끌어 가면 본문이 말하는 그대로의 선포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브라함 쿠루빌라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 중심적 설교’에 대해 비판하는 영역이 바로 적용 부분인데, 팀 켈러는 본인의 방식으로 그것을 해결한 것이다.
팀 켈러의 그리스도 중심 설교의 특징은 단순히 본문에서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그리스도 중심 설교’가 아닌, 칭의를 성화와 연결시키는 ‘그리스도 중심 적용 설교’라 할 수 있다. 이 설교가 도덕주의 설교와 다른 이유는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에 있다. 인간적인 결단을 통해 “내가 ~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라는 것은 도덕주의와 율법주의로 흐를 위험이 있지만, 행위의 동기가 칭의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라면, 그것은 은혜의 동기로 순종하는 칭의와 성화가 연결되는 설교가 된다.
칭의와 성화가 분리되면 도덕주의 설교가 되지만, 칭의가 성화와 연결되면 ‘그리스도 중심 적용 설교’가 된다.
“복음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복음 즉 칭의를 통해 다양한 삶의 자리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팀 켈러는 <센터처치>에서 복음이 적용되는 다양한 주제들을 언급한다. 낙망과 우울, 사랑과 인간관계, 성, 가정, 자기관리, 인종과 문화, 전도, 인간의 권위, 죄책감과 자아상, 기쁨과 유머, 다른 계층에 대한 태도 등이다. 이런 주제들이 모두 복음의 동기 즉 칭의와 연결되어 성화 되어야 하는 구체적인 적용점이다.
D. A. 카슨도 바울의 고린도전서를 설교의 적용이라는 관점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고린도전서는 복음이 어떻게 태도나 정신기강, 인간관계, 그리고 문화적 상호작용들에 광범위한 변혁을 일으키는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바울이 고린도 사람들을 향해 삶의 모든 영역에서 복음이 작동해야 함을 반복해서 강조한 것처럼 오늘날의 우리도 동일하게 그래야 한다. …
복음이 다음의 영역들에서 어떻게 삶을 바꿀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복음이 어떻게 사업 관행이나 그리스도인들의 상업상의 우선순위들을 바꿀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해야 한다(팀 켈러, <센터처치>, 두란노, 93쪽).”
4. 그리스도 중심적 삶
“아마도 가장 탁월한 성경 설교자들의 (성경 모든 부분에서 그리스도를 설교하는) 탁월성은 본능에서 나온다. 그들의 공식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멍한 대답을 얻게 될 것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원리들은 무의식 가운데 발전된 것이고, 타고난 능력과 은사, 청중과 설교자로서의 경험을 조합해 터득한 것이다.
성경적 설교는 그들의 모국어가 되었다. 그들은 성경신학의 문법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 지금 언어 체계의 어느 부분을 사용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도 말이다(팀 켈러, <팀 켈러의 설교>, 두란노, 118쪽).”
팀 켈러는 설교에서 그리스도 중심 설교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를 ‘본능’이라고 언급했다. 이 말은 많은 설교자들을 좌절시키는 말이다. 왜냐하면 설교를 잘하는 사람은 타고났다는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 켈러가 여기서 말하는 ‘본능’은 단순한 타고남이 아니라, 설교자의 삶을 말하는 것이다. 복음 설교는 복음 중심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삶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그리스도 중심 설교는 그리스도로 가득 차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선포되는 것이다.
“설교자의 내면이 설교보다 더 중요하다. 또 팀 켈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설교할 때 일어나는 일은 우리가 기도할 때 일어나는 일과 거의 같다. … 우리가 기도할 때 이런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가 설교할 때도 일어나지 않는다(팀 켈러, <팀 켈러의 설교>, 두란노, 228쪽).”
설교자가 하나님의 사랑을 선포한다면, 설교 전 기도 시간에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절절한 감격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한다. 단순히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해주세요’라는 기도가 아닌, 자신이 하나님의 사랑에 목매어 통곡하는 감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설교자의 삶을 통해 그리스도가 경험된다.
결국 그리스도 중심 설교란 단순히 본문에서 그리스도를 드러내고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로 가득 차 있는 설교자의 뜨거운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설교다.
그리스도만을 높이고 그리스도만을 사랑하고 싶은 간절한 열망에서 그리스도 중심 설교가 흘러 나오게 된다. 팀 켈러는 단순히 그리스도 중심 설교의 이론가가 아니라 그리스도를 높이는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그리스도 중심 설교를 하는 설교자의 마음 속에는 오직 그리스도를 높이려는 열망이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가 얼마나 위대한 분인지,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얼마나 더 경이로운 분인지를 보세요! 당신의 모든 문제가 결국 이 진실을 직시하지 못한 데서 온 것임을 깨닫지 못하겠나요?”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설교의 심장이다. 팀 켈러는 이렇게 도전한다.
“설교자로서 우리는 마음으로부터 그리스도를 느끼고 있는가? 설교하는 그 순간 우리는 그분을 묵상하고 그분께로 침잠하고 있는가? … 실제 우리 설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면, 단지 설교준비만 하는게 아니라 매일 기도와 묵상을 통해 정기적으로 그것을 계발하는 수 밖에 없다.
요컨대 설교단이 우리를 말씀으로 인도하려는 유혹이 있지만, 정작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말씀이 우리를 설교단으로 인도하게 하는 것이다. 설교를 준비하기보다 설교자로서의 삶을 더욱 힘써 준비하라(팀 켈러, <팀 켈러의 설교>, 두란노, 273쪽).”
고상섭 목사
그사랑교회 담임
영남신대·합동신대 졸업
팀 켈러 연구가, CTC코리아 강사
<팀 켈러를 읽는 중입니다> 공저